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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성 3호 위성 발사' 북한 우주항공 기술력의 실체



북한이 최근 '은하 3호' 발사체로 인공위성 ‘광명성 3호'를 지구궤도에 올려놓았다. 이번 일로 국내외가 떠들썩하다. 특히 국내에서는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확보한 것이라는 말도 있고, 나로호의 잇단 실패와 발사 연기에 빗대어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광명성 3호의 기술적 의미는 정확히 무엇이며 북한 우주항공 기술력의 실체는 어느 정도일까.

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작년 12월 12일 오전 9시 49분.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의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은하 3호 발사체(로켓)가 중량 100㎏의 인공위성 '광명성 3호' 2호기를 탑재한 채 하늘로 치솟았다. 발사 후 1시간 30분이 지난 오전 11시 23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광명성 3호 2호기가 예정된 궤도(고도 500㎞의 태양동기궤도)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정오에는 조선중앙티비에서도 특별방송을 통해 발사 성공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했다.

이번 북한의 은하 3호와 광명성 3호 발사는 우리나라와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들 모두가 발사시기를 정확히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게다가 자국 위성을, 자국 영토 내에서, 자국 발사체를 이용해 궤도에 올린만큼 우리나라가 나로호를 통해 얻고자 했던 세계 10번째 우주클럽 가입이라는 영예도 사실상 북한에게 넘겨줘야할 처지다.

물론 가장 민감한 부분은 로켓 기술이 가진 특성에 있다. 발사체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등 비군사적 목적의 로켓인 동시에 인명살상이 가능한 탄도미사일이라는 양날의 검이기 때문이다. 유엔(UN)이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계획 발표에 맞서 이를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한 것이나 발사 직후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이 안보리 결의안 위반을 이유로 북한 제재 절차에 착수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태양동기궤도(Sun Synchronous Orbit) 궤도면과 지구의 공전면이 일정한 각을 이루며 궤도면의 회전 방향과 주기가 지구의 공전 방향 및 주기와 동일한 궤도. 태양을 항상 같은 자세로 바라보기 때문에 태양전지를 통해 균일한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북조선 히어로즈
은하 3호 발사체의 발사를 앞둔 중앙통제센터의 모습. 나로호의 발사지휘센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내 기술과 남의 기술

북한의 우주항공 기술력의 실체에 다가가려면 북한이 이번 발사에 사용한 로켓과 위성의 성능부터 알아보는 게 먼저다. 워낙 폐쇄적인 탓에 상당부분 추측에 근거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번 발사에 사용한 은하 로켓은 북한의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에서 만든 3단 발사체로 길이 32.01m, 직경 2.41m, 중량 85톤이다.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우주개발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총지휘하는 국가기관이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와 내각의 지도를 받고 있으며 조선인민군 전략로케트군과도 긴밀한 관계에 있다. 참고로 나로호에 이어 우리나라가 2021년 발사 예정인 3단 로켓 '한국형발사체(KSLV-II)'는 중량 약 200톤, 길이 45m, 직경 약 3.3m로 설계될 예정이다.

아무튼 은하 로켓의 1단에는 노동 2-1호 엔진 4기가 클러스터형으로 장착돼 있으며 추력이 1,200킬로뉴턴(kN), 비추력 252초, 연소시간 120초다. 연료는 산화제로 적연질산(赤煙窒酸, RFNA), 추진제로 비대칭 디메틸히드라진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2단은 노동 미사일 엔진 1기를 장착했으며 추력 250kN, 비추력 255초, 연소시간 110초, 연료는 1단과 동일하다. 마지막 3단의 경우 은하 2-3호 엔진 1기를 장착해 추력 54kN, 비추력 270초, 연소시간 40초의 성능을 발휘한다. 연료는 고체연료를 쓴다.

이와 관련 1단용 노동 2-1호 엔진은 스커드 미사일의 엔진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며, 2단 엔진에는 SSN-6 미사일 기술이 적용됐다고 알려져 있다. 또 3단 엔진은 이란이 개발한 사피르 발사체의 2단과 동일하다고 판단된다. 즉 은하 로켓에 적용된 기술력은 미국이나 소련이 1950년대말~1960년대초에 개발했던 수준에 불과하다. 은하 3호를 북한이 독자 개발한, 선진국에 어깨를 견줄 만한 로켓으로 보기에는 물의가 있다는 얘기다.

