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30대 그룹은 지금] 신세계그룹

위드미 ‘편의점 습격사건’<br>시장은 얼마나 요동칠까

지난 7월 17일 신세계그룹이 편의점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에 시장은 요동쳤다. 편의점 사업을 하는 기업의 주가는 급락하고 관련 신세계그룹사의 주가는 부쩍 올랐다. 편의점 업계는 당황한 기색을 역력히 보이면서도 신세계그룹의 편의점 시장 진출이 찻잔 속 작은 태풍에 그칠 것이라 평가절하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편의점 시장에 과연 안착할 수 있을까?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지난 5월 초 유통업계에 신세계그룹 관련 소문이 하나 돌았다. 처음엔 찌라시 수준의 풍문인 듯했다. 신세계그룹이 올해 초 인수한 위드미(With Me)를 발판으로 6월부터 편의점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것이란 내용이었다. 발 빠르게 정보를 입수한 몇몇 언론사는 비교적 자세한 내용까지 포함한 추측성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신세계그룹은 편의점 시장 진출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당장은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신세계그룹의 편의점 진출 뉴스는 6월 들어 좀 더 본격화됐다. 이미 언론에서는 신세계그룹의 편의점 사업 진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7월 중 공식 출정식이 있을 것이란 내용과 함께, 신세계그룹이 편의점 업계 구도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뉘앙스의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신세계그룹도 편의점 경력직 사원 채용을 확대하는 등 편의점 시장 진출을 위한 조직 구성에 속도를 높이는 모양새였다.

7월 16일, GS25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GS리테일의 주가가 급락했다. GS25는 최근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편의점 브랜드다. 이날 2만 5,000원으로 시작한 GS리테일의 주가는 무려 5.36%가 급락해 2만 3,850원 종가를 기록했다.

14일까지만 해도 매수 우위였던 국내 기관이 16일 하루에만 10만 주 이상(16일 이전까지 GS리테일의 일평균 전체 거래량은 15만 주 정도에 불과했다)을 투매한 게 주요 원인이었다. 그 다음 날인 17일은 더 처참했다. 기관이 50만 주 이상을 내던지며 주가를 6.50%나 더 끌어내렸다. 이날은 신세계그룹이 편의점 시장 진출을 선언한 날이었다. 혹‘ 시나’가 ‘역시나’로 바뀌면서 시장이 요동친 셈이었다. GS리테일의 주가는 다음 날 8.30%나 더 떨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이마트가 위드미와 상품공급계약을 체결한 지난해 초부터 신세계그룹은 편의점 시장 진출을 마음먹고 있었을 겁니다. 위드미를 인수한 올해 초에는 사실상 편의점 시장에 진출해 있었다고 보는 게 맞죠. 다만 세간의 눈치가 따가워 거리 두기를 했을 뿐입니다. 신세계그룹 오너인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골목상권 보호와 상생에 힘쓰겠노라고 말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우리 편의점 시장에 진출합니다’라고 말하긴 어렵지 않았겠어요. 게다가 6.4 지방선거에선 후보들마다 골목상권 보호를 외쳐댔으니 선거가 끝나기 전까진 몸을 낮추고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시장에는 신세계그룹의 편의점 시장 진출을 고육지책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그룹 주력 사업인 백화점(신세계백화점)과 대형마트(이마트)가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SSM(이마트 에브리데이)은 강력한 출점 규제 탓에 성장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시장 진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고 평가되는 중국시장 도전 이후 획기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남은 건 국내에서 신세계그룹이 확보하지 못한 유통채널에 진출하는 것뿐인데 편의점 사업이 여기에 딱 알맞았다는 것이다. 편의점은 타 유통채널과 달리 최근까지도 10% 가까운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가 출점도 대형마트나 SSM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신세계그룹은 자사의 편의점 시장 진출이 산업적·사회적 문제를 포괄적으로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한다. 문성현 신세계그룹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말한다. “저희는 기존 편의점들의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음료와 담배 판매 비중이 50%에 가까울 만큼 상품 구색이 다양하지 못하고, 주된 소비자층도 20~30대 남성들로 제한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프레시푸드 같은 것도 단순해 제공하는 편의의 수준이 떨어지죠. 사실상 우리나라의 편의점들은 담뱃가게 이상의 역할은 못 하고 있다고 봅니다. 또 지난해에는 본사·점주 간 갑을관계 문제도 많이 부각됐는데, 저희는 처음부터 편의점 운영을 상생모델로 만들 순 없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위드미가 로열티와 중도해지 위약금, 365일·24시간 영업이 없는 파격적인 형태의 ‘상생모델 편의점’이 된 이유입니다.”

