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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부양 풍력발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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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에서 부는 바람에는 인류 전체가 활용하기에 충분한 에너지가 깃들어 있다. MIT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미국 보스턴의 한 신생기업이 이 막대한 에너지를 지상으로 가져올 풍력터빈을 개발했다.


고도 600m의 풍력에너지 포획 메커니즘

[A] 알트에어로스의 ‘부력 공중 터빈(BAT)’은 부양용 가스인 헬륨 1,000㎥를 주입, 본체에 해당하는 터빈을 공중에 띄운다. 공기가 채워진 보조날개 4개는 터빈이 바람을 정면으로 향하도록 도와준다. 알트에어로스는 BAT의 개발을 위해 비행선 및 우주복 분야 선도기업인 ILC 도버와 함께 자외선과 악천후에 강한 원단을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B] 알트에어로스의 ‘부력 공중 터빈(BAT)’은 부양용 가스인 헬륨 1,000㎥를 주입, 본체에 해당하는 터빈을 공중에 띄운다. 공기가 채워진 보조날개 4개는 터빈이 바람을 정면으로 향하도록 도와준다. 알트에어로스는 BAT의 개발을 위해 비행선 및 우주복 분야 선도기업인 ILC 도버와 함께 자외선과 악천후에 강한 원단을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C] 공중부양 터빈은 이중으로 땋은 폴리머 로프를 통해 지상 스테이션과 연결돼 있다. 이 로프는 전선 역할도 하는데, 내부에 구리 전도체가 들어 있어 터빈이 600m 상공에서 생산한 전력을 지상의 배터리로 전달한다.

[D] BAT에게 필요한 최적의 풍속은 시속 50㎞다. 지상 스테이션이 윈치를 이용해 로프를 당기거나 늘려서 공중부양 터빈의 고도 및 방향을 제어한다. 이렇게 터빈이 시속 50㎞에 가까운 바람을 정면으로 받도록 돕는다. 만일 풍속이 시속 120㎞를 넘을 경우에는 로프를 감아 터빈을 지상으로 회수한다.





W 미국 매사추세츠주 소머빌에 위치한 그린타운 연구소. 이곳의 넓은 격납고에는 항공기의 엔진처럼 생긴 물체가 놓여 있다. 길이 4.2m의 이 물체는 어디를 봐도 비행선처럼 보인다. 안정 핀(fin) 역할을 하는 4개의 보조 날개를 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는 풍력발전기다. ‘부력 공중 터빈(BAT)’으로 명명된 이 발전기는 내부가 부양용 가스인 헬륨으로 충전돼 있으며, 비행선처럼 하늘로 떠올라 일반 풍력발전기는 꿈도 꾸지 못할 고고도의 강한 바람을 이용해 발전을 하도록 설계돼 있다. 완전히 자율적으로 운용되는데다 최대 상승고도는 무려 600m에 달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기후학자 켄 칼데이라 박사에 따르면 이 고도에는 지상보다 훨씬 강력한 바람이 꾸준하게 불고 있다.
“고고도의 바람에는 인류 전체가 사용하고도 남을 충분한 에너지가 저장돼 있습니다.”

이와 관련 칼데이라 박사는 2012년 발표한 연구를 통해 고고도 바람에너지의 총량을 1,800테라와트(TW)로 추정하기도 했다. 이는 지표면 근처의 바람이 가진 에너지의 4배가 넘는 수치다.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에너지를 신뢰성과 경제성을 확보하면서 지상으로 가져올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I 미국 보스턴 소재 신생기업 알트에어로스는 바로 BAT가 그 꿈을 실현할 존재라고 믿는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 이 회사의 공동설립자인 애럼 레인은 창고에서 방금 꺼내왔다는 보조 날개를 보여줬다. 수개월 전 테스트를 한 이후 공기를 빼내서 보관하고 있다가 처음 꺼냈다고 했다.
“조만간 이 소재의 내구성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저희는 BAT가 고객에게 인도되면 1~2년 정도 공중에서 발전을 한 뒤 회수되어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거나 또 다른 고객에게 재판매될 것으로 봅니다. 그러려면 내구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BAT와 비슷한 발전능력을 가진 지상 고정식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려면 많은 인원이 동원돼 며칠간 작업해야 하지만 BAT는 설치 장소에 도착한 당일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콘크리트를 부어 토대를 만들 필요도, 높은 철탑을 세울 필요도 없다. 몇 명의 작업자와 트럭 1대만 있으면 어디라도 달려가서 터빈을 부풀려 지상스테이션에 고정한 뒤 로프를 풀어 하늘로 띄워 올릴 수 있다.

