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블랙록의 새로운 채권 매입 플랜

[FINANCIAL MATTERS] BLACKROCK’S NEW BOND PLAN

거대 자산운용사 매니저가 채권 판매자와 매입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by Katie Benner


콜로라도 주 루이스빌의 네트워크 운영 업체 자요 그룹 Zayo Group은 지난해 여름 인수합병 이후 15억 달러의 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그러나 높은 수익률의 채권을 발행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최근 유럽 위기로 인해 정크 본드 금리가 급등하는 바람에 대출 비용이 훨씬 더 높아졌다. 하지만 자요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 회사 자문역들이 마술을 부렸기 때문은 아니었다. 한 채권 매입 업체의 독특한 신사업모델 덕분이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1조2,000억 달러의 고정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블랙록이었다. 블랙록은 자요의 투자은행이 채권 매입을 제안하기를 기다렸다가 이를 사들이는 기존 모델을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채권 제안을 준비하는 동안 은행, 자요와 함께 긴밀히 협력했다. 블랙록은 세부사항을 면밀히 검토하고, 대출계약 내용과 안전보장 조치 등 자신들이 원하는 부분에 대해 조언을 해주었다.

실제로 자요의 회사채가 시장에 발행될 즈음, 블랙록은 각 분할 지분의 12~15%를 자요로부터 직매입하기로 합의했다(기존의 채권발행 모델로 매입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다). 그리고 이 방식은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투자할 현금이 충분했던 블랙록은 채권을 매입할 수 있었다. 자요는 보다 낮은 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블랙록이 채권을 면밀히 검토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요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켄 데가렌느 Ken desGarennes는 "이러한 사업모델, 그리고 블랙록과의 관계 덕분에 우리에게 더 유리한 가격을 설정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자요는 블랙록의 대규모 채권 주문을 통해 지원을 받았다. 그리고 이 자산운용사의 승인 덕분에 자요는 다른 쪽에 채권을 판매할 수 있었다.

이 새로운 사업모델-달리 무슨 이유가 있겠나?-은 바로 금융위기 때문에 등장한 것이다. 블랙록의 국제자산거래 책임자 리치 프라거 Richie Prager는 주택담보증권의 몰락이 "월가에서 만든 요리를 함부로 먹는 것"의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교훈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는 자산의 최종보유자로서 이러한 증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더욱 주의를 기울이면서 새로운 채권을 발굴해야 했다"며 "우리의 전제는 채권발행 과정에 좀 더 긴밀히 다가가는 것이었다. 즉, 채권 판매자 및 발행자와 의견을 공유해 모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을 창조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블랙록은 이러한 신사업모델을 통해 2010년 말부터 지금까지 100건 이상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그 규모는 총 200억 달러에 이른다. 블랙록은 이 모델로 유럽지역의 부채 문제에 접근하고 있으며, 올해는 아시아 채권 시장에 진출하길 희망하고 있다.

초기에는 (다른 회사가 자기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투자은행들이 반대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블랙록은 채권발행 과정에서 은행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프라거는 블랙록이 채권을 판매할 수 없고, 기업으로부터 직접 채권을 매입해도 은행은 여전히 수수료를 받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 그들을 안심시켰다. 그는 은행들이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시장에 더 빨리 채권을 내놓아 자본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은행들은 현재 이 자산운용사의 새롭고 적극적인 역할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블랙록은 기업채권의 발행방식을 바꾸는 첫걸음을 뗐다. 새로운 방식이 계속 성공을 거둔다면 분명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뒤를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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