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이달 개막되는 2002 동계올림픽 주경기장

마크 노먼은 올해 동계 올림픽 개최지인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의 새로운 주경기장 빙판 위에 서 있었다. 경기장안은 소란스러웠다. 첨단 방습시스템 설치 때문이었다. 끊임없는 공사소음 가운데 노먼은 이렇게 말했다. “이 시스템만 완성되면 경기장안의 모든 장비들을 한 곳에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됩니다.”
설비감독인 노먼은 이달 8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2002년 동계올림픽’울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최첨단 시설을 갖춘 아이스 경기장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노먼에 따르면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여자부와 남자부 500m, 1,000m, 1,500m 경주, 여자부의 3,000m, 남자부의 10,000m 경주를 포함한 10개의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 모두에서 그동안의 신기록이 모두 경신될 것이라고 한다.

1924년 프랑스의 샤모니에서 최초로 동계올림픽이 개최된 이래로 18번의 동계올림픽을 치르는 동안, 모든 기록이 경신되는 일은 한번도 없었다. 비록 올림픽에 출전을 하지는 못했지만 노먼은 두 번이나 올림픽 선발시험에 응했을 만큼 스케이트에 관해서는 전문가다. 그는 지난 10년 간 스케이트장 관리를 해왔으며 2년 전부터는 동계올림픽 주경기장의 시설을 담당해왔으며 빙판의 프랑켄슈타인이라고 불릴 만큼 첨단 아이스 경기장 건설에 집중해왔다.


노먼이 건설한 새로운 스케이트 경기장은 신기록을 깰 수 있을 만큼 매끄러운 빙판이 설치된 3천만불짜리 최첨단 경기장이다. 천장의 높이에서 미묘한 온도와 습도의 변화를 감지하는 정교한 장비에 이르기까지, 경이적인 환경 통제시설을 갖춘 주경기장 건물은 지금까지 건설된 어떤 경기장보다도 우수하다. 빙판아래 설치된 53km길이의 폴리우레탄 재질의 파이프를 따라 1,000t의 냉각된 칼슘 클로라이드 용액은 빙판의 온도를 수백 분의 1도 까지 측정할 수 있다.

직경이 3.8cm인 이 파이프는 10cm간격으로 경기장 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소금물인 클로라이드 용액은 바닷물인 담수보다 낮은 온도에서 빙결하기 때문에 섭씨 영하 8도에서 냉각시킨다. 특수하게 배치된 온도계들은 지속적으로 건물의 환경을 측정하게 된다. 이중 12개는 스케이트장의 콘크리트 벽에 설치돼 내부공기의 온도를, 4개의 초민감성 자외선 온도계는 천장에서 얼음 표면의 온도를 측정한다. 자외선 온도계는 지속적으로 정보를 컴퓨터로 전송, 필요할 때면 언제 어디서나 칼슘 클로라이드 용액을 배출하게 된다.

경기장내의 먼지 소립자들이 순수한 얼음의 표면으로 끌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 경기장은 한 개가 아닌 두 개의 공기여과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다. 하나는 입자가 좀 더 큰 먼지를 제거하는데, 다른 하나는 미세 먼지 제거용이다. 습기를 제거하는 제습기도 설치되어 있다. 새로운 제습기는 스케이트장 내의 습도를 3%내로 유지시켜 상당히 메마른 수준이다. 전 국가대표 감독인 바트 쇼우텐은 지난 9월 경기장 트랙에 비치된 아이스 로그(일지)에 “얼음은 기록을 끌어올리는 신(God)이다”는 내용의 기록을 남긴바 있다.

스케이트 선수들은 얼음은 신(God)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다. 선수들의 기록을 결정적으로 끌어올리는데 얼음인 이 빙판이 신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경기장에서 지난 1월 열린 세계 챔피언 선수권대회에서 스케이트 선수들은 모두 5개의 세계 신기록을 낸 바 있다.

새롭게 건설된 이 주경기장은 지리적으로 볼 때도 신기록이 쏟아져 나올만하다. 캐나다 캘거리 경기장보다 427m나 더 높은 해발 1,425m에 위치해있어 공기의 밀도가 낮기 때문에 움직이는 물체에 공기저항을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높은 고도는 기록을 경신할 수 있는 장점 중 하나에 불과하다. 모든 가능한 기술을 잘 활용한다는 의지가 신기록을 유도하는 것이다. 스피드 스케이팅분야는 14세기 처음 시작된 이래 크게 발달하지 않았다.

