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무선 충전 전기항공기

PLUG-IN THE SKY

전기항공기는 친환경 항공기의 대표주자다. 하지만 배터리 성능의 한계로 비행거리가 짧다는 게 최대 아킬레스건. 그런데 최근 비행 중인 전기항공기를 지상에서 무선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며 관련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공중급유기의 개발로 전투기의 작전범위는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공중급유만 계속 이뤄지면 지상에 착륙할 필요 없이 전 세계 어디든 날아가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이런 시스템을 가장 부러워하는 존재가 있다면 아마도 전기항공기일 것이다.

전기항공기는 항공업계의 환경친화적 노력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지만 짧은 비행거리로 인해 레저·스포츠용 경량항공기(LSA) 이상의 주류 항공산업에는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의 배터리는 크기나 중량 대비 전력 저장능력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때문에 1~2인승 LSA급의 비행거리가 300~400㎞ 수준에 불과하다. 해외여행은 차치하고 국내여행에도 무착륙 비행에 물의가 있는 수준이다.

다수의 전기항공기들이 친환경성을 일부 포기하고 항공유, 휘발유, 바이오연료 등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시스템을 채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대공 레이저 충전
이런 가운데 최근 전기항공기의 미래를 바꿔놓을 혁신적 기술이 개발됐다. 비행 중인 전기항공기의 배터리를 지상에서 충전할 수 있는 지대공 레이저 충전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 워싱턴주 소재 무선충전시스템 기업 레이저모티브가 개발한 이 기술은 글자그대로 레이저 빔을 활용해 무선충전을 구현한다.


지상의 발신기에서 하늘에 떠 있는 항공기를 향해 레이저를 쏘면 항공기에 내장된 광전지가 이 빛을 전력으로 변환, 배터리를 충전하는 메커니즘이다. 햇빛으로 전기를 얻는 태양전지와 유사한 구조라고 생각하면 된다.

관련기사



과연 현실에서 실제로 구현이 될까. 의구심은 접어라. 이미 지난 7월 유명 군수기업 록히드마틴이 자사의 무인항공기(UAV) '스토커(Stalker)'를 가지고 실증시험에 성공했다.

풍동실험실에서 진행된 시험에서 스토커는 무려 48시간 동안 비행을 계속했다. 원래의 비행가능시간을 2,400%나 넘어선 것이었다. 이 성공에 힘입어 록히드마틴은 8월초 야외 환경에서도 무선 충전 실험을 성공리에 마치고 실용화를 위한 기술고도화에 착수한 상태다.

야외 실험에서는 주·야간, 기온, 날씨, 풍속 등 다양한 환경조건에 따른 충전 효율 및 충전 거리가 중점 점검됐으며 최대 600m까지 의미 있는 수준의 충전이 이뤄졌다. 특히 이동 중인 UAV를 실시간 추적해 정확하고 지속적으로 레이저가 도달해야 충전효율이 높아지는데 500m거리에서 오차가 1㎝ 이내였다.

5년내 수 ㎿급 무선 전송 구현
물론 무선전력전송은 레이저모티브가 최초는 아니다. 비운의 천재과학자 니콜라 테슬라가 그 가능성을 입증한 이래 관련기술이 끊임없이 발전해왔으며 휴대형 IT 기기와 전기자동차를 위한 무선 충전시스템은 상용화의 문턱에 와 있다. 그러나 기존 기술은 극명한 한계가 있다.

가장 진보됐다는 '전자기 감응 공명(ECR)' 기술조차 송전거리가 수m를 넘지 못한다. 그럼에도 360도 전방향으로 전력을 쏘아대는 탓에 송전효율은 50% 미만이다.

반면 레이저는 특정 타깃에 빛의 집중이 가능해 송전거리에서 확연한 우위를 점한다. 스토커 실험에서 입증된 것처럼 말이다. 효율 역시 레이저 송·수신기를 UAV의 크기에 맞춰 소형화했음에도 4㎾의 전력 중 1㎾(29%) 이상이 전달됐다.

레이저모티브에 따르면 추가적 시스템 개량과 레이저 발신장치의 대형화를 통해 송전 거리와 효율을 각각 수㎞, 수백㎾로 증진시킬 수 있다. 향후 1년 안에 100m 이내 거리에서 수십㎾, 5년 내 1㎞ 이내에서 ㎿의 무선 전력 전송을 구현한다는 게 이 회사의 방침이다. 효율의 경우 50% 이상을 목표로 수년 내 30%를 달성할 계획이다.

전기항공기, 인공위성, 달기지까지
이 마스터플랜이 현실화되면 전기항공기 산업 전체에 혁명적 진보가 나타난다. 다수의 전기항공기를 동시에 충전하는 대형 레이서 시설을 지상 및 해상 곳곳에 배치, 비행거리를 무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곧 전기항공기가 항공업계의 주류로 편입됨을 의미한다. 개인들이 주 고객인 LSA 시장의 활성화는 당연하고, 10~20인승 전기항공기로 구성된 저가 국제항공사가 탄생할 수도 있다. 기존 항공사들도 비수기나 승객이 많지 않은 노선에 중소형 전기항공기를 투입, 비용절감을 꾀할 수 있다.

기술적 타당성과 효용성을 인정한 미항공우주국(NASA)은 작년 8월 인공위성과 로켓 발사체에 적용할 무선전력전송시스템 개발 계약을 레이저모티브와 체결하기도 했다. 기술이 완성된다면 위성의 수명은 지금의 수십배 이상 늘어나며, 인화성 연료의 사용 없이 로켓발사가 가능해져 우주비행사들의 안전성이 대폭 향상된다.

레이저모티브는 여기서 더 나아가 먼 훗날 달기지가 건설됐을 때 기지운용에 필요한 동력을 지구에서 무선 전송하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소형 UAV의 1㎾급 배터리를 무선 충전한 성과에 항공업계가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처럼 레이저 무선 충전이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과 미래를 바꿔놓을 수 있는 기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파퓰러사이언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