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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INTERVIEW] 이재구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혁신 클러스터의 성공요건은 우수한 인적 네트워크"

지난 2005년 출범한 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가 정부출연연구원, 벤처기업, 중소기업의 창업과 마케팅, 기술지원 등을 고도화하기 위해 7년 만에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이재구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대덕·광주·대구 연구개발특구의 산·학·연 구성원 간 네트워킹과 기술사업화를 촉진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혁신 가치를 창출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클러스터로 발돋움하는 한편 국가 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Q. 재단 출범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2005년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로 출범, 작년 1월 대구와 광주연구개발특구까지 관할하는 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로 한차례 명칭이 변경된 바 있습니다. 이번 재출범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역량을 다시 한번 결집해 세계 최고의 혁신 클러스터 전문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는 대내외적 위상과 추진 체계를 갖추기 위한 결정입니다.

대덕 특구는 현재 조성이 이뤄지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맞물려 국가혁신시스템(NIS)의 허브 기능을 수행하고, 이를 광주와 대구 특구로 연계·확산시켜 두 특구가 지역혁신시스템(RIS)의 허브로 자리매김하도록 유도하는 체제가 강화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NIS의 삼각편대가 한층 공고히 구축되는 것입니다.

Q. 지난 7년간의 성과는 무엇이 있을까요?
다양한 유무형의 성과들이 있었습니다. 정량적 측면에서만 봐도 2005년 출범 이후 통계적으로 확인되는 대덕특구의 성장지표가 그간의 성과를 단적으로 말해준다고 하겠습니다. 2010년을 기준으로 입주기업 숫자가 2005년 687개사에서 1,179개사로 71% 늘었고, 입주기업들의 매출도 17.6조원에 달해 2005년 대비 590%의 증가가 나타났습니다.

덧붙여 연구소 기업과 첨단기술기업이 2012년 현재 각각 30개사, 100개사가 신설 또는 지정됐으며 특구 정책의 핵심 사업이라 할 수 있는 기술사업화의 성공률 제고를 위해 지속 추진해온 기술사업화 선순환시스템 구축 역시 마무리 단계에 도달한 상태입니다.

특히 2010년 개관한 대덕테크비즈센터(TBC)에 이어 올해초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가 준공되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된 패키지형 지원시스템이 완성됐습니다.

Q. 재단의 역점 사업과 그 실현 방안을 말씀해주십시오.
재단 출범을 계기로 기관의 비전을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 클러스터 전문기관'으로 재정립하고 5대 사업추진전략을 확정했습니다. 연구성과 사업화 촉진, 국내외 산학연 네트워크 활성화, 특구 간 연계 강화, 비즈니스 지향적 인프라 구축,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 체계 구축이 그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오는 2014년까지 1,250억원의 특구펀드를 조성, 특구 내의 첨단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한편 정부 출연 연의 기술이 스핀오프된 연구소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여 연구개발(R&D)-비즈니스-재투자로 선순환 되는 벤처 생태계의 구축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또한 특구 간 공동기술 사업화의 고도화를 모토로 대덕 특구의 R&D 역량과 광주 및 대구 특구의 혁신자원을 연계하는 '허브-스포크(hub-spoke)'형 사업을 특구의 고유 사업모델로 정착시켜 나갈 것입니다.

Q. 퍼실리테이터, 즉 조력자의 역할을 강조하신바 있는데.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는 조력자, 촉진자 등 무엇을 용이하게 하는 사람이나 기능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러한 퍼실리테이터로서 재단의 역할은 특구 내 산학연 구성원들의 네트워크를 촉진하고, 연구 성과의 사업화라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새로운 경제가치를 창출해 내도록 유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장 및 수요자 중심의 특구육성사업을 바탕으로 특구가 보유한 우수기술의 조기 사업화를 촉진하고, 창업에서 성장에 이르는 단계별 니즈에 대응하는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여 사업 성공률을 높여 나갈 방침입니다.

Q. 기술사업화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기술수요조사를 더 충실히 하려 합니다. 탑타운(top-down)과 보텀업(bottom-up)방식을 병행하여 우수기술을 조기 발굴하고 여기에 기업의 요구사항을 매칭시켜 나가는 노력을 배가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기술사업화위원회, 과제기획자 문위원회, 비즈니스 코디네이터, 아이디어창업 맨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활용하고 있으며, 그 역할을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한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분석, 특구 맞춤형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적극 발굴하는 등 다양한 채널로 기술사업화를 이루고자 합니다.