또한 인공위성 등의 탑재체를 궤도에 올려놓는 3단의 엔진은 아무리 봐도 다른 나라에서 로켓이나 우주선의 궤도 수정에 활용하는 보조추진기를 여러개 묶어 놓은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북한이 현재까지도 로켓을 제작할 때 이란, 중국, 러시아 등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점은 독자 로켓 개발 기술력을 완벽히 갖추지 못했다는 심증을 더욱 굳혀준다.

다시 말해 은하 3호는 다른 로켓들을 짜 맞춘 모자이크식 발사체일 가능성이 크다. 제작 과정에서 북한의 독자 기술이나 해외기술을 통해 개량과 개조가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여타 우주클럽 가입국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은하 3호에 실렸던 광명성 3호 위성은 어떨까. 북한측 주장에 의하면 이 위성은 지구 및 기상관측용 위성으로 데이터는 극초단파, 동영상은 X밴드 주파수로 지상에 전송한다. 그러나 해외의 우주항공 전문가들은 그 성능에 회의적 견해를 내비친다. 일례로 미국 스탠퍼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무기체계 전문가 닉 한센 박사는 광명성 위성과 관련 "대학생들이 과제를 위해 만든 위성보다 못한 성능"이라며 "북한의 독자 기술로 제작되기는 했지만 어떤 기준으로 봐도 원시적이기 짝이 없어 제대로 작동할지 장담키 어렵다"고 혹평을 퍼붓기도 했다.

비추력(specific impulse, 比推力) 추진제 1㎏이 1초 동안 소비될 때 발생하는 추력. 비추력 값이 클수록 추진제의 성능이 뛰어난 것이다.



"광명성 3호는 대학생들이 과제를 위해 만든 위성보다 못한 성능입니다. 북한의 독자 기술로 제작되기는 했지만 어떤 기준으로 봐도 원시적이기 짝이 없어 제대로 작동할지 장담키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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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판 1승
북한의 은하 로켓도 나로호처럼 두 번의 실패를 겪었다. 맏형인 은하 1호는 2009년 4월 5일, 은하 2호는 2012년 4월 13일 발사됐지만 모두 실패했다.

미 본토 타격 가능한 ICBM?!

작년 12월 국방부는 "수거한 은하 3호의 산화제통을 분석한 결과, 적연질산이 들어있었음을 확인했"며 "일반적으로 우주 발사체는 액체산소를 쓰지만 오랜 기간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한 적연질산을 산화제로 사용한 것은 은하-3호가 ICBM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산화제통은 길이 7.45m, 직경 2.4m, 두께 3.8㎜, 중량 1.13톤으로 48톤의 산화제를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뮬레이션 결과, 118톤의 추진력을 보였고, 500㎏의 탄두를 탑재할 경우 최소 1만㎞ 이상 날아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1만㎞면 북한에서 발사하여 미 서해안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북한은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로 미국 본토를 핵무기로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갖게 된 것일까? 해외 군사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중량 100㎏의 소형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 것과 다른 대륙의 목표물에 핵탄두를 날리는 것은 엄청난 기술적 차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센 박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이렇게 설명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북한의 대미 미사일 위협은 과장된 것입니다. 은하 로켓은 길이가 30m가 넘어요. 연료도 액체여서 장기간 연료가 채워진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죠. 그리고 북한에는 은하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장소가 동해와 서해 두 곳 밖에 없습니다. 이게 과연 실용적인 무기개발프로그램의 모습일까요? 제가 보기에는 아닙니다."

이 분석은 분명 합리적 근거를 갖고 있다. 30m는 현대의 ICBM에 비해 상당히 긴 길이임에 틀림없으며 길이가 길수록 차량이나 열차, 잠수함 등의 이동수단은 물론 지하 격납고에 숨기기에도 힘들어진다. 또 ICBM은 언제든 발사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안전성도 확보하기 위해 고체연료를 쓴다. 액체산소 대비 저장성이 좋다고 해도 액체인 적연질산과 비대칭 디메틸히드라진은 보존기한이 2년 정도며 만의 하나라도 누출되면 인체에 매우 유독하다. 위치가 뻔히 노출돼 있는 발사장의 군사적 비합리성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 모든 상황을 감안하면 은하 로켓이 실용성 높은 장거리 ICBM 개발의 발판이 된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선 아직 가야할 길이 까마득히 멀다.

