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INTERVIEW] 유병진 에프앤가이드 CS본부장

“경영 환경 악화 불구 지속 성장 가능”

에프앤가이드는 국내 금융정보서비스업 선도업체다. 창립 5년 만인 2005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알짜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시장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에프앤가이드의 성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도 에프앤가이드는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사진 김태환 포토그래퍼 www.circus-studio.net


에프앤가이드는 투자자들에게는 매우 귀에 익은 이름이다. 경제 기사와 보고서 등에서 에프앤가이드의 데이터를 자주 인용하기 때문이다. 이들 자료에서는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등의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다.

에프앤가이드는 우리나라 금융정보서비스업계 선도업체다. 주식, 채권, 금융 등과 관련된 각종 데이터를 기관 및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제공하고 서비스 이용 수수료를 받는다. 특히 상장사 중심의 증권시장 관련 정보서비스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지난해에는 우리나라 제3의 주식시장인 코넥스에 상장돼 기업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창립 후 5년 만에 흑자 전환

에프앤가이드 설립은 2000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벤처 붐을 타고 삼성그룹도 e삼성이라는 인터넷 벤처 투자회사를 세웠다. e삼성은 여러 사업에 투자했는데 그중 하나가 금융정보서비스업이었다. 에프앤가이드는 이 과정에서 e삼성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회사다. 크레듀, 아이마켓코리아 등도 이때 생겨난 기업들로 에프앤가이드와는 e삼성 동문이라 할 수 있다.
에프앤가이드가 우리나라 최초의 금융정보서비스업 기업은 아니다. 2000년 이전에도 우리나라에는 금융정보서비스업 기업들이 여럿 있었다. 재무정보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나이스신용평가정보나 신용등급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한국기업데이터 등은 현재도 운영 중이다. 이들 기업은 창업도 에프앤가이드보다 앞서고 규모 면에서도 훨씬 크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에프앤가이드의 벤치마킹 대상은 아니었다. 같은 금융정보서비스업이긴 하나 영위하고자 하는 사업 내용이나 영역이 달랐다. 이들 기업은 기업 여신 등의 데이터 제공을 주업으로 하지만 에프앤가이드는 상장사 중심의 주식시장에 특화된 데이터 제공을 주업으로 한다.

창업 당시 에프앤가이드가 표방한 개념은 온라인 도서관이었다. 당시에도 증권사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증권사의 보고서를 찾아볼 수 있었지만, 증권사마다 홈페이지 구성과 시스템이 달라 모든 증권사의 정보를 열람하거나 취합하기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에프앤가이드는 온라인 도서관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모든 증권사의 보고서를 모아 데이터 색인 작업을 했다. 사용자가 각 증권사 홈페이지로 발품을 팔지 않아도 한 자리에서 모든 증권사의 데이터를 이용하고 활용할 수 있게 시스템화한 것이다.

당시 증시 열기가 한창 뜨거웠던 데다가 e삼성의 든든한 지원까지 등에 업고 시작했지만, 에프앤가이드가 흑자전환을 하기까지는 5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금융정보서비스업이란 업종 특성 때문이다.

유병진 에프앤가이드 CS본부장(상무)은 말한다. “금융정보서비스업이란 게 초기 투자비용이 제법 많이 들어갑니다. 서버 구축이나 데이터 구매, 라이선스 등에 상당한 비용이 들죠. 게다가 이 사업 자체가 건설업이나 제조업과는 달라서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거든요. 시장의 신뢰를 쌓고 고객을 모으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죠. 월 회비제로 운영되다 보니 매출 규모가 어느 한순간에 확 뛰는 게 아니라 차곡차곡 저축하듯 커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일단 자리만 잡히면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 있지만 그 과정까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게 이 업종의 특성입니다.”

지속성장 가능한가?

에프앤가이드는 2005년 흑자전환 이후 지난해까지 8년 연속 무차입 흑자 경영을 지속해왔다. 지난 5년간 평균영업이익률도 18.8%에 달한다. 데이터 제공 범위도 점점 넓어져 펀드 및 자산 평가 데이터도 제공하게 됐으며 현재는 원자재 및 채권 지수 등도 산출하고 있다. 2012년에는 창립 12년 만에 최초로 연 매출 100억 원을 돌파해 새로운 경영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다.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되지 못했음에도 신규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는 세간의 평가다.

금융정보서비스업계 선도기업으로 평가받는 에프앤가이드지만 최근 성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네이버나 다음 등의 대형 포털들이 데이터정보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에프앤가이드의 입지가 좁아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실제로 국내 유명 증권사에서는 리포트를 통해 에프앤가이드의 성장 위협요인으로 ‘경쟁서비스의 범용화’를 꼽기도 했다. 하지만 에프앤가이드는 이런 우려가 기우라고 주장한다.

