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미리 만나보는 미래의 TV

THE EVOLUTION OF TELEVISION

서기 2052년 TV가 보고 싶어진 김대한 씨.

동그랗고 납작한 무언가를 가지고 오더니 테이블 위에 얹어놓는다. 무선전기로 전원을 켜자 허공에 영상이 나타난다. 디스플레이가 없는 TV다. 영상은 360도 입체로 나타나고 어느 방향에서나 볼 수 있으며 크기 또한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2012년 현재 상상일 뿐이다.

그러나 완전히 허황된 상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 TV의 진화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자료제공_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과미래

1970년생 홍경완 씨의 역사는 TV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렸을 때 TV가 있었던 그의 집은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곤 했다. 작은 상자 안에 귀하게 모셔져 있는 여닫이문을 가진 콘솔형 TV는 마을의 자랑이었으며 유일한 오락거리이기도 했다.

이후 1980년대 들어 초등학생이었던 경완 씨는 아버지가 읍내에서 컬러 TV를 사오자 열광했다. 무지개처럼 알록달록한 색깔의 '화면 조정 시간' 화면마저 신기하기만 했으며 몇 개 되지 않는 동그란 채널 을 돌리는 일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시 그에게는 가족과 자신의 즐거운 TV 시청을 위해 중요한 임무도 하나 맡겨졌다. 더 또렷한 화면을 위해 옥상으로 올라가 안테나를 이리저리 만져가며 가장 좋은 수신환경을 잡아내는 것이었다. 중·고등학생이 됐을 때 리모컨으로 채널 제어가 가능한 TV가 등장하자 경완 씨는 여동생과 치열한 리모컨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결혼할 무렵 즈음에는 벽에 거는 TV가 등장했다. 괴짜인 경완 씨는 TV는 꼭 거실의 한 쪽 벽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침실 천장에 TV를 붙여놨다.

최근에는 3D TV에 마음을 뺏긴 그는 집에서도 3D 입체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에 구입자금 마련에 한창이다.

흑백 TV 시절 우리는 TV가 어디까지 진화할지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상상은 현실이 됐으며 현재까지도 TV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 나아가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화면
한때 TV 기술은 한국보다 일본이 앞섰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역전됐다. 일본 TV는 여전히 LED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반면 국산 TV에서는 LED가 이미 한물 지난 유행처럼 돼 버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공개한 TV는 LED에서 진화된 초고화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다. 사실 OLED 디스플레이는 그동안 소형 TV나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에 주로 사용됐다. 대화면 디스플레이로 활용하기에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어떨까. 최근 LG전자가 내놓은 OLED TV는 세계에서 가장 얇고, 크고, 밝은 OLED TV로 호평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도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태블릿 PC 등 소형 제품에서 먼저 선보였던 업계 최고의 OLED 기술을 바탕으로 완벽한 화질을 구현한 55인치 슈퍼 OLED TV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OLED TV는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아몰레드)를 디스플레이로 채택, 실물과 다름없는 사실적 화질을 자랑한다. 이는 적색·녹색·청색(RGB) 픽셀이 자체 발광해 색상을 만들어 냄으로써 구현된다. 기존 LCD 패널과 달리 색상 표현을 위한 별도의 컬러필터가 필요 없어 자연 그대로의 생생한 색상 표현이 가능하다.

특히 아몰레드는 명암비가 무한대로 구현돼 아무리 어두운 이미지라도 세밀한 색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 LCD 계열의 경우 화면이 급작스럽게 지나가면 이전 화면의 잔상이 남고는 했지만 아몰레드 TV는 이런 잔상이 매우 적어 편안한 시청환경을 조성한다. 따라서 액션 영화나 축구, 야구 등의 스포츠를 시청할 때 최상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이처럼 OLED TV는 대중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미래형 디스플레이임에 틀림없지만 여기에는 크나큰 걸림돌이 하나 있다. 바로 1,0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가격이다. 이 점에서 보자면 보편적 보급은 아직 먼 이야기인 듯싶다.

그럼에도 OLED TV는 'TV의 미래'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OLED TV를 선보인 국가가 한국밖에 없다는 사실은 우리의 기술력이 이미 미래를 점령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주기에 충분하다.



