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형제들’은 ‘정보기술을 활용해 배달산업을 발전시키자’는 목표 아래 설립된 배달음식 전문 앱 개발업체다. 그들이 개발한 ‘배달의민족’은 음식배달업체와 주문자간의 거리를 좁혀 배달산업 생태계 전체에 큰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김의준 기자 eugene@hmgp.co.kr
누구나 한번쯤 배달음식을 주문하고 싶은데 전단지 또는 동네 전화번호부를 찾지 못해 고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는 음식의 맛이 어떤지 몰라 이곳 저곳 고민하다가 식사 시간을 허비한 적도 있을 것이다. ‘배달의민족’은 이런 고민을 해결 해주는 스마트폰 앱이다. 앱 실행과 동시에 사용자는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반경 2km내 배달 가능한 음식점들의 메뉴와 연락처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음식점들이 치킨, 중국집, 피자, 한식, 족발, 야식 등의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어 쉽고 빠른 검색이 가능하다. 물론 앱 내에서 직접 주문·결제도 가능하다. 한번도 주문해 본적 없는 업소라면 다른 사용자들이 남긴 리뷰를 통해 음식의 질을 판가름 할 수 있다. 바로 결제 시 받는 통합 포인트를 모아 다음 주문에 활용할 수도 있다. 직접 전단지를 찾아 전화로 주문하고 현금으로 계산해야 했던 과거의 배달습관에서 한 단계 진화한 배달 형식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회사 수식어를 ‘21세기 최첨단 찌라시’로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배달음식 시장은 10조원을 넘는 규모”라며 “정보기술을 활용해 배달산업을 업그레이드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소비자 니즈를 정확히 간파했기 때문일까? 배달의민족은 출시 3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630만 건을 돌파했다. 월별 주문 통화 수는 215만 건으로, 하루 평균 7만 건의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등록 업소 수는 네이버나 114보다 많은 13만 개에 이른다. 매달 8만 건의 사용자 리뷰가 올라와 활발한 커뮤니티까지 형성하고 있다. 사용자 재방문률도 무려 80%에 이르며, 60% 이상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런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3배 빠른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연 매출 100억 원을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는 비결은 역시 서비스 품질의 우수성 때문이다. 단순한 기술적인 문제로 발생하는 주문실패율은 0%에 가깝다. 깔끔한 디자인과 간단한 조작법은 사용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특히 NHN 디자이너 출신인 김봉진 대표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글씨체와 만화 캐릭터들은 앱을 사용하는 내내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김 대표는 기존 배달 서비스의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고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아한형제들의 가장 큰 강점은 배달업소 정보를 꾸준히 업데이트한다는 점이다. 윤현준 CTO는 말한다. “배달업소 정보는 생명 주기가 굉장히 짧은 편이다. 정보를 얼마나 생생하게 유지하느냐가 사용자들에겐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자장면을 먹고 싶어 중국집에 전화했는데 상호 변경, 가격 상승, 메뉴 변동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사용자 불만이 폭주하게 된다. 그래서 우아한형제들은 가장 최신 정보를 유지하기 위해 10명 내외의 ‘정보 고도화 팀’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그들은 실제 발품을 팔아 업소들을 방문하기도 하고 각 지역별로 전단지를 인쇄하는 업소와 제휴를 맺어 최신 데이터를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국에 있는 30만여 음식점을 모두 등록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윤현준 CTO는 말한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음식점 지도를 그리자는 취지에 따라 ‘대동여지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의 역량을 통해 모든 배달업소를 양지로 끌어내고 배달산업자체를 고품질로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배달업계의 비즈니스 플랫폼이 목표
‘배달의민족’은 광고 플랫폼과 바로 결제 플랫폼을 통한 수익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광고 플랫폼은 월 3만원 또는 5만원을 지불하는 업소들에게 메뉴 상단 노출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현재 2만8,000여 업소가 광고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업주 입장에선 기존의 전단지 홍보 방식보다 훨씬 적은 비용과 인력으로 더 큰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특히 ‘배달의민족’을 통해 얼마나 많은 주문이 들어오는지 정확히 측정 할 수 있어 업주들 사이에서 상당히 인기가 높다. 게다가 사용자 리뷰를 통해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 부분을 쉽게 파악 할 수 있고 댓글을 통해 주문자와 직접 소통도 가능하다. 향후에는 단순 주문량뿐만 아니라 날씨, 요일에 따른 주문 성향 변화나 지역별 주문 통계 등을 수치화해 업주들에게 더욱 다각화 된 분석 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두 번째 수익 모델은 앱 내에서 발생한 바로 결제에 대해 업주에게 일정 수수료를 청구하는 것이다. ‘배달의민족’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결제가 이뤄지도록 유도해 배달 업계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플랫폼이 되겠다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윤현준 CTO는 “궁극적인 목표는 배달업계 전체에서 발생하는 거래를 최대한 우리 결제 플랫폼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라며 “결제 플랫폼 모델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 업계 내에서도 우아한형제들에 대한 관심은 증가하고 있다. 이미 본엔젤스, 스톤브릿지캐피탈 같은 국내 대표 벤처 캐피탈 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알토스벤처스로부터도 투자를 이끌어냈다. 지난 5월에는 구글 I/O(세계개발자대회)에 국내 벤처 업체로는 최초로 초대받아 세계무대에 ‘배달의민족’을 선보이기도 했다. 윤현준 CTO는 말한다. “유튜브 API기술로 사용자 리뷰 영상과 업소 소개 영상을 제작하는데, 유튜브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한 사례로 뽑혀 초대를 받았다. 유튜브 공동 창업자 등 외국 업체들이 상당한 관심을 보였고 영국 업체와 제휴 미팅도 가졌다.”
최근에는 음식배달대행 업체인 ‘띵동’과 ‘떳다!울트라맨’에 총3억 원을 투자하며 후배스타트업 조력자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기존에 배달이 되지 않던 맛집 음식을 대신 배달해 줌으로써 연 40조원 규모의 일반 음식 시장에도 손을 뻗친다는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수익 차원을 넘어 우아한형제들이 스타트업초창기에 겪었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데 의미가 있다. 후배 스타트업과의 상생을 이뤄 전체 배달 시장의 수준을 높여나가겠다는 것이다. 윤현준 CTO는 말한다. “우리 앱을 통해 전통적인 배달 습관이나 문화가 계속 바뀌고 있다. 사용자들이 믿고 편리하게 배달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산업 전체를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배달업소 정보는 생명 주기가 굉장히 짧은 편이다. 정보를 얼마나 생생하게 유지하느냐가 사용자들에겐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