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과학 연구성과 공개의 딜레마

악용되면 고도로 위험한 연구결과를 만천하에 공개해야할까?

작년 12월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 바이러스의 전염성을 높이는 돌연변이 방법이 적힌 연구논문을 싣고자 했다. 이 연구결과는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바이러스의 돌연변이에 대처할 치료법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미 정부는 이것이 테러리스트에게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 정부의 '생물안보를 위한 국가과학자문 위원회(NSABB)' 소속 과학자들은 이처럼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는 연구를 가려내는 역할을 한다. 앞선 H5N1 논문 역시 NSABB에 보내졌고, 위원회는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논문을 공개하지 말거나 세부내용을 삭제한 채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논문 비공개 요청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며 내용수정 후 공개 요청은 아예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정부는 악당들이 악용 가능한 위험한 지식을 숨기길 원한다. 반면 과학자들은 이런 데이터를 널리 알려 많은 연구자들의 협업에 의해 신속히 위험에 대응할 방법을 찾기를 바란다.

아직 두 입장의 교집합을 찾아낸 사람은 없다.


NSABB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국민들은 알 필요가 있는 것만 알면 된다'는 논리를 펼쳤지만 과학계가 받아들이지 않자 지금은 논문을 짧게 요약해 발표하는 일명 '원페이퍼(one paper)' 시스템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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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미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과학자들의 경우 연구성과가 기밀에 부쳐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펜타곤 등 국가안보에 직결된 기관에서 연구비를 받은 연구 정도가 기밀 취급됐지만 현재는 50개의 준(準)기밀 리스트를 정해 모든 정부기관이 연구결과 공개에 태클을 걸 수 있는 상태다.

문제는 이 조치가 과학연구 활동의 제약에 더해 대중의 안전도 위협할 수 있다는 것. 자연적으로 전파되는 바이러스는 테러리스트들이 퍼뜨리는 것보다 더 큰 위협이 되는 탓이다. 게다가 둘 모두에 맞서 싸우려면 데이터 공유가 불가피하다.

실제로 데이터의 공유는 미생물학의 트렌드를 바꿔놓고 있다. 하나의 주장을 검증하던 가설 기반 연구에서, 활용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가지고 패턴을 찾아내는 시스템기반 연구로 말이다. 특히 에이즈, 사스(SARS), H5N1 같은 인수공통전염병을 지금보다 신속히 탐지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많은 데이터와 세계 각지에서 채집한 표본이 필요하다.

미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캠퍼스의 바이러스진단·발견센터 찰스 치우 소장은 데이터 공류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한다. "자연계에서는 H5N1처럼 잠재적 파괴력이 매우 큰 바이러스가 10년마다 한 번씩 출현합니다. 이는 시한폭탄과도 같아요. 가만히 기다리면 죽음 뿐이죠."

그의 주장에 의하면 국제적 협력과 1억 달러의 연구비, 그리고 시스템 기반 연구를 통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고위험성 인수공통전염 병의 사전 탐지가 가능하다. 또 1,000억 달러의 예산이 지원되면 이들 중 90%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story by Jacob Ward
illustration by Ryan Snook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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