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서비스·유통·IT기술 접목시켜 제주를 웨딩 아이랜드로 만들겠다”

새로운 사업 모델로 중국 결혼시장 공략할 터<br>[INTERVIEW] 김태욱 아이패밀리SC 대표

결혼을 앞둔 남녀에게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결혼 준비다. 요즘은 양가의 승낙을 못 받아서 결혼하지 못하는 쌍보다 결혼 준비를 하다 드러나는 성격 차 등으로 깨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만큼 결혼 준비는 복잡하다.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지 친구나 지인에게 묻고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확신이 서질 않는다. 새로운 결혼 문화 혁신과 함께 가족 중심 라이프 사이클 서비스를 시작한 김태욱 아이패밀리SC 대표를 만났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윤관식 기자 newface1003@naver.com


서울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아이패밀리SC사옥. 김태욱 대표는 갑자기 더워진 날씨 때문인지, 와이셔츠의 소매를 걷어 올린 활동적 차림으로 기자를 맞았다. 김 대표가 그동안 가장 많이 들었을 법한 질문을 먼저 했다. 왜 결혼산업에 뛰어들었는가? 그는 우문에 현답을 했다. “잘 팔아먹는 것이 아니라 잘 팔아드리는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10조 원이 넘는 결혼시장이 여전히 재래화 되어 있더라고요. 상품도 너무 많고 가격과 서비스, 유통 등이 일관되지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죠. 서비스와 유통, IT의 융합을 통해 하나의 산업으로 잘 성장시켜봐야겠다는 도전이 생겼습니다.”

그는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뜻이 맞는 친구 4명이 뭉쳤다. 결혼산업과는 무관한 길을 걷던 남자들이 지난 2000년 5,000만 원으로 시작한 아이웨딩. 어느덧 거래액이 500억 원을 넘어섰다.

이 회사는 서비스, 유통, IT기술 융합에 혁신을 추가해 지난 2008~2009년 2년 동안 정부주관 혁신기업인증 3개 부문(벤처, 기술, 경영)을 모두 땄다. 우리나라 유명인, 스타들의 결혼식 사진에 신랑, 신부와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도 아이웨딩 기업로고다.

‘웨딩업계의 절대강자’라고 불리지만 정작 스스로는 ‘갑’이라는 인식이 별로 없다. 800여 개 협력업체가 ‘공동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는 다양한 서비스가 복잡하게 얽힌 콘텐츠를 어떻게 산업화하는 데 성공했을까.

“복잡하고 다양한 상품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면 승산이 있겠다 판단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시스템이 필요했죠.” 아이웨딩은 IT기술을 접목시켜 ‘위드’를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웨딩 상품 전반과 서비스, 유통을 고객의 니즈에 따라 매칭시켜주는 세계 최초의 웨딩 소프트웨어다. 그렇게 IT웨딩서비스전문기업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복잡함을 단순화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란 그의 예상과는 달리 사업 초기엔 고전했다. 사업 시작 후 6년간 투자만 했다. 말이 좋아 투자지 돈 한 푼 벌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시간을 ‘기초공사’로 표현했다.

“어느 날 삼성에서 찾아왔어요. 결혼을 앞둔 직원들의 업무능률이 떨어진다는 거예요.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으니까 당연한 거죠. 그러다 아이웨딩의 시스템에 흥미를 가지고 찾게 된 거예요. 그 후로 대기업에서 찾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웨딩의 결혼에 대한 일목요연한 정리와 체계화된 시스템이 기업 담당자들 눈에 띈 것이다. 이후 아이웨딩은 30개가 넘는 대기업 인증을 통해 거래를 하고 있다. 김태욱 대표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결혼의 기본적인 가치를 고민했다.“결혼을 시간, 경제적인 측면이 아닌 다른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론은 소통이었죠.” 김태욱 대표는 결혼을 거대한 산업으로 인식하고 발전시켰고 그 내용은 ‘소통’이라는 결혼의 기본적인 가치에 집중했다.

김 대표는 결혼에서 소통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결혼은 준비 과정이 가족간에 소통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결혼 후 2년 내 이혼율이 가장 높다고 하죠. 결혼을 준비하면서 발생한 갈등이나 문제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거예요.”

“작은 결혼식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기자가 물었다. 몇 년 전부터 작은 결혼식 캠페인이 사회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이것이 아이웨딩의 기업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금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 캠페인에 우리 아이웨딩도 참여를 했습니다.”조금 놀랐다. 작은 결혼식은 부풀려진 결혼 비용이 사회적인 문제라는 인식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작은 결혼식의 진짜 정의는 돈이 적게 드는 결혼식이 아닙니다. 돈으로 부풀리기만 한 결혼이 문제라는 거죠. 결혼준비에서 진짜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가족, 즉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라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겁니다.” 김 대표는 결혼에 대한 인식의 전환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단순히 ‘돈 문제’에 국한된 것을 아쉬워했다.

2012년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혼 남녀(20~44세) 중 미혼·비혼의 이유는 ‘집·결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가 86%로 가장 많다. 김태욱 대표는 이를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 개인의 인식과 상황에 따른 맞춤형 결혼 준비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웨딩은 결혼식 준비 단계에서 예비 신랑, 신부의 이야기를 토대로 맞춤형 결혼식을 제시한다.‘스토리가 있는 결혼식’을 위해서다. 결혼 준비과정에서 갈등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봉합하고 준비를 통해 가족이 행복을 느끼고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 대표가 사례를 소개했다.