빙판과 경기장, 스케이트 모두 변한 것이 거의 없다. 2년전 레이크 플라시드에서 5관왕을 차지했던 에릭 하이든이 사용한 스케이트는 1850년 필라델피아의 부쉬넬에 의해 처음 소개된 초기의 금속날을 가진 스케이트와 같은 디자인을 한 것이었다. 지난 1980년, 스케이트 선수들은 변화를 하고 싶어했다. 첫 번째로 변한 것은 실내경기장. 최초의 실내 경기장은 1986년 네덜란드의 히렌빈에 건립되었으며 이후 1988년 동계올림픽을 위해 캘거리에 세워졌다.

실내 경기장은 스케이팅의 속력을 저해하는 바람이 없다. 즉, 폐쇄된 시스템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노먼과 같은 빙판전문가들이 빙판의 온도나 습도와 같은 변수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스케이터들은 그립(악력)과 글라이드(활주)라는 두 가지 속성을 원한다.

그립은 부드러운 빙판에서, 글라이드는 단단한 빙판에서 얻을 수 있으며 이 두 가지 속성은 경기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다. 그립은 스케이터가 원심력에 저항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시기인 경기 출발 시에 매우 중요하다. 반면, 장거리선수는 한번의 밀어내기(앞으로 나가기 위한 동작)에서 최대한 추진력을 내는 글라이드를 필요로 한다.

올림픽 경기기간동안, 노먼과 그의 동료들은 각 경기마다 공기의 온도와 빙판의 강도를 조절하게 될 것이다. 경기 시작 처음 2일 동안은 남자 500m와 여자 3,000m경기가 열린다.


한편, 스케이트화에 대한 여러 가지 기술도 나왔다. 그동안 스케이트화는 예전에 비해 조금도 변한 것이 없었는데 지난 1996년 스케이트화에 최초로 날이 전체적으로 고정되지 않고 앞 쪽 끝부분 한 곳에 부착되어 있는 클랩 스케이트가 도입되었다. 날이 부츠에 부딪히면서 나는 독특한 소리 ‘클랩’에서 이름을 따온 클랩 스케이트는 선수들이 마찰력을 증강시켜 힘을 받아 속도를 더 낼 수 있다. 더 중요한 점은 선수들이 빙판에서 더 오랫동안 강하게 발차기를 할 수 있도록 발목근육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전통적인 스케이트화에는 점프시 발바닥으로 점프를 하지만 클랩 스케이트화는 발가락 끝으로 점프를 할 수 있어 힘을 더 받을 수가 있다. 한 스케이트 선수는 클랩 스케이트에 대해 “몸동작이 자연스러워 훨씬 좋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클랩 스케이트 덕에 1988년 일본 나고야 올림픽에서는 신기록이 쏟아지기도 했다.

클랩 스케이트는 네덜란드 회사가 최초로 개발했다. 따라서 초창기엔 네덜란드 선수들이 가장 큰 덕을 봤으며 타국가의 선수들은 구할 수가 없었다. 500m와 1,000m 단거리경주에 기록을 가지고 있는 미국 선수 케이시 피츠 랜돌프는 이에 대해 “모든 선수들이 클랩 스케이트를 구하려 사방팔방 뛰었었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현재는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선수들이 클랩 스케이트에 충분히 익숙해져 있다. 사실, 피츠 랜돌프가 사용하는 스케이트를 제조하는 회사 K2는 차세대 클랩 스케이트를 내놓았다. ‘Mod X’라고 불리는 이 스케이트는 초기 모델보다 50g이나 더 가볍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의 최대 변수는 ‘빙판’이다. 올림픽 개최국은 빙판과 공기의 온도를 국제 스케이트 연맹에 보고해야 하며 경기 기간동안에 이 온도는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외에는 빙판에 대해 특별한 공식적인 규칙은 없다. 빙판을 더욱 좋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이 있었지만 이런 노력은 의외의 결과를 낳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일본 나고야의 스케이트 경기장 디자이너들은 특수 합성 빙판 타일을 만들기도 했다. 디자이너들은 선수들이 경기장의 기복과 얼음의 결을 따라 회전하도록 하기 위해 바닥을 약간 기울여 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고야 경기장에서는 아무런 세계 신기록이 나오지 않고 있다.

노먼과 기술자들도 이런 점을 유의하고 자신들의 노력에 어떠한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노먼은 현재 특수처리를 한 물에서 가능한 불순물을 많이 제거하기 위해 많은 과정을 거치고 있다. 캘거리의 경기장에서는 물의 순도를 높이기 위해 역삼투방식을 채택한 것과는 달리, 이번 유타 경기장에서는 이온을 이탈시키는 방법이 사용됐다.