신세계그룹은 편의점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난 7월부터 기존 편의점 업계에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최민호 코리아세븐(산하에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마케팅 매니저는 말한다. “신세계그룹이 기존 편의점 업체들을 비판하고 문제제기를 하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이 이제 시장참여자로서 자신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어떤 대안을 내놓았느냐를 보면 실망스런 부분이 많습니다. 음료와 담배를 찾는 소비자가 많은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다른 상품 판매 비중을 늘릴 것인지, 어떻게 소비자층을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하나도 없어요. 자신들도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기존 업체들을 비난만 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신세계그룹이 상생모델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에 대해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곳도 있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말한다. “시장에서는 신세계그룹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곳도 많습니다. 사실상 편의점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명분으로 상생을 이용하고 있다는 거죠. 위드미를 가지고 상생모델이라 이야기하는데, 덜 받고 덜 해주겠다는 게 과연 얼마만큼 상생 취지에 부합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위드 미 모델이 점주가 내야 할 비용을 적게 제시한 건 맞지만, 그만큼 받지 못하는 부분도 있거든요. 본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프로모션이나 마케팅 등이 점포당 매출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월정액만 받아서는 이런 쪽에 대한 투자가 적을 수밖에 없어요. 본사 차원의 투자가 적은 만큼 위드미와 다른 편의점 브랜드 간 점포당 매출 차이가 클 수밖에 없죠. 신세계그룹 측에선 아니라고 하지만, 업계에선 위드미가 사실상 상품공급형 편의점이 될 것이라 예상하는 곳이 많습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야기한다. “신세계그룹은 위드미가 3무(無), 즉 로열티가 없고, 365일·24시간 영업 중단이 없고, 중도해지 위약금이 없다는 걸 근거로 상생모델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잘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로열티는 월정액이 대체하는 것이고, 365일·24시간 영업 자유는 법으로 규정된 점주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중도해지 위약금도 기대수익 상실 위약금만 없을 뿐 시설투자 위약금은 있습니다. 편의점 상위 3사가 점주에게 지원하는 특정 상품 판매 장려금이라든지 최저매출보장제, 인센티브 등을 고려하면 점주가 내야 할 두 모델 간의 비용 차이가 그리 크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신세계그룹 측도 할 말은 있다. 문성현 부장은 말한다. “다른 곳에선 우리가 마케팅이나 점포 관리에 소홀할 것이란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결국은 ‘상품공급형 모델에 가까울 것이다’ 이런 이야기죠. 하지만 저희가 하려는 사업은 정확히 가맹점 사업이 맞습니다. 다른업체들이 슈퍼바이저 1명당 15개 점포를 맡기면 저희도 그렇게 운영할 겁니다. 마케팅도 하고요. 다만 우리는 우리의 수익을 적게 취하고서라도 가맹점주들의 이익을 더 보장해주겠다 이겁니다. 그래서 상생모델이라고 하는 거고요. 벌써부터 실패를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80년 넘게 유통 쪽에서 전문성을 키워온 기업입니다. 많은 고민을 하고 나온 거예요. 충분히 성공 가능한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논란이 가열되면서 ‘신세계그룹이 편의점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이냐’에 대한 갑론을박도 한창이다. 초기에 제기됐던 ‘편의점 사업을 통한 새로운 수익원 확보’ 주장은 최근 힘을 잃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위드미 모델 자체의 수익이 너무 낮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다.