유 본부장은 말한다. “저희 고객들은 대부분 기업입니다. 서비스 이용료가 개인이 내기엔 고가인 데다가 저희가 투자 의견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서 개인 고객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죠. 게다가 포털 등에서 제공하는 정보들은 개인투자자들이나 참조할 만한 가공되지 않은 로(Raw) 수준의 데이터들이고요, 저희가 제공하는 데이터들은 좀 더 세련되게 가공된 데이터들입니다. 10년, 20년 이상의 각종 시계열 데이터 제공이나 인덱스 산출 등은 포털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이죠.”

에프앤가이드가 제공하는 데이터들은 데이터의 질적인 측면과 아울러 사용자 편의에서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프앤가이드는 자사의 데이터 전송 프로그램과 고객사 시스템이 서로 호환될 수 있도록 만들어 데이터가 고객사에 자동으로 업로드 되도록 한다. 이는 ‘서버 투 서버’ 대량 데이터 전송 방법으로, 에프앤가이드는 여기에 더해 데이터 조회툴이나 시스템 등도 같이 서비스하고 있다. 데이터의 질이나 제공 방법 모두에서 포털이 제공하는 데이터정보서비스와는 비교가 안 된다는 주장이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2014년

에프앤가이드가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제일 큰 성장 불안 요소는 주요 고객사들의 경영환경 악화다. 최근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에프앤가이드의 주요 고객사인 증권사, 운용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기업의 최대 이슈가 비용절감이다 보니 서비스업체들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는 해석이다. 에프앤가이드는 고객사 경영 환경 악화는 단기 악재일 뿐 장기 성장 전망은 밝다고 확신한다. 유 본부장은 말한다. “데이터 유통 비즈니스이다 보니 아무래도 금융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작년 실적도 그런 영향 때문에 전년대비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요. 하지만 연기금의 증시 투자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퇴직연금 등도 확정급여형에서 확정기여형으로 바뀌는 추세라 이들 자금도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고요. 이들 자금이 증시나 펀드 시장 규모를 키울 것이기 때문에 에프앤가이드도 폭발적인 성장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성장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금융정보서비스업의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에프앤가이드에게는 호재다. 다뤄야 할 정보가 점점 많아지다 보니 데이터를 다루는 노하우도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데이터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커지고 있다. 최근 빅데이터가 사회적 이슈가 된 것도 데이터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전문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잠재고객층도 넓어졌다. 이들은 비싼 가격을 내고서라도 신뢰도 높고 활용하기 쉬운 정보를 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들은 앞으로 새로운 고객층으로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에프앤가이드는 기업 실적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평균추정치를 뜻하는 ‘컨센서스’라는 개념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업체로 지표 연구 개발 등에 있어서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개인 고객 수요가 늘어난다면 에프앤가이드가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코스닥 이전 상장은 시간 걸릴 듯

금융정보서비스업을 영위하며 주로 평가자의 입장이었던 에프앤가이드도 지난해 7월 코넥스 시장에 상장되면서 평가를 받는 입장이 됐다. 다른 코넥스 상장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코넥스 상장 1년이 되는 올해 7월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 하는 것이다. 투자자 제한이 있는 코넥스에 비해 코스닥은 투자 대기 수요가 많아 자금조달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 상장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에프앤가이드의 향후 성장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올해 코스닥으로의 이전 상장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장영수 키움증권 스몰캡 팀장은 말한다. “에프앤가이드는 국내 금융정보서비스업에서 독보적인 기업입니다. 향후 입지가 바뀔 것 같지도 않고요. 부채가 있는 회사도 아니고 소폭이라도 꾸준히 수익을 내온 회사이다보니 신뢰도도 높습니다. 하지만 올해 당장 코스닥 시장으로의 이전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외형이나 이익 증가 속도가 가파르게 나타나 줘야 하는데 시장 환경이 안 갖춰져 있어요. 에프앤가이드의 주요 고객사인 증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니 에프앤가이드로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죠. 시장 환경이 급반전하지 않는 이상 이전 상장은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위기 vs. 기회

위기 요인
● 경쟁서비스의 범용화
● 고객사 경영환경 악화
● 글로벌 데이터 부문의 약세
● 협소한 국내 시장 규모

기회 요인
● 금융정보서비스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
● 높은 진입장벽 구축
● 안정적 재무구조
● 확고한 고객 기반 (90% 이상 재계약율)
●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시장 확장
● 펀드평가 · 인덱스 판매 등 신시장 확대

자료 : 에프앤가이드, 키움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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