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BOOK REVIEW] 경제정책 결정자 18인에게 배우는 교훈

세계를 뒤흔든 경제대통령들
유재수 지음/삼성경제연구소/2만2,000원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경제발전에 기여한 전임 장관들의 제대로 된 회고록이 너무 적다고, 한 나라의 경제정책을 책임진 이들이 했던 고민의 역사는 저녁 술자리에서 구전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안타까워한다. 2013년에 구사한 통화정책이 과거 1970년대 혹은 1980년대의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런 것을 결정할 때 어떤 고민의 과정을 거쳤는지 등을 비교할 잣대가 없다는 것이다. 경제정책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고 정답이 없는 게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정책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 과정 등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다고 아쉬워한다. 해방과 전쟁을 거치고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경제발전을 이룩한 나라임에도, 경제정책 수장들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의 습작이나 예비 스케치 등의 생생한 뒷얘기가 적다.

경제정책은 당장의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뒷날 더 칭송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2003년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사회복지 비용 축소를 골자로 하는 ‘어젠다 2010’을 발표한다. 고비용 구조와 비효율 개선을 위해 우파의 정책을 구사했다. 사회민주당 지지층은 격렬히 반대했고 2년 뒤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뒤 그는 ‘독일을 구한 슈뢰더’란 평가를 받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독일이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 그의 개혁 정책이었다는 것이다. 시선을 우리에게 돌려봐도 비슷한 사례는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에 오른 강만수 전 장관은 많은 반발에도 원화 약세 정책을 편다. 수출 대기업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은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약한 통화정책을 펴는 게 옳았을 수 있다”고 일부는 말한다. 일본의 엔저 정책도 강 전 장관의 정책을 모방한 것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이렇듯 당시엔 비판 받지만 훗날 재평가 받는 정책이 있는 반면 위기 극복책으로 칭송 받던 정책이 또 다른 경제위기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무엇이 옳은 정책인가’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기록을 남겨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런 정책이 구사하게 된 배경이 기록된 책은 거의 없다. 경제장관 재임기간이 평균 1년여 정도에 불과해 기록을 남기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기록이 없다 보니 경제정책 운용에 있어 부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주요 국가의 기록 문화를 부러워한다. 영국 등이 대상이다. 재무장관을 했던 처칠은 재무장관을 지낸 자신의 아버지를 다룬 전기를 썼다. ‘재무장관들’을 쓴 로이 젠킨스 역시 재무장관을 지냈다. 그래서 경제정책을 펼치면서 과거 재무장관들이 했던 고민, 정책의 방향 등을 차분하게 되짚고 검토해 볼 참고서가 많다. 예를 들면 이렇다. 2011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정부지출 예산을 5년간 동결하겠다고 선언한다. 비판이 이어졌다. 무려 90년 전인 1920년대에 미국 재무장관이었던 앤드루 멜런의 비슷한 정책이 실패로 돌아갔다며 역사적 근거를 들이 내민다. 이뿐인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리플레이션 정책을 펼치자 일본에서는 80년 전인 1930년대 말 총수요 확대라는 케인즈식 처방을 구사했던 다카하시 고레키요 전 대장대신과 줄곧 비교한다. 그는 일본을 쇼와 금융공황에서 구해낸 인물이다.

케인즈는 경제학자를 ‘매우 희귀한 새’에 비유했다. 하지만 저자는 다른 의견을 낸다. 실제로 정말 희귀한 새는 경제학자가 아니라 경제정책 결정자라고 주장한다. 경제정책 결정자의 기록을 만들고 훑어보는 것은 그래서 필요하다는 의미다.

저자가 책을 쓰기로 한 것은 이 같은 부러움에서 출발했다. 비교의 근거를 많이 만들고, 과거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했던 재무장관의 역사를 훑어 보자는 취지에서다. 경제정책을 논할 때도 온고지신(溫故知新)이 통한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과거의 경제정책을 제대로 이해하면 현대의 경제정책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고, 미래의 유용한 경제정책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경제정책을 수립할 때 시금석으로 삼을 수 있는 18명을 골랐다. 프랑스 루이 16세의 재무총감 자크 네케르부터 독일 경제개혁을 추진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까지. ‘세계를 뒤흔든 경제대통령들’이라는 제목을 달고서.