이지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위드미의 모든 점포에서 월회비 최고 금액인 150만 원으로 계약을 한다고 해도, 1,000호점을 해봐야 15억 원 정도밖에 수익이 안 납니다. 단순히 상품공급만 한다고 해도 유통비, 조직 운영비 등의 비용이 들어갈 텐데, 그럼 실제 수익은 그보다 훨씬 더 적다고 봐야 겠죠. 오히려 신세계그룹은 상품공급을 통한 마진 수입에 큰 기대를 걸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현재 편의점들은 바잉 파워가 작아서 매입 단가가 높아요. 매입 규모가 업체당 3조 원 정도밖에 안 됩니다.

물류비를 빼고 나면 상품공급으로는 거의 마진을 못 남기는 구조죠. 하지만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하나만 해도 매입 규모가 10조 원이 넘어 바잉 파워가 상당할 겁니다. 그럼 유통과정에서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여지도 생기는 거죠. 위드미 매입 규모가 커져서 4조 원 정도가 된다고 치면, 여기서 5% 마진만 남겨도 2,000억원이 신세계그룹 수익이 되는 겁니다.”

그룹사 차원의 이익을 고려한 결정이란 해석도 있다. 편의점이라는 새로운 유통채널 개척으로 그룹 계열사들이 얻는 이익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특히 식품 계열사들의 수혜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푸드, 신세계L&B, 신세계SVN 등의 식품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들은 주로 PB상품과 자체 수입상품을 위드미에 납품할 예정으로, 안정적인 매출처 확보 및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상장기업인 신세계푸드의 주가가 7월 17일 신세계그룹의 편의점 시장 진출 선언과 동시에 6.92%나 급등한 것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신세계그룹사의 주가 상승은 물론 위드미 설명회도 성황리에 진행되면서 위드미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 가맹점·직영 편의점의 손익분기점은 1,000호점 정도이지만 위드미는 사업 모델이 월 정액제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손익분기점 기준이 더 높다. 신세계그룹에선 위드미가 2,500에서 3,000점은 되어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90년부터 편의점 사업을 시작한 CU의 현재 점포 수가 8,000여 개 정도임을 고려하면 상당 기간 적자에 시달릴 것이란 예측도 가능하다. 신세계그룹은 올 연말까지 1,000호점 개설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다. 7월 말 현재 위드미 점포 수는 140여 개로 1차 목표치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신세계그룹 역시 어려운 목표임을 부분적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신규 출점이 아닌 기존 점포를 흡수하는 식의 확장이 주가 될 것이기에 아주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는 반론을 제기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점주들의 동요가 크지 않다고 말하지만, 여의도 증권가에선 상당수의 점포가 위드미로 갈아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진행된 위드미 사업설명회에 예상을 뛰어넘은 대규모 인원이 참석한 것도 이 같은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업계와 시장의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백인수 롯데미래전략센터 유통전략 이사의 다음 말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위드미가 단시간 내에 얼마나 많은 점포 수를 확보하느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슈가 될 수는 있어도 제일 중요한 문제는 아니에요. 신세계그룹 측이 더 많이 고민해야 할 문제는 ‘위드미가 고객에게 (기존 편의점사들과 구별되는) 어떤 편익과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느냐’입니다. 지금 신세계그룹은 너무 점주들의 편익만 고려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요. 위드미가 점주들에겐 끌리는 모델일 수 있어도 고객들에겐 그리 매력적인 모델이 아닐 수 있는데도 말이죠. 고객과의 고리가 약하면 100% 실패합니다. 지금 신세계그룹은 편의점 시장이라는 호수에 돌을 던진 격이에요. 퐁당 하고 그냥 가라앉고 말지 아니면 요란하게 물수제비를 일으키며 큰 파장을 일으킬지 결정은 시장과 소비자가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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