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LG 전자가 부활하려면...] 디자인·UI로 승부하라

LG전자가 참고해야 할 스마트폰 2종의 성공과 실패

스마트폰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게 되면 소비자의 눈은 자연스레 디자인으로 쏠리게 된다. 하지만 겉모습만 바뀌는 디자인은 의미가 없다.

소비자 인터페이스(UI)를 넘어 소비자 경험(UX)까지 디자인해야 좋은 스마트폰이라 할 수 있다.

LG전자가 참고해야 할 스마트폰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스마트폰을 1개씩 뽑아 그 성공과 실패 이유를 알아봤다.

한정연 기자 jayhan@hmgp.co.kr

현대카드는 신용카드에 디자인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회사다. 금융회사 중 유일하게 자체적으로 디자인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정태영(51) 사장에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디자인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정 사장은 "옷이 구멍 나고 떨어져서 사는 게 아니라 새 옷이 예쁘니까 더 사는 것"이라고 빗대어 말했다.

일본의 유력 디자인 전문지 니케이 디자인 10월호는 LG전자가 아시아 가전업계 패권자로 군림하고 있다는 특집기사에서 LG전자 제품을 호평했다.

잡지는 "일본이 디자인 선진국으로 다시 도약하려면 한국으로부터 디자인 액티브 경영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LG전자의 가전, 특히 백색가전은 2006년 이후 이뤄진 디자인 경영 덕분에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호평이 스마트폰으로 이어지지 못했을까 ?

휴대폰 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시장을 선점하지 못했으면 특징 있는 디자인이나 기능이라도 내세워 3~4위로 재빠르게 올라갔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휴대폰 매장에 가보면 직접 제품을 꺼내 살펴보기 전에는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대형 화면이 트렌드가 되면서 검은색 화면만으로는 어떤 회사 제품인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LG전자의 옵티머스나 삼성전자의 갤럭시S2도 내려다보면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수많은 종류의 휴대폰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일본에서 남다른 디자인으로 순식간에 시장 점유율 2~3위권으로 치고 올라온 디자인폰이 있다. KDDI의 스마트폰 '인포바 A01'다. 일본의 유명 디자인 회사 IIDA가 2003년 만들어 인기를 끈 피처폰의 DNA를 그대로 물려 받았다는 점이 화제가 되면서 올 5월 출시 전부터 일본 내 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와는 반대로 출시 2개월 만에 시장에서 퇴출당한 MS의 소셜폰 '킨(KIN)'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제품이다. 킨은 기능에만 치중하고 소비자의 경험을 무시한 대가로 시장의 냉대를 받아야 했다.

"옷이 구멍 나고 떨어져서 사는 게 아니라 새옷이 예쁘니까 더 사는 것이다" -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

인포바의 디자인 핵심은 UI
올해 5월 17일 일본의 이동통신사 KDDI의 휴대전화 브랜드인 AU가 첫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2003년 디자인 회사 IDDA가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샤프가 만들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인포바(INFOBAR)'의 스마트폰용 버전이다. 특유의 타일형 버튼과 다양한 색상은 그대로 두고, 약 3.7인치의 터치스크린과 안드로이드 2.3을 추가했다.

일본 언론은 '전설의 귀환'이라고 반겼다. '스마트폰보다 더 가지고 싶은 디자인'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인포바가 인기를 끈 이유는 독특한 외형 때문만이 아니었다. 인포바의 가장 큰 특징은 독자적인 사용자 환경(UI)인 IIDA UI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UI 디자인은 일본을 대표하는 인터페이스 디자이너 나카무라 유우고가 맡았다. 빠른 반응 속도와 직관적인 그의 UI는 이번에도 빅히트를 쳤다.