Q. 구체적인 지원정책을 말씀해주신다면?
정말 쓸 만한 기술을 찾아 필요한 회사에 매칭하려는 노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와 관련 출연연의 기술이전전담조직(TLO)과 민간기술 거래기관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기술이전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적극 지원하는 한편 기술신탁 등 특구가 직접 기술을 이전하는 사업도 확대할 예정입니다.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업지원도 확장 할 계획입니다. 경영 애로사항 해소, 신규 아이템 발굴 등이 우선적으로 지원되며, 토털 디자인처럼 반드시 필요하지만 여력이 없어서 벤처기업이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분야도 도와주고자 합니다. 또 기업가 정신, 사업화 기획, 전략 도출 능력을 함양하는 ‘대덕 특구 기술사업화 3-Up 교육’을 필두로 기업의 성장단계 별로 필요한 교육도 실시할 것입니다.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술사업화 자금 지원의 경우 사업화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세심하게 선별하는 것은 물론 평가과정이 한층 공정하고 객관화될 수 있도록 사전기획, 수요조사, 과제 지원·관리를 철저히 수행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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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우수한 기술을 찾아서 공개하고, 이 기술을 활용해 최고의 사업모델을 제시하는 기업에게 기술을 이전하여 자금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지속 발전시켜 나간다는 얘기입니다.

Q. 대덕 특구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연계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대덕 특구는 이미 대학, 연구소, 기업 등의 지식생산조직과 인력이 집적돼 있고 네트워킹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혁신클러스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들어서면 대덕의 모습도 크게 변모할 것입니다.

실제로 과학벨트에는 중이온 가속기와 기초과학 관련 연구단이 들어서는 등 4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4~5년 뒤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기초과학 분야의 성과가 도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성과를 응용기술, 융합기술과 연계해 사업화하는 것은 연구조직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초과학 연구성과를 사업화할 새로운 사업화연계기술개발(R&BD) 모델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7년간 기술사업화와 관련해 다양한 노하우를 축적해온 재단이 바로 이 부분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이외에도 재단의 노하우를 기초과학과 접목시킬 방안을 고민 중에 있습니다.

Q. 해외의 클러스트에 비해 국내 특구들의 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국내 특구들 역시 성공적이라 평가됩니다. 지난 30여년 동안 과학연구단지로 성장해 온 대덕을 시대적 변화에 맞춰 비즈니스 지향적 혁신클러스터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다양한 측면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 주요 혁신 클러스터 꼽히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 핀란드의 오울루, 스웨덴의 시스타 등과는 역사적 배경과 성격에 차이가 있어 절대비교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대덕 특구는 그들과 대등하게 어깨를 견줄 만큼 글로벌 브랜드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대덕 특구는 타 국가의 과학기술단지(STP)와는 달리 1960~70년대의 열악한 경제상황 속에서 과학기술을 통한 경제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출발한 클러스터입니다. 그리고 국내 경제가 고도 압축 성장하는데 실질적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러한 차별성을 모태로 대덕 특구의 글로벌화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플랫폼으로써 한국형 STP 전수 교육 및 컨설팅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Q. 실질적인 전수 사례도 있는지요?
재단은 현재까지 전 세계 49개국에 한국형 STP 모델 전수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또한 에콰도르의 야차이(Yachay) 프로젝트에서 STP의 조성 사업,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대학의 사이언스 파크 조성·운영 프로젝트에 대한 컨설팅을 수행 중입니다.

이외에도 현재 중앙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지의 많은 개발도상국들로부터 노하우 전수와 컨설팅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재단은 앞으로 더 많은 개도국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별 상황과 과학기술 발전 수준을 고려한 내실 있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설계할 방침입니다. 다만 이런 개도국과의 협력은 에너지나 자원의 확보, 후속 건설사업과의 연계 등 전략적 측면에서 국익을 충분히 고려한 후 우선순위를 정해 추진하려 합니다.

Q. 혁신 클러스터의 성공요건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혁신 클러스터에는 대학, 연구소, 기업 등 다양한 조직이 밀집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으며, 이들이 창출하는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혁신 능력과 경쟁력 제고를 추구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혁신 문화를 바탕으로, 산학연 구성원간 네트워크와 상호협력이 필수적이지요. 혁신 클러스터에서 오픈이노베이션과 집단지성이 활발히 작동하려면 인적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야 합니다. 이스라엘이 과학기술·벤처창업 강국이 된 동력원이나 세계의 혁신 클러스터 성공사례를 보면 모두 잘 짜여진 인적 네트워크가 기반이 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Q. 10년 후 국내 특구의 미래상을 전망해 주신다면?
대덕 특구의 경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과 결합시켜 생각할 때 중이온 가속기 가동 등 기초원천기술 역량이 대폭 강화되고 최첨단 기술과 비즈니스가 연계돼 세계를 선도하는 혁신 클러스터 허브로 거듭나리라 확신합니다.

이 같은 대덕특구3.0 버전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향후 10년 후에는 연구개발,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소프트 파워까지 결합된 새로운 문화가 정착된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광주와 대구 특구 역시 현재의 비즈니스 중심에서 역량이 대폭 축적되는 것은 물론, 광주 첨단지구나 대구 테크노폴리스 등과 융합하면서 지역 혁신 클러스터의 거점이자 글로벌 혁신 클러스터다운 면모를 갖추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스핀오프 (spin off)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정 사업분야를 독립시키는 회사 분할.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경우 연구원이 자신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창업하는 것을 말한다.
소프트 파워 (soft power) 교육, 학문, 예술 등 인간의 이성과 감성적 능력을 포함하는 문화적 영향력. 군사력, 경제력 등 물리적 힘을 의미하는 하드 파워(hard power)에 대응되는 개념이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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