테두리는 가라
만약 당신이 브라운관 TV 세대라면 TV를 묘사할 때 네모 박스 안에 스크린과 동그란 채널, 그리고 안테나를 그려 넣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 아이들의 TV 그림은 단지 네모 박스 하나로 끝날지도 모른다. TV의 디자인이 그렇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TV 시청의 몰입감과 생동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게 바로 디자인이다. 그런데 TV 디자인 중 디스플레이를 감싸고 있는 테두리, 즉 베젤(bezel)의 두께가 점점 얇아지거나 아예 없어지는 추세에 있다. 화면 몰입도와 외부 환경과의 조화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디자인이 대세로 부각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이에 전문가들은 머지 않아 TV 베젤의 두께가 2~5㎜ 수준에 불과해 사실상 테두리를 인식하기 힘든 베젤리스(bezel-less)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전자는 'CES 2012'에서 LCD 패널 주변의 테두리와 제품의 두께를 최소화한 이른바 베젤리스 초슬림 3D TV를 공개하고 TV 디자인의 진화를 예고했다. 이 회사가 선보일 2012년형 LCD TV의 베젤은 운송 과정에서 가해질 수 있는 혹시 모를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정도만을 남겨뒀다. 베젤 두께가 불과 5㎜ 내외인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삼성전자가 공개한 스마트 TV의 베젤 두께도 5㎜에 불과한 점을 감안한다면 올해 중 베젤의 두께는 2~3㎜ 수준으로 더 얇아질 전망이다. 금속 소재의 베젤이 TV 화면과 주변 배경을 하나의 얇은 선으로 구분하는 그야말로 액자 같은 TV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베젤리스 TV의 등장은 TV가 더 이상 단순한 전자기기의 역할만 수행한다는 개념을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점에서 미래의 TV는 집안의 고급 인테리어 소재로 발전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이 전자 기기와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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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예술이 되는 TV의 등장은 곧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일명 '그랑쿠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 중인 TV에는 베젤이 거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테두리가 존재하지 않는 TV의 꿈이 눈앞에 펼쳐질 날이 머지않았다.



'링'의 귀신이 실제로
공포영화 '링'을 기억하는가. 우물에서 나온 귀신이 뚜벅뚜벅 걸어와 화면 밖으로 기어나오는 모습은 무수한 패러디를 낳았을 만큼 명장면으로 꼽힌다. 링이 개봉됐던 1999년에만 해도 사람들은 스크린 안에 있는 사람이나 물체가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은 공상과학적인 것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이미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뀐지 오래다.

과거 획기적으로 등장한 컬러TV는 TV 시청자들을 황홀경에 빠뜨렸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눈동자가 검정색이 아니라 보라색이었다는 사실도 그제야 처음 깨달았다. 그런데 이제는 화면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우리에게 뚜벅뚜벅 걸어와 말을 거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무안경 3D TV의 등장으로 말이다.

안경을 쓰고 보는 현재의 3D TV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안경이 필요 없는 3D TV는 기본적으로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변하는 '다시점 무안경 시스템'을 사용한다. 여기에는 패러렉스 베리어(parallax barrier) 방식과 렌티큘러 렌즈(lenticular lens) 방식이 있다. 이중 전자는 LCD와 같은 디스플레이의 앞에 별도의 '막'을 놓아서 3D를 느끼게 한다. 이 막이 시청자의 좌안과 우안으로 하여금 각기 다른 픽셀을 보도록 만들어 이미지의 깊이감, 즉 3D를 구현하는 원리다.

렌티큘러 렌즈의 경우 다수의 렌즈를 배열, TV를 보는 사람의 각도에 따라 다른 그림이 표현되도록 한 방식이다. 겉이 오돌토돌한 입체카드나 입체딱지 등의 그림이 쳐다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과 비슷한 메커니즘이다. 한마디로 디스플레이에 작은 렌즈들을 배열해 좌우 화상을 굴절시켜 각각의 화상을 분리하여 안구에 전달하는 기술이라 보면 된다.

무안경 3D TV가 처음 일반에 공개된 것은 2011년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세계가전박람회(IFA)에서다. 여기서 도시바가 무안경 3D TV를 출품했다. 그간 도시바는 무안경 3D 스크린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자신이 보유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기술력을 결합, 40인치 모델을 출시했다.

