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쿠퍼티노의 침공자들!

[RIVALRIES] Invaders From Cupertino!

애플의 향후 행보는 미디어 스트리밍 기업인 로쿠 Roku에 점점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로쿠는 걱정하지 않고 있다.
By Chanelle Bessette


앤서니 우드 Anthony Wood는 편집증적인 사람 같아 보이진 않는다. 재킷 없이 군청색 와이셔츠를 입은앤서니 우드(47)는 로쿠의 설립자이자 CEO로, 둥글둥글한 외모에 행동에서 여유가 느껴지는 인물이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는 자사 상품을 알리는 ‘홍보맨’ 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로쿠 제품을 통해 넷플릭스 Netflix와 아마존 Amazon 등이 제공하는 온라인 비디오 및 콘텐츠를 TV에서 스트리밍할 수 있다. 그는 직원들이 회사 일을 마치고 바로 퇴근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 이처럼 그의 업무·가정 양립 철학은 직원들이 열정적으로 모든 걸 바쳐 일하길 원하는 여타 실리콘밸리 기업의 근무 윤리와 상반된다. 말하자면 그는 상어 무리에 껴 있는 한 마리 돌고래 같은 존재다.

그럼에도 그가 경계를 늦추지 않는 이유는 있다. 로쿠는 급성장 중인 인터넷 TV분야에서 애플의 주요 경쟁자다. 애플은 앞으로 몇 년 이내 이 분야의 판도를 바꿀 크고 과감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팀 쿡은 지난해 5월 산업 콘퍼런스에서 “TV에 대해 큰 비전을 세웠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발표할 것은 없지만, 우리는 TV에 상당히 관심이 많다.” 그뿐만이 아니다. 로쿠의 가장 유명한 파트너사인 넷플릭스가 콘텐트 라이브러리 content library를 케이블 서비스와 패키지로 묶는 방안을 케이블 방송중계업체와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그렇게 되면 로쿠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줄어들 수도 있다. 이러니 앤서니 우드-그는 로쿠 외에도 AW 소프트웨어 AW Software, 선라이즈 Sunrize, 아이밴드 iband, 리플라이TV ReplayTV, 브라이스사인 BrightSign을 설립했다-가 밤에 잠이 잘 올 리없다.

우드는 애플의 타깃이 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애플과의 경쟁관계를 “지상전”(ground war)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는 애플의 적수가 되는 것이 “위협적인 일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애플같이 강력한 기업에 맞서 성공하기 위한 방법은 첫째가 되는 것이다. 시장보다 한발 앞서 브랜드를 구축하고 명성을 얻어야 한다. 우리는 이 일을 해냈다. 그것이 전략 덕분이든 운이든 우리는 첫째가 되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애플은 파티장에 늦게 들어와서 모두의 시선을 끌기로 유명하다. 역사적으로 봐도 애플이 일단 시장에 진출하기로 마음먹으면, 이 회사를 잘 막아낸 중소기업은 거의 없었다. 음악 감상 사이트 랩소디 Rhapsody는 아이튠즈 iTunes가 개발되기 훨씬 전부터 뮤직 라이브러리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시장조사 전문NPD 그룹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랩소디의 시장점유율은 애플의 63%를 밑돌고 있다. 또 다른 휴대용 음악 재생기기 회사로는 샌디스크 SanDisk가 있다. 샌디스크는10%에 약간 못 미치는 시장 점유율로 애플에 이어 업계 2위 업체에 올라 있다. 이는 사람들이 대부분 잘 모르는 사실이다. 애플이 올해 초 아이튠즈 라디오 iTunes Radio를 출시하면서, 유명 뮤직 스트리밍 회사인 판도라 Pandora와 스포티파이 Spotify도 애플의 저격 대상이 되었다.

우드는 시장점유율에 집착하기보단 가치와 사용성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애플의 향후 행보와 이에 대한 로쿠의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매주 전략회의를 열곤 했다. 그리고 그는 저가를 경쟁수단으로 삼기로 했다. 그는 “우리는 강박적으로 비용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애플도 기기 값을 99달러로 낮췄다. 그러면 점유율을 살펴보자. 파크스 어소시에이션스 Parks Associations에 따르면, 시청률에서 스트리밍 시간을 분으로 계산했을 때 애플의 점유율은 25%인 데 비해 로쿠는 40%에 달한다. NPD 그룹에 따르면, 로쿠 이용자들은 애플 TV이용자보다 주당 두 배나 더 많은 비디오를 스트리밍한다.

‘상대적으로 덜 비싼 하드웨어로 더 많은 성과를 얻는다’는 사명감에 사로 잡힌 우드는 지금의 모멘텀이 지속되길 바란다. 그는 “내 경영 스타일의 핵심은 제품에 전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애플은 로쿠의 성공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단지 자사가 이제까지 판매한 TV 수를 재차 강조했을 뿐이었다. 전 세계적으로-주로 미국에서-로쿠가 500만 대의 TV를 판매한 것에 비해, 애플은 무려 1,300만 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규모는 중요하다. 시장 조사 업체 프로스트앤드 설리번 Frost & Sullivan의 수석 애널리스트 댄 레이번은 “소비자들은 애플의 생태계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애플 소비자들이 온라인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자신의 애플 단말기에 콘텐츠를 옮기는 것이 매우 용이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도 스트리밍 TV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에는 충분치 않다. 레이번은 “단말기 자체의 우열은 없다”고 말한다. “그 기기로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한 가지 방식이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포춘이 캘리포니아 새러토가 Saratoga에 위치한 로쿠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이 기업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회사 캠퍼스가 사무실 단지를 넘어 쇼핑센터까지 확장되어 있었다. 내부 벽에는 로쿠광고가 걸려 있었다. 그중 하나에는 ‘책! 책은 좋은 영화를 만든다’, 또 다른 광고에는 ‘불면증이 나아졌다’라고 쓰여 있었다.

로쿠 협력업체들이 로쿠를 대표하는 단말기에 자사 채널을 포함시키기 위해 경쟁에 몰두하는 동안, 로쿠 엔지니어들은 소프트웨어를 독립형 TV에 바로 탑재할 방안을 찾고 있다. 그렇게되면 별도의 기기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우드의 꿈은 모든 TV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드가 할 일은 이 분야에 관심을보이는 여타 기술업체들이 경쟁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드는 애플과의 경쟁에서 자신이 할 일은,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와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처음 세웠던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목표란 “사람들이 모든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원하면 언제든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멀티미디어 분야의 원대한 꿈이다. 우리가 할 일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이다.
“애플처럼 강력한 기업에 맞서 성공하기 위한 방법은 첫 번째가 되는 것 뿐이다.” -앤서니 우드 로쿠 창립자 겸 CEO


관련기사



FORTUNE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