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대규모 ETF 전쟁

The great ETF mega-war

뱅가드 Vanguard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업계 선두주자인 블랙록 BlackRock과 스테이트 스트리트 State Street에 도전장을 던졌다. 고래싸움 뒤에서 투자자들은 웃고 있다.
by Erika Fry


뱅가드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공식을 앞세워 뮤추얼 펀드 정상에 등극했다: 수수료를 낮추고 인덱스 펀드 판매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 뱅가드는 수수료가 저렴한 지수연동 상품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바로 상장지수펀드(Exchange-Traded Funds)다-에도 이런 투자 철학을 적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성공적으로 ETF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뱅가드는 4년 만에 ETF 시장 점유율을 18.2%로 확대했다. 이는 주로 블랙록이 2009년 인수한 ETF 업계 1위 아이쉐어 iShare의 점유율을 빼앗은 결과다. 펀드 평가사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아이쉐어는 여전히 41.2%를 점유하고 있지만 3년 전에 비하면 7% 하락한 수치다. 미국자산운용사 SSGA(State Street Global Advisors)의 계열사인 SPDR이 24.4%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자산규모 2조2,000억 달러의 뱅가드가 3조7,000억 달러의 블랙록과 맞대결을 펼치고 있고, 2조1,000억 달러의 SSGA는 한발 물러서 지켜보는 형국이다. 그야말로 거물들이 '쩐의 전쟁'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뱅가드의 수수료는 이들 경쟁사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도 최저 수준이다. 펀드조사기관 리퍼 Lipper가 지난해 9월까지 집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뱅가드의 주식 ETF 수수료 0.15%는 업계 평균 0.56%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뮤추얼 펀드의 평균 수수료는 1.29%이다).

뱅가드의 수수료 인하 방식은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작년 4월 뱅가드가 수수료 인하를 단행하자, ETF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찰스 슈왑 Charles Schwab이 8월에 이를 능가하는 최저수수료(0.04%)를 도입했다. 이어 블랙록이 10월 수수료 인하와 함께 수수료를 낮춘 신규 ETF 상품을 출시했고, 업계 4위인 인베스코 Invesco는 11월 수수료 인하 움직임에 동참했다. 뱅가드도 2013년부터 일부 ETF 상품의 추종 지수를 변경하겠다고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12월 다시 수수료를 인하했다. 이러한 지수 변경은 추가적으로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인덱스 유니버스 IndexUniverse의 매트 휴건 Matt Hougan ETF 리서치 센터장에 따르면, 최근 수수료 인하 양상은 지난 몇 년간 펼쳐진 '전쟁'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수수료 인하가 시작된 시점은 투자자들이 뱅가드의 신흥 국가 ETF를 주목하면서부터였다. 당시 업계 선두였던 아이쉐어의 수수료가 0.75%였다. 뱅가드는 반도 안되는 0.35%를 수수료로 책정했고 더 높은 수익률도 냈다. 이 펀드의 성공 덕분에 투자자들이 수수료가 저렴한 다른 뱅가드 ETF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거듭되는 수수료 인하에도, ETF 회사들은 수수료 전쟁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단호하게 부인하고 있다. 래리 핀크 Larry Fink 블랙록 CEO는 최근 한 애널리스트와의 통화에서 수수료 인하 전쟁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역설했다. 아이쉐어의 글로벌 시장 및 투자 본부장인 패트릭 던 Patrick Dune은 "수수료 인하는 투자자를 위한 것이지, 경쟁사를 의식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뱅가드도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뱅가드의 투자자문 서비스 매니징 디렉터인 마사 킹 Martha King 은 "우리는 수수료 인하 전쟁을 하고 있지 않다. 다만 지난 수십 년 동안 해왔던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할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고, 이런 변화는 '뱅가드 효과'와 관련이 많다고 인정했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수료가 낮은 투자 상품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 이 점을 간파한 경쟁사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자신들의 투자 상품 수수료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수수료 인하에 동참하지 않았다. 이 회사의 글로벌 ETF 전략 및 컨설팅 본부장인 케빈 퀵 Kevin Quigg은 SPDR 펀드 수익률이 좋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가 필요 없다고 말한다. 그는 "펀드 규모가 크기 때문에 더 많은 유동성을 확보하고, ETF를 구성하는 주식을 매력적인 가격에 매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점점 성장하는 ETF 시장을 두고 선두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자산운용협회(Investment Company Institute·이하 ICI) 에 따르면, ETF 자산 규모는 지난 10년 동안 12배 증가했다. 작년 11월 기준으로 1조 3,000억 달러에 이른다(이는 지난해 시장 점유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블랙록이 기록적인 ETF 자금 유입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의미다).

ETF의 성장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과거 주식 투자자들은 두 자릿수 수익률 달성을 기대했기 때문에 수수료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시절은 머나먼 기억이 되어 버렸다. 성장형 펀드인 액티브 펀드 매니저 대부분이 인덱스 펀드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은 과도한 수수료 지급을 꺼리고 있다. ETF의 매력이 더욱 커지는 이유는 이렇다: 우선 뮤추얼 펀드보다 거래가 더 용이하고, 일반적으로 세금을 더 적게 낼 수 있는 조세효과를 누린다. 지난해 뮤추얼 펀드의 '대부'격인 핌코 Pimco가 ETF 형태의 대규모 토털 리턴 펀드 Total Return Fund를 출시하자, ETF 상승세는 더욱 탄력을 받았다.

최근에는 주식형 ETF가 대세다. ICI에 따르면, 뮤추얼 펀드 업계는 지난 몇 년 동안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꾸준하게 빠져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2012년 11월까지 1,220억 달러가 유출됐다. 반면 같은 기간 1,006억 달러의 자금이 주식형 ETF로 유입됐다.

채권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작년 11월까지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졌지만, 이 자금 중 4,000억 달러 정도는 채권 뮤추얼 펀드로 몰려들었다. 520억 달러 정도만 채권형 ETF로 유입된 것과 대조적이다. 12조 9,000억 달러를 운용하는 뮤추얼 펀드 시장 규모가 ETF 시장을 계속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ETF 수수료 인하에 따라 금융 환경이 재편되고 있다. 휴건은 "ETF의 수수료 인하는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정말 놀랄만한 일이다"라고 평가한다.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 벤 존슨 Ben Johnson은 이 현상이 ETF 투자자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그는 수수료 인하 전쟁―연이은 수수료 인하 상황을 뭐라 표현하든지―이 뮤추얼 펀드의 수수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우리는 수수료 인하 전쟁을 하지 않는다. 다만 지난 수십 년 동안 해왔던 방식대로 회사를 운영할 뿐이다."
-마사 킹, 뱅가드 투자 자문 서비스 매니징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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