이후 삼성전자도 70인치 무안경 3D TV를 공개했고 이는 성능면에서 도시바의 것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풀HD급 해상도의 4배인 800만 화소 해상도와 240㎐ 고속 구동이 가능해 기존 초대형 화면에서는 어렵게 여겨지던 고화질과 구동속도의 한계를 극복한 것.

사실 도시바 이후 LG전자, 소니, 필립스 등이 속속 제품 개발에 가세했지만 삼성전자는 고화질 구현이 어렵다는 이유로 당분간 무안경 TV를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그러나 세계 최초의 산화물 반도체 기술을 적용한 70인치 초고선명 LCD TV 패널을 개발하면서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돼 TV 시제품 제작으로 이어졌다.

가격이나 대중화 측면에서 무안경 3D TV가 안방으로 들어오기에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해 보이기는 해도 가까운 미래에 소파에 앉아 무안경 3D 버전의 링을 시청하며 화면 밖으로 기어 나온 귀신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다.

안방의 초고선명 TV
시청자들은 실사와 동일한 선명하고 뚜렷한 화면을 원한다. 그런데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이 발달할수록 고민에 휩싸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연예인들이다. 감추고 싶은 잔주름과 잡티, 다크서클, 심지어 땀구멍까지 또렷하게 보이니 말이다. 이를 생각하면 TV 기술의 발달이 성형외과 매출 증대와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는 말도 터무니 없는 흰소리만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연예인들의 고민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TV의 해상도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초고화질(Ultra Definition, UD) TV의 출현이다. 흔히 말하는 고화질 풀HD TV의 해상도는 1,920x1,080픽셀인데 UD TV는 이의 4배에 달하는 3,840x2,160픽셀이다. 이 같은 선명한 해상도 덕분에 미래형 TV의 대세로 부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향후 UD TV의 본격적인 상용화를 예견하며 시장규모가 연평균 299%의 고성장을 구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UD TV가 전 세계에서 3만4,000대의 시장을 창출한 뒤 2013년 37만8,000대, 2014년 130만대, 그리고 2015년에는 214만대까지 폭증한다고 내다봤다. 지역별로는 올해 유럽(EU) 지역이 세계 UD TV 시장의 37%를 차지하며 관련시장을 이끌고 일본과 북미가 각각 29%, 27%의 점유율로 3강 체제를 이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라시대의 화가 솔거는 실제와 똑같이 그림을 그렸다는 기록이 있다. 그가 황룡사 벽에 그린 '노송도(老松圖)'는 새들이 진짜 나무로 알고 앉으려다 부딪혀 떨어졌다는 믿기 힘든 일화도 전해진다. 어쩌면 UD TV는 미래의 솔거가 되지 않을까.



세컨드 TV 시대
TV는 과거에나 지금이나 안방과 거실 한복판에 턱하니 자리 잡고 있는 안방마님이다. 과연 이런 위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아마도 미래에는 가정에서 TV가 완전히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스마트폰과 함께 지구촌의 스마트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태블릿 PC에 의해서다.

지난 2010년 애플이 아이패드를 통해 태블릿 PC의 대중화를 선도한 이후 올해 4G LTE 시대가 본격 개화되면서 일반 대중들의 태블릿 PC 구매가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이와 달리 TV의 가격과 판매대수 성장률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낸다.

경쟁자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태블릿 PC의 보급이 TV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만은 부인하기 어려울 듯하다. 버스와 지하철, 거리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로 DMB를 시청하고 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는 점도 이의 방증이다. 앞으로 태블릿 PC를 통해 고화질 TV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면 TV 구매 욕구는 그만큼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국내에서도 태블릿 PC를 세컨드 TV 혹은 TV의 대체제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태블릿 PC를 리모컨처럼 활용해 TV 채널과 게임을 조작하고 실시간 방송까지 볼 수 있는 기기와 서비스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각 방송사나 통신사들도 태블릿 PC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 중에 있으며 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진화할 것이 확실하다. 스마트 TV의 맛을 미리 보여주는 태블릿 TV를 먼저 선점한 업체가 미래의 TV 시장도 주도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곧 안방 풍경도 달라질 것 같다. TV를 주변으로 가족들이 둘러앉은 모습이 사라지고 각자의 방에서 태블릿 PC로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게 일상화될 수도 있다. 이때는 더 이상 리모컨 쟁탈전 같은 구식 신경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가족 간의 대화는 더 줄어들 수 있겠지만 말이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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