18명의 경제정책 결정자가 처했던 시대상황, 개인적 배경, 경제정책에 대한 신념 등을 자세히 소개하며 저자는 경제정책 결정자야말로 케인스가 경제학자에게 요구한 역사학자, 철학자, 정치학자의 소양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특히 성공한 경제정책 결정자가 되기 위해서는 케인스와 하이에크의 두 관점을 조화시킬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5부로 구성됐다. 1부는 무에서 유를 만든 사람들: 프랑스 혁명에서 신생 미국까지를 검토한다. 루이 16세의 재무총감 자크 네케르와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 그 뒤를 이은 앨버트 갤러틴 등이 등장한다. 국가 부채의 두 얼굴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제공하는 장이다. 2부는 ‘지키려는 자 vs. 바꾸려는 자:보불전쟁부터 제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를 소주제로 했다. 전쟁에 비하면 평화로운 시기였을지 모르지만 경제정책의 역사에서 보면 어느 시대 못지않은 격변기였다. 각국이 기존의 정책 노선에서 탈피하기 위해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면서 개혁을 추구하는 세력과 이에 저항하는 기득권층의 첨예한 대립이 지속됐던 기간의 경제정책들을 엿볼 수 있다. 3부는 ‘대전(大戰)과 대전(大戰) 사이:금본위제라는 족쇄에 갇힌 영웅들’이 주제다.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세계 각국의 정치경제는 혼란 그 자체였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잠깐의 경제 특수는 곧 불황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그런 흐름에서 각국 경제의 최우선 관심사는 금본위제 복귀였다. 그 배경에는 국제적 거물 투자자들의 입김이 있었다. 금본위제 복귀를 위해 경제 현실과 동떨어진 긴축을 강화하면서 각국의 불황은 깊어만 갔고 그 결과 대공황이 초래되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의 경제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을 훑는다. 4부는 ‘경제 패권의 이동:신흥국의 도전과 과제’를 다뤘다. 규제의 천국 인도에 자유 경제 바람을 일으킨 만모한 싱, 국가자본주의를 탄생시켜 오늘날 세계경제의 양대 산맥으로 떠오른 중국 경제의 토대를 만든 주룽지, 우파 정책을 편 좌파 대통령 브라질의 룰라, 혁명투사에서 시장이 신뢰하는 정책결정자로 탈바꿈하며 20년 가까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제를 맡고 있는 트레버 마누엘 등의 얘기다. 마지막으로 ‘갈림길에 선 세계경제:무엇이 옳은 길인가’에서는 저자의 고민이 깊어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줬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재정위기가 계속되고 있고 세계경제는 아직도 더딘 성장에서 헤맨다. 이런 와중에도 성장세를 이어간 독일과 캐나다의 경제정책을 주목한다.

18인의 기록을 남기면서 저자는 실패한 사람들은 많은 데 비해 딱히 성공했다고 꼽을 만한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성공한 정책 결정자라고 이름표를 붙일만한 이는 드물다. 특정시점에서 공과를 따지기 어려운 경제정책의 본질 탓이다. 하지만 경제정책은 시대 배경은 달라도 경제적으로 유사한 문제가 되풀이 된다. 처칠이 남보다 멀리 역사를 돌아보는 사람이 미래를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다고 한 이유다. 다소 늦었지만 역사에 족적을 남긴 세계 각국의 경제 대통령 18인의 생애와 그들이 펼친 정책을 짚어 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18인의 고민, 함께 호흡을 해 보는 것도 그래서 재미있다.


메이커스
크리스 앤더슨 지음/윤태경 옮김/RHK/1만6,000원

‘메이커스(Makers)’는 만드는 사람, 제조자, 제조업체 등을 뜻한다. 한발 더 나아가 ‘다가올 새로운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제품 제작 및 판매의 디지털화를 이끄는 사람, 기업’의 의미로 쓰였다. ‘롱테일 법칙’의 창시자로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와이어드의 전 편집장인 저자는 메이커(제조자) 운동이 향후 경제를 바꿔놓을 새로운 3차 산업혁명의 전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책은 새로운 메이커가 출현하고 활약하는 모습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벤처의 재탄생
손동원 지음/네모북스/1만4,000원.

한국 벤처의 현주소는 ‘진화 실패’로 진단할 수 있다. 발전 없는 상황에서 업체 수만 늘어났다. 양적팽창만 있지 질적성장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는 창조경제를 이끌 대안으로 거론된다.

창조경제의 유전자(DNA)를 가진 최적의 기업 유형인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벤처 시스템을 ‘리셋’하는 수준의 대수술로 혁신을 일구자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한국 벤처의 발전 궤적을 진단해 진화 실패를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욕망을 디자인하라
정경원/청림출판/1만6,000원

디자인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스웨덴 대학원생들이 자전거 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해 발명한 목에 두르는 에어백 헬멧, 스위스 사회적 기업이 오지에 살거나 재난 당한 사람들을 위해 제작한 목에 거는 휴대용 정수기 등은 디자인 경영으로 혁신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다.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인 저자는 세상에 깊은 인상을 남긴 걸작 디자인 제품과 건축물 등을 통해 디자인이 우리 삶을 어떻게 혁신하는지 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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