“결혼 준비를 하러 온 신랑이 결혼 승낙 과정에서 신부 측의 반대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장모님에 대한 서먹함이 있었겠죠. 신랑에게 ‘신부에게 보내는 장모님의 편지’를 받아 오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그 편지를 아이웨딩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노래가사로 사용했죠. 결혼식 당일에 신랑이 신부에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장모님의 마음을 담아서요. 그 결혼식은 두 사람뿐 아니라 가족이 하나가 된 결혼식이 됐어요. 장모님은 사위의 진심을 알게 되고, 사위는 장모님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고 신부는 어머니의 마음과 신랑의 사랑을 느꼈습니다.” 아이웨딩은 결혼식에 음악을 입혀 가족이 함께 하는 결혼식을 진행한 것이다.

이처럼 신랑, 신부의 개성이나 특기를 살려 다양한 문화를 접목한 결혼식을 진행하고 있다. 또 예단이나 예식 비용을 줄여 양가가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한다. 한 가정이 되기에 앞서 서로를 더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분명한 의미는 지켜야 합니다. 그 위에 메시지가 있는, 감동이 있는 식을 준비하는 거죠. 최근 이런 요구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는 “이런 특별한 결혼식은 일반 결혼식에 비해 오히려 20~30% 정도 저렴해요. 아이웨딩의 결혼은 기술에 가치를 더한 예식 문화의 혁신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처럼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그런데 사명은 왜 바꾼 것일까? “아이웨딩은 하나의 브랜드로 남기고 아이패밀리SC로 변경했습니다. 신랑, 신부뿐 아니라 아기와 어르신들을 포함해 가족을 위한 기업으로 확장하는 거죠.” 아이패밀리SC는 아이베이비, 아이애니버스티, 아이트래블, 아이웨딩, 아이엔터테인먼트 등 가족의 생활 주기에 맞춘 종합서비스 기업이 됐다.

그는 사업확장 이유를 설명했다. “웨딩은 절대 1회성 이벤트가 아닙니다. 결혼을 하면 기념일도 있고 아이도 낳게 되고 어르신들 잔치도 있죠. 라이프 사이클에 맞춘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서 공급할 것입니다. 그 상품들은 아이웨딩과 마찬가지로 가족을 행복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는 걸로 준비할 겁니다.”

국내 사업을 안정시키고 사명을 확장하며 재도약을 다짐하는 그에게 ‘다음’은 무엇이냐 물었다. “이제껏 살아남기 위해 살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행복을 주는 기업이 되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직원들이 먼저 행복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전한 논현동 사옥은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이다. 사옥에는 직원들의 휴식 및 자기계발을 위한 각종 시설물과 공간, 여성들을 위한 전용공간까지 마련했다. 김태욱 대표는 말한다. “비타민 같은 기업이 되려고요. 직원들에게도 고객들에게도 말입니다. 협력사에게도 마찬가지예요. 행복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근 김태욱 대표는 중국 출장이 잦다. 상하이에 아이웨딩 지사도 설립했다.

중국 결혼시장은 우리나라의 15배를 넘는다. 하지만 웨딩 산업은 10년, 15년 전의 한국과 비슷하다. 그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시장에 아이웨딩이 힘찬 걸음을 내딛었다. “우리나라는 웨딩 사진, 비디오, 메이크업, 패션 등 상품 경쟁력이 이미 최곱니다. 게다가 한류스타 등 유명인들의 결혼식을 많이 진행하다 보니 중국 시장에 잘 알려져 있어요. 중국 웨딩관련 업체들 간판에 아이웨딩 이름이 다 쓰여 있을 정도예요.” 실제로 중국 베이징과 상해 등 대도시에 입주한 웨딩 업체들 간판이나 홈페이지에 아이웨딩 로고가 사용되고 있다. 물론 불법이고 짝퉁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사례가 아이웨딩의 사업 성공 가능성을 증명한다. “이미 중국 대도시에서는 아이웨딩을 통해 결혼을 한다고 하면 결혼 준비를 잘 145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어요.”

아이패밀리SC는 중국 최대의 웨딩기업 CITS(중국국제여행사)와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인들에게 한국 웨딩은 고급스러운 동경의 대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한국식 결혼’을 문의하는 부유한 중국 예비 신혼부부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김태욱 대표는 중국의 웨딩 관광객을 우리나라 강남과 제주도에 유치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중국 관광객이 1,000만 명인데 무역수지는 3조 원 적자입니다. 이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돈을 쓰게 만들어야죠.” 중국 내륙 시장 공략과 동시에 웨딩 관광객을 제주도에 유치하겠다는 말이다. “아이웨딩의 기술과 혁신에 한류를 더해 또 하나의 부가가치 산업을 만들 겁니다. 서비스, 유통, IT 그리고 한류를 융합해 제주도를 웨딩 아일랜드로 만들겠습니다. 창조경제의 가장 성공한 모델이 되고 싶어요.” 자신감에 찬 그의 경상도 말투가 상당히 오랫동안 귓전에 맴돌았다.

우리나라 유명인, 스타들의 결혼식 사진에 신랑, 신부와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아이웨딩 기업로고다.

“이제는 행복을 주는 기업이 되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 해요. 직원들이 먼저 행복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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