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LG 전자가 부활하려면...] 삼성전자 vs LG전자 어떤 전략이 달랐기에...

4가지 키워드로 본 두 라이벌 기업의 차이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전략적 차이를 비교해 보면 어떤 결과물이 도출될까? 규모는 다르지만 국내에선 라이벌 체제를 유지하는 두 회사는 지난해 1분기를 기점으로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LG전자 입장에선 상대적 박탈감도 컸을 것이다.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두 회사의 차이점을 정리해 봤다.

한정연 기자 jayhan@hmgp.co.kr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에서는 라이벌이지만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는 같은 길을 가는 동지였다. 절대 1위 노키아를 함께 맹추격했다. 삼성과 LG는 노키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항상 조심해야 했다. 노키아가 물량과 가격으로 누르면 삼성과 LG는 당해낼 수가 없었다. 휴대전화 시장 후발 업체인 삼성과 LG는 노키아와 일대일로 대결하면 백전백패하기 때문에 노키아의 빈틈을 노렸다.

삼성은 노키아가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는 사이 400~500달러 이상인 프리미엄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LG는 북미 시장과 노트북에서 사용하는 쿼티형 자판을 내장한 메시징폰을 개발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노키아의 빈자리를 채운다'는 삼성과 LG의 틈새시장 공략은 성공이라고 평가할만 했다. 삼성은 2009년 휴대전화 생산 2억 대를 넘기며 세계 시장점유율 20%를 돌파했고, LG도 처음으로 점유율 10%를 넘겼다.

그러나 2007년 휴대폰 시장에 진입한 애플은 달랐다. 애플은 삼성이나 LG보다 후발 업체였지만 틈새시장에 만족하지 않았다. 애플은 아예 게임의 법칙을 바꾼다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노키아, 삼성, LG가 만든 게임(통신사업자 기득권 인정 대량생산 체제)에 진입하면 실패가 뻔하기 때문에 앱스토어라는 신무기를 장착하고 새로운 스마트폰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10년 1분기가 기점이었다. 가파르게 성장해 오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운명이 갈렸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LG전자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엇이달랐던 걸까?

패스트 팔로
1등을 빠르게 카피해 따라가는 전략이 패스트 팔로(Fast Follow)다. 두 회사 모두 노키아를 바짝 뒤쫓았다. 한 재계 인사는 "삼성전자 연구원은 타사 제품이 나오면 매트를 깔아놓고 전부 분해해본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오랜 기간 그런 일을 해왔기 때문에, 패스트 팔로에선 삼성전자가 LG전자의 선배 격"이라고 말했다.

LG전자에겐 앞서 나간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됐다. '1등 LG'라는 슬로건 덕분인지 일부 품목에선 LG전자가 선두로 나섰거나 곧 선두로 치고 나갈 만큼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LG전자 사장을 지낸 후 퇴직한 A씨는 "1등을 추격하면 비용 절감이 크고 심리적으로도 안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자신이 1등으로 치고 나갈 때 발생한다"며 "앞에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선 그간 기울였던 노력의 몇 배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투자
규모 차이라고 넘기기에는 연구개발비 차이가 심각하다. 연구 인력 규모에서도 격차가 벌어져 있다. 2010년 기준 LG그룹 전체 연구인력이 3만1,000명 수준이었지만, 그해 삼성전자는 연구인력 5만 명 시대를 열었다. 2008년과 2009년 연구 개발비만 봐도 삼성전자가 7조 원을 상회한 데 비해 LG전자는 2008년 1조8,000억 원에서 2009년에야 2조1,000억 원을 넘겼다. LG전자 홍보실은 "2011년 연구개발비를 2012년 3월 말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0년 9조 원을 넘겼고, 올해에는 10조 원가량을 연구개발비로 쓴 것으로 추정된다.

전자 업계는 삼성전자가 휴대폰, TV 등 각 부문 R&D에 공을 들여 기술력을 축적한 반면 LG전자는 주로 마케팅과 원가절감에 주력해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
'선택과 집중'이라는 단어는 항상 좋은 의미로 다가온다. 힘을 아껴 한 곳에 쏟아붓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 LG전자는 2010년, 삼성전자는 2011년에 스마트폰 전략을 내놓으면서 이 단어를 사용했다. 2010년 LG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선택해 집중했고, 삼성전자는 MS와 안드로이드, 바다(자체 OS) 등 대부분의 모바일 OS용 단말기를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11년부터 LG전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옵티머스 라인업을 가능한 한 다양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권역별로 다른 종류의 갤럭시폰을 출시하면서 갤럭시S라는 레퍼런스 스마트폰을 선택해 집중했다. 그 결과 갤럭시S2는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쓰는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 되었다.

조직 혁신
삼성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대규모 인사를 통해 조직 쇄신에 나섰다. 스타 CEO인 이기태 전 부회장과 황창규 전 사장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삼성전자는 이윤우-최지성 투톱 체제로 갔다가 2010년 최지성 부회장 원톱 체제로 조직을 재편했다. 최근 애플과 특허 소송을 벌이면서 다시 내부적으로 부품과 완제품을 분리하는 투톱 체제를 가동시키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 후에는 자정 활동을 벌이면서 조직 장악력을 키웠다. 한마디로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란 얘기다.

반면 LG전자는 금융위기 이후에도 남용 부회장 체제를 유지했다. 주요 경영진도 대부분 유임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지금도 여전히 중책을 맡고 있다. LG전자 한 직원은 "CEO가 바뀔 때마다 마지막 순간에 후임 CEO에 대한 선물로 투자를 통 크게 하는 게 우리회사의 문화였다"며 "남용 CEO는 실적이 좋았을 때도 직원 월급을 동결하고 M&A나 투자에 나서지 않았는데, 그 결과가 MC사업부의 몰락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오너 일가인 구본준 CEO가 지난해 10월 사령탑을 맡았지만, 선행 투자에 나서기에는 이미 시기가 늦은 상태였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그 결과가 해외 법인을 중심으로 한 인적 구조조정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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