인포바의 성공은 당장 실적이 말해준다. 올 7월 일본 IT전문 매체 BCN랭킹이 일본 전국 가전양판점 POS 데이터를 토대로 선정한 휴대폰 판매 순위에서 인포바 A01은 2위를 기록했다.한 국내 UI 전문가는 "안드로이드폰이지만 겉모습부터 많이 다르고 UI가 무척 잘돼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시기 일본 내 스마트폰 판매 1위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2였다. 휴대폰은 첫인상도 중요하지만 결국 완성도가 제품의 성패를 결정하기 때문이었다. 현재 갤럭시S2는 안드로이드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으론 처음 나온 인포바가 단숨에 2위를 차지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UI 전문가는 인포바에 대해 "LG전자의 프라다 폰과 언뜻 디자인 개념이 비슷하지만 UI에선 한발 앞선 제품"이라며 "LG전자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튜닝을 모두 잘할 수 있었다면 지금 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이 스마트폰 선택의 최우선 요인이 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인포바처럼 따라 붙지 않는다면 결국 성공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는 주장이다. IT업계 한관계자는 "LG전자가 외부 충격 없이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은 반성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인포바처럼 세계적인 디자인회사에 의뢰하거나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UI 전문가는 인포바에 대해 "LG전자의 프라다 스마트폰과 언뜻 디자인 개념이 비슷하지만 UI에선 한 발 앞서 있는 제품"이라며 "LG전자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튜닝을 모두 잘 할 수 있었다면 지금 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MS, 스마트폰 참패로 기업가치 하락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6월 최초의 자체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브랜드 이름은 '킨(KIN)'. 이 스마트폰에는 윈도 모바일 OS인 '윈도폰 7' 시리즈가 장착됐다. 일본의 샤프가 생산을 맡았다.

KIN은 10대 청소년들에게 어울리는 소셜 네트워킹과 멀티미디어를 주요 기능으로 내세우면서 소셜폰으로 불렸다. 쿼티 자판을 탑재했지만, 윈도폰 7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마켓 플레이스(앱스토어 개념)와 게임, 오피스 기능을 빼버렸다. 하드웨어에 무리가 간다는 이유에서였다.

MS는 '킨 루프 KIN Loop'라고 불리는 홈 스크린을 통해 소셜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일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도록 했다.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트위터를 한 화면으로 볼 수 있는 방식이었다. 비디오와 사진, 문자 메시지나 웹 페이지를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도 마련했다. 이 외에도 소셜 네트워크라는 시대적 화두에 맞춰 여러 가지 편리한 기능을 집어넣었다. 킨 스튜디오에서 자동으로 텍스트, 통화기록, 사진, 비디오, 연락처, 맞춤형 디지털 일기 등을 온라인으로 백업해 휴대폰 데이터의 분실에 대비하고 저장 공간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해주었다.

MS는 킨을 1위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을 통해 미국 전역에 공급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킨은 2개월을 채 못 버티고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두 달 동안 미국에서 팔린 킨 단말기는 모두 1만 대를 넘지 못했다. 모바일 혁명에 동참하려던 MS의 계획이 참패로 끝난 셈이었다.

미국의 IT 전문지 와이어드는 참패 이유 중 하나로 애매한 OS 정책을 꼽았다. 킨의 OS는 윈도폰 7도 아니고 새로운 OS도 아니었다. 일부 기능만 뺀 불완전한 OS가 문제였다는 지적이쏟아졌다. 당시 MS는 "(킨이) 윈도폰 7으로 가는 과정의 중요한 지류 중 하나"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높게 책정된 가격도 걸림돌이었다. 3.5인치 화면의 킨2 판매 가격은 2년 약정 조건으로 100달러였다. 소셜 네트워킹 기능이 뛰어난 킨을 내놓으면서 스마트폰 수준의 데이터 가격 정책을 지속한 점이 문제로 드러났다.

미국 IT전문지 '와이어드'는 MS가 소비자들이 모토로라의 클릭이나 HTC의 히어로 대신 킨을 선택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후발 주자인 MS가 선발 업체와 차별화되는 특징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런 점에서 완전히 실패했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MS의 스마트폰 '킨'의 조기 퇴출은 윈도폰 7의 이미지까지 동반 실추시켰다.

스마트폰 시장 진출에 실패하면서 MS는 동작 인식 게임기 '키넥트'나 윈도7, 검색엔진 빙, 오피스365 등이 이뤄놓은 명성까지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킨 퇴출 직후 골드만삭스는 MS의 주식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제품 하나가 거대기업 MS의 기업 가치를 떨어뜨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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