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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스마트 원자로 수출길 출사표

순수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된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가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일체형 원자로 중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 승인을 받으며 전 세계 약 350조원대의 중소형 원전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승인으로 스마트는 오는 2050년까지 400~1,000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중소형 원자로 시장을 선점할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표준설계인가는 동일한 설계의 발전용 원자로를 반복적으로 건설 하고자 할 때 인허가 기관이 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표준설계에 대해 종합적인 안전성을 심사해 인허가를 주는 제도다.


즉 스마트 원자로의 세계 최초 표준설계인가 승인 획득은 현재의 설계대로 원전을 건설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우리 정부의 보증이자 중소형 원전 분야에서 스마트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미국,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는 전 세계 중소형 원전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경쟁국들을 앞서나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대형 원전사고 원천봉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5년의 연구개발 기간 동안 3,103억원의 예산과 연인원 1,500여명을 투입해 독자 개발한 스마트는 대형 상용원전의 10분의 1 수준인 전기출력 100㎿급 중소형 원자로다. 하지만 전력생산만 가능한 기존 대형 원전과 달리 스마트는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기능은 물론 지역난방, 산업 공정열(工程熱) 공급 등 이름에 걸맞은 다목적 능력을 겸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스마트는 인구 10만명 규모의 도시에 9만㎾의 전기와 4만톤의 담수를 공급 할 수 있다. 특히 발전단가가 kWh당 0.06~0.1 달러에 불과해 전 세계 발전소의 65%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중소형 화력발전소의 대체재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보유한다. 중소형 화력발전소의 발전단가는 중유를 연료로 쓸 경우 kWh당 최대 0.21달러, LNG를 사용해도 최대 0.14달러에 달하는 탓이다.

일체형 원전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각종 설비와 부품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공장에서 완제품을 제작·공급해 현장에 곧바로 적용 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스마트의 메리트다. 1기당 건설비용은 7,000억원 선이지만 품질향상과 건설공기 단축으로 경제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하재주 신형원자로개발소장은 "중소도시마다 스마트 원자로를 분산 배치하면 상당한 송전망 구축과 송배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건설 기간도 기존 대형원전 대비 25% 이상 단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마트는 증기발생기와 가압기, 원자로 냉각재펌프 등 원전 1차 계통의 주요기기가 하나의 압력용기 안에 일체형으로 설치된다. 그만큼 대폭적인 안전성 향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전원이 없어도 자연대류에 의해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피동잔열제거계통을 채택 함으로써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전원상 실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최대 20일까지 노심의 잔열을 제거할 수 있다. 덧붙여 쓰나미 홍수위를 10m로 설계하는 등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제기된 개선사항 중 10개 항목을 설계에 반영했다.


특히 스마트는 1차 계통 주요 기기를 잇는 배관이 아예 없다. 때문에 배관 파손으로 인한 냉각재 상실 등의 사고 가능성도 원천 차단된다. 중대사고 시 격납건물과 원자로 압력용기 사이의 공간을 전기 없이도 중력을 이용해 물로 채울 수 있도록 설계, 노심용융 및 증기 폭발 가능성을 차단했으며 대형 항공기가 충돌해도 안전한 격납 건물을 채택하는 등의 안전성 강화 설계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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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대형 원전과 달리 원자로의 설계에서부터 플랜트 종합 설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원천기술을 우리가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자력연구원은 이미 냉각재 펌프, 증기발생기, 제어봉구동장치 등 주요 기기들의 시제품을 제작해 성능 검증을 완료한 상태다.

하 소장은 "스마트는 각종 원전사고 발생에 따른 방사능 물질의 외부 누출가능성을 차단해 안전성을 강화했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원자로 설계부터 전산코드에 이르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원전 기술 자립화의 첨병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발도상국과 물 부족 국가에 최적화
미국 에너지부(DOE)에 의하면 오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중소형 원자로 시장은 최대 1,000기 규모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5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도 해수담수화용 1,000억 달러, 소규모 전력 생산용 2,500만 달러 등 총 3,500만 달러 규모의 새로운 중소형 원자로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스마트 원자로의 집중 공략 대상은 소규모 전력망을 보유한 개발도상국들과 카자흐스탄, 칠레 등 국토는 넓지만 인구 밀도가 낮은 국가들이다. 전자의 경우 전력 소비량이 적어 대형 원전을 건설하기에 부적절하고, 후자는 대형 원전을 건설하면 송배전망 구축비용이 과도하게 투입돼 경제성이 떨어지는 만큼 스마트가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 소장은 "아직 실증로조차 건설된 바 없는 스마트 원자로에 카자흐스탄, 필리핀, 인도네시아, 칠레 등이 벌써부터 적극적 도입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라며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노후화된 화력 발전소를 대체하는 용도로도 상당한 시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소형 원전 분야는 우리나라와 미국,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 4개국이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스마트가 경쟁국 대비 5년 이상 앞선 상태지만 미국 등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는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한 치밀하고 적극적인 수출 추진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원자력연구원은 스마트 수출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도록 국내에 1호기 실증로를 건설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오는 2017년경까지 건설을 완료한다는 복안인데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제2원자력연구원 내 설치가 가장 유력한 실정이다.

정연호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원자력연구원과 KEPCO 등 13개 민간 기업이 스마트 컨소시엄을 구성해 스마트의 수출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며 "스마트 1기를 수출하면 생산파급 효과 1조1,395억원, 부가가치 효과 4,635억원, 고용 효과 4,339명의 국가적 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또 "스마트 수출이 성사되면 우리나라는 연구용 원자로, 대형 원전에 이어 원자로 수출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며 "향후 전 세계 중소형 원전 시장의 10% 이상을 점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형 원전 일반적으로 전기출력 700㎿ 이상은 대형, 300~700㎿급은 중형, 300㎿급 이하는 소형 원전으로 분류된다.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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