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미라 치료제

고대의 미라를 연구해 현대 질병의 치료제를 찾는다.

올 3월 심장병학자들이 주축이 된 공동연구팀이 고대 미라를 전신 CT 스캔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는 고대 이집트인과 페루인, 푸에블로인, 우난간인들의 미라 137구가 활용됐는데 이들 중 무려 34%에서 심장발작이나 뇌졸중을 유발하는 동맥경화증의 징후가 발견됐다.

연구팀을 이끌었던 성 누가 미국 심장병연구소의 랜달 톰슨 박사는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모든 미라에서 동맥경화로 고생했던 사례가 있었다는 점에 크게 놀랐다. 이에 더해 스위스 취리히대학의 프랭크 륄리 박사팀이 미라프로젝트를 통해 연구한 성인 미라 가운데 30~50%에서도 동맥경화증이 발견된 바 있다.


이를 감안할 때 동맥경화증은 패스트푸드가 넘쳐나는 풍요로운 식생활과 담배에 의한 것보다는 일정 인구 비율로 모든 지역에서 나타나는, 다시 말해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 질병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만일 그렇다면 이 유전자를 찾아내 심장질환을 예방하거나 완벽히 치료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이처럼 고대 미라에는 인류 문명 초기에 살았던 사람들의 건강상태에 대해 풍부한 정보가 담겨 있으며, 그중에는 현대인들의 질병 치료에 큰 도움을 줄 정보들도 다수 존재한다. 문제는 미라가 극히 희귀하고, 취급도 까다롭다는 것. 때문에 연구자들이 활용 가능한 연구분석 기법이 매우 제한적이며, 그만큼 알아낼 수 있는 정보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CT 스캔 기술 및 미생물 감염 여부를 밝혀낼 수 있는 DNA 염기서열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대 병리학자들은 미라의 사인이 더욱 정확히 알 수 있게 됐다. 과학자들은 각 질병별로 고대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어떻게 진화가 이뤄졌고, 어떤 요인이 위험성을 높였는지 파악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이들을 막을 방법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매년 전 세계에서 140만명의 사망자를 내는 결핵과 관련해 미국 조지메이슨대학의 하겐 클라우스 박사팀은 DNA 염기서열 분석기와 CT 스캐너로 미라를 분석, 결핵이 창궐하는 조건과 치료방안을 알아냈다. 클라우스 박사는 연구결과에 근거해 일부 전문가들의 생각과는 달리 유럽인들에 의해 한층 치명적 수준의 결핵이 미국 대륙으로 전파됐다고 본다.

연구팀이 수집한 기초 DNA 데이터에 의하면 콜럼버스의 탐험대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전인 10세기경 사망한 페루인의 미라들은 결핵균인 ‘마이코백티리엄 투버큘로시스’나 ‘마이코박테리움 칸사시’에 감염돼 있었다. 하지만 유럽인과 접촉하기 이전과 접촉빈도가 잦지 않았던 시기의 미라에서는 결핵을 앓았다는 징후가 거의 없었다.

“마이코백티리엄 투버큘로시스는 철분이 풍부한 상황에서 창궐합니다. 당시 원주민들의 식사에서 육류의 비중이 낮아 철분 섭취가 많지 않았기에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는 가정을 세워놓은 상태입니다.”


이 가설이 사실로 드러나면 마이코백티리엄 투버큘로시스의 철분 섭취를 차단하는 형태의 새로운 결핵 치료제가 개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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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감염자수가 약 1,000만명에 달하지만 치료제가 없어 치사율이 20% 이상인 샤가스병도 미라에서 치료제 개발의 단초를 찾았다. 일부 학자들은 ‘트리파노소마 크루지’라는 샤가스병 원인충이 종(種)에 따라 각기 다른 인체 장기를 감염시킨다고 여기는데 2008년 브라질의 오스왈도 크루즈 재단(OCF) 소속 아나 잰슨 박사팀이 560년 전의 미라 결장(結腸)에서 이 기생충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이전에도 4,500~7,000년 전의 뼈에서 동일한 기생충을 찾아낸 바 있다.

이렇듯 여러 표본에서 얻은 기생충의 DNA를 비교하면 이들이 어떻게 진화하고 확산됐는지를 파악할 수 있고, 이는 치료법 개발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DNA 염기서열 분석기와 CT 스캐너에 더해 자기공명영상(MRI) 장치의 발전도 고대 병리학자들의 연구를 돕고 있다. MRI는 방사선을 이용하는 CT 스캔과 달리 샘플의 DNA 파괴를 막을 수 있지만 자기장과 수분의 반응에 기초한 기술이어서 건조한 미라에는 부적합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혀와 같은 연조직의 경우 해상도 높은 이미지를 내놓는다.

[LOST & FOUND]

LOST: 지하수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1900년부터 2008년까지 100년간 미국의 지하수 보유량은 약 1,000조3,636억3,810만ℓ가 줄었다. 5대호 중 하나인 이리호를 두 번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FOUND: 26억년 된 물
지난 5월 캐나다 토론토대학 연구팀이 한 광산의 지하 2.5㎞에서 극도로 짠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들을 발견했다. 여기에는 26억년 된 물도 있었다. 지금껏 발견된 가장 오래된 물이다. 이 물에서 미생물이 발견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푸에블로인 (Puebloan) 남서 아메리카 원주민.
우난간인 (Unangan) 북태평양 알류샨 열도에 거주했던 수렵채집 민족.
마이코백티리엄 투버큘로시스 Mycobacterium tuberculosis.
마이코박테리움 칸사시 Mycobacterium kansasii.
샤가스병 (Chagas disease)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중남미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전염병. 흡혈 곤충인 침노린재를 통해 트리파노소마 크루지(Trypanosoma cruzi)라는 기생충에 감염돼 발병한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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