그리고 로켓기술의 확보가 곧 ICBM 기술의 확보도 아니다. 북한이 정말 핵탄두를 쏠 수 있는 ICBM을 가지려면 지금 그들이 가진 로켓으로 운반 가능한 크기와 중량(500㎏ 이내)의 핵탄두가 필요하다.

재래식 탄두를 실을 수도 있겠지만 기껏해야 수톤 밖에 안 되는 폭약을 정확도가 떨어지는 ICBM에 장착하고 쏘는 것은 군사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거의 없다.

은하 3호를 ICBM과 연결시키기 힘든 요인은 또 있다. ICBM은 지구 대기권 재돌입 시에 생기는 엄청난 마찰열로부터 핵탄두를 보호해야 한다. 북한은 아직 이 부분에 충분한 기술력이 있음을 증명하지 못했다. 이외에도 더 자세히 파고 들어가면 문제는 끝도 없이 나온다.

은하 로켓이 실용성 높은 장거리 icbm 개발의 발판이 된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선 아직 가야할 길이 까마득히 멀다.



자화자찬 선전공세
북한은 은하 3호 발사에 참여한 과학자 101명에게 영웅 칭호를 주며 극진히 환대했다.

북한의 진짜 의도

그렇다면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박을 무릅쓰고 은하 3호 발사를 강행한 진의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체제 결속이다.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후 북한의 새로운 국가원수로 등장한 김정은은 국가원수로서는 너무 젊은데다 지지 기반도 비교적 취약하다. 그래서 로켓 발사와 같은 이벤트의 성공을 통해 당심과 군심, 민심을 휘어잡아야 할 절박함을 안고 있다.

또한 북한은 세계 최악의 빈곤국가인 동시에 미국, 중국, 일본, 우리나라 등의 경제·군사 대국들과 정치적·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아이러니한 입장에 처해 있는 나라다. 덩치가 작고 힘도 약한 아이가 덩치 크고 힘센 아이들 틈에서 제 목소리를 낼 방법은 큰 아이들의 약점을 공략해 일격에 쓰러뜨릴 무기를 손에 쥐는 것뿐이다. 국력으로는 주변국들을 이길 수 없는 북한이 주변국들과의 관계에서 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면 ICBM과 같은 강력한 한방, 아니 최소한 그런 한방이 있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해외의 주요 군사전문가들은 이것이 평화로운 우주개발을 명분삼아 발사된 은하 3호의 진정한 실체로 보고 있다.

광명성 3호 위성은 발사 10여일 만인 작년 12월 23일 미국의 위성추적시스템에 의해 원래 목표했던 고도 500㎞의 원궤도가 아닌 근지점 499㎞, 원지점 584㎞의 타원궤도에 위치하고 있으며 속도도 정상적 궤도 유지에 필요한 초속 7.8㎞에 못미치는 것으로 관측됐다. 때문에 궤도가 점점 낮아져 예정됐던 수명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이르면 2개월, 늦어도 6개월이면 궤도를 완전히 이탈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구 소련이 발사한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의 수명이 3개월, 스푸트니크 2호가 6개월이었으니 북한의 인공위성 기술력조차 1950년대 소련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은하 3호와 광명성 3호가 ICBM의 보유는커녕 스푸트니크 1호 위성이 미국에 전해준 심리적 충격만큼의 효과도 주기 어렵다는 확실한 증거다.

단지 진실이 그렇더라도 우리는 북한의 자화자찬을 조롱하며 코웃음을 치기만 해서는 안 된다. 1957년 스푸트니크 위성을 싣고 갔던 러시아의 R-7 세묘르카 발사체가 1960년부터 세계 최초의 실용 ICBM인 SS-6이 되어 실전 배치된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갈 길이 멀지만 북한은 확실히 핵무장국으로 가는 발걸음을 떼어 놓았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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