노먼은 “이 물은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순수하지만 달라붙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급속으로 달라붙는다.”고 말한다. 유타 경기장은 6천평이 넘는 거대한 크기지만 얼음의 두께는 1.9cm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은 냉장고의 얼음 한조각도 안 되는 크기로 물을 여러 번 뿌려 모두 24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얇은 층들은 빙판 표면의 평평도를 강화하면서 더 두꺼운 판을 만들게 된다. 노먼에 따르면 첫 번째 층은 아래쪽의 콘크리트 바닥을 덮기 위한 것인데 영하 17도의 낮은 온도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노먼은 “하층부를 구성하고 잇는 부분은 급속히 얼려야 한다”며 “물을 얼리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더 많은 산소가 얼음 속에 포함되기 때문에 스피드를 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산소는 스피드를 내는데 방해가 된다. 얼음 안의 산소는 또 얼음의 밀도를 낮추기 때문에 반응이 느려진다. 고도가 높은 유타주에는 공기가 더 적기 때문에 얼음에 들어갈 산소의 양도 그리 많지 않다. 올림픽 개최국이 고도가 높은 곳에 경기장을 건설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빙판에는 불빛의 반사를 줄이기 위해 흰색의 탁한 페인트도 뿌려진다. 만일 페인트가 너무 두껍거나 거칠게 뿌려지면 하부에 있는 얇은 판을 녹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작업은 사실 가장 중요하고도 위험한 작업이다. 페인트가 뿌려지면 약 0.1cm가량의 얼음을 그 위에 덮어씌운다. 얼음을 깐 후에는 다시 20번 정도의 순수한 물을 쏟아 붓는다.

노먼은 트랙터형 정빙기로 빙판 표면에 뿌려지는 물에 비누를 약간 섞었다. 노먼은 공개하기를 꺼려했지만 이 비누는 사실 얼음 속에 녹아있는 산소가 빠지는 것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노먼은 뿌려진 비누가 큰 역할을 한다고 보진 않는다.
유타 경기장의 또다른 중요한 요소는 천장의 높이가 캘거리(25.9m)와 나고야의 경기장(32m)보다 훨씬 낮은 16.8m라는 사실이다. 그 결과, 전반적인 온도의 차이가 적으며 통제 또한 쉬워졌다. 현재 바닥과 천장의 온도차는 불과 화씨 3도 정도로 지금까지의 어느 경기장보다 작은 수치다. 다른 경기장은 1℃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스피디한 경기장 빙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바닥에서 천장, 얼음에서 공기까지 그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노먼은 경기장 건설에 관해서는 미국이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많은 스케이트 선수들도 노먼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있다. 어떤 선수는 최근 경기장 방문록에 남긴 글을 통해 “경기장 수준에 감탄했다”고 남기기도 했다. 노먼과 기술진들은 작고 무거운 날을 가진 썰매를 10m간격으로 배치된 레이저 광선 사이로 미끄러뜨려 속력저하를 야기하는 환경변수까지 측정하는 심혈을 기울였다. 스케이트장 전문가들은 다양한 방법까지 동원, 경지장의 최적상태를 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스케이트장의 1,000톤(대부분의 하키 경기장은 150톤)의 냉각수용력은 공기가 이상적으로 더울 때에도 빙판의 온도를 낮출 수가 있다.

단거리 스케이트 선수들이 근육이 더 유연해지는 대기온도인 화씨 65도를 맞춘다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선수들은 찬 공기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근육이 유연해져야 함은 당연하다. 최근 일부 선수들은 노먼에게 “실내 온도가 너무 높다”고 불평을 하기도 한다. 실내온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몸에서 땀이 나게 돼 선수들이 그만큼 더 빨리 지치게 된다. 선수들은 온 힘을 기울여 경기에 임하기 때문에 심한 경우 탈진상태까지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노먼은 선수들의 이러한 불평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경기장내 적당한 곳에 둘레가 400m가 되는 타원형 실내 훈풍기를 설치해 활주하는 선수들의 속도에 도움이 될지를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규정은 순수하게 선수들의 힘으로만 기록을 남기게 되어 있다. 그러나 노먼의 계획은 동계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실현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계올림픽이 개막되면 주경기장은 온통 관람객들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때 너무 많은 사람들로 인해 경기장안은 상당한 열이 발생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로 인해 열이 발생하면 선수들의 경기에 지장을 줄 수가 있다. 노먼은 현재 사람들로 인한 열을 줄이고 경기장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어쨌든 노먼의 이러한 실험이 성공하면 역사상 가장 최첨단 기술로 지어진 유타경기장은 신기록의 산실이 될 전망이다.

파퓰러사이언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