알트에어로스에게 이 같은 수송의 편의성은 핵심적 가치의 하나다. 세상에는 전력망 구축이 사실상 불가능한 오지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이런 곳의 거주민들은 디젤발전기에 의존해야 합니다. 디젤은 효율이 낮은 연료지만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으로는 도저히 경제성을 맞출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일례로 북극에는 1년 중 수개월 동안 햇빛이 너무 약해 태양광 발전이 불가능해진다. 영구 동토층과 눈보라 때문에 평범한 풍력발전기의 설치도 어렵다. 춥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알래스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알래스카 에너지국은 알트에어로스에 74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 BAT의 효용성을 검증키로 결정했다.


“내년 중 페어뱅크스 인근에서 출력 30㎾급 상용 BAT 시스템을 운용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연간 41만5,800ℓ의 디젤유 소비량 절감이 기대됩니다.”
알래스카에 이어 브라질과 인도에서도 BAT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지표면 근처의 바람이 약해 풍력발전이 부적합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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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알트에어로스의 다음 목표는 출력 100~200㎾급 대형 모델의 상용화다. 그래서 공사장이나 광산 같은 산업현장에서의 활용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길어야 1~2년 정도 머무를 장소에 풍력발전기나 태양광 발전기를 영구 설치하는 것보다는 BAT가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저희는 당분간 기존 풍력발전기 업계와 경쟁할 생각이 없습니다. 일반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수 없는 곳을 타깃으로 삼고 있습니다.”

레인은 지난 2010년 MIT의 동료였던 벤 글래스와 함께 알트에어로스를 설립했다. 그때만 해도 터빈을 공중에 띄워서 전력을 생산한다는 것은 생소한 개념이었다. 하지만 현재 알트에어로스는 10명이 근무하는 회사로 커졌고, 5~6개의 업체들이 10여개의 시제품을 선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대 경쟁사는 다름 아닌 구글이다. 구글은 지난해 캘리포니아 소재 풍력발전 터빈 제조업체인 마카니 파워를 인수, 구글X의 ‘문샷(moonshot)’ 프로젝트에 편입시켰다.
“구글을 포함한 여타 경쟁사들은 대개 전력회사들을 위한 대형 풍력발전기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저희는 중소형 모델로 틈새시장을 공략, 차별성을 가져갈 계획입니다.”

이외에 BAT는 정밀한 로봇공학 시스템에 기반해 저비용과 고신뢰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도 차별성을 갖는다.
“덕분에 인간의 개입 없이 최적의 풍속을 찾아 스스로 터빈의 위치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기후의 변동에 알아서 대처하므로 폭풍에 휩쓸릴 염려도 없고, 정비나 부품 교체 같은 유지관리 비용 또한 매우 저렴합니다.”



D 물론 알트에어로스도 궁극적 지향점은 전력회사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대형 풍력터빈에 있다. 메가와트(㎿)급 출력의 BAT를 해안에서 15㎞ 정도 떨어진 곳에 설치하면 현재의 해안 풍력발전기보다 훨씬 적은 투자로 동일한 양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벤 글래스의 설명이다.
“해안지역에 대형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려면 기술적, 환경적으로 많은 골치 아픈 문제들을 해결해야 합니다. BAT는 그런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 날을 위해 알트에어로스는 그린타운 연구소에서 보조 날개의 내구성 실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 보조 날개에 공기를 충전하고는 뿔뿔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글래스에 의하면 알트에어로스는 2011년부터 친환경 기술 벤처창업을 돕고 있으며, 그린타운 연구소에서 배출시킨 벤처기업이 이미 45개사가 넘는다. 이들 대다수가 알트에어로스의 BAT 제조공장에 입주해 있어 필요할 때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그때 글래스가 커다란 보조 날개 하나를 들어보라고 필자에게 권했다. 한 손으로도 힘들이지 않고 들 수 있을 정도였다. 놀랍다는 필자의 표정을 보며 그의 얼굴에는 자부심 가득한 미소가 번졌다.

BAT의 경쟁자들
알트에어로스 외에도 몇몇 기업들이 고고도 풍력발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각자 세부적 시스템은 달라도 목표는 하나다. 가장 강한 바람을 찾아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마카니 (Makani)
타입: 에어포일(airfoil)
작동원리: 항공기 모양의 풍력 터빈을 공중에 띄운다. 그러면 4개의 로터가 회전, 전기를 생산한다. 생산된 전기는 지상 스테이션과 연결된 로프를 통해 전달된다.
운용고도: 120~330m
출력: 600㎾
출시일: 미정

카이트젠 (KiteGen)
타입: 연(鳶)
작동원리: 지상 스테이션이 로프와 연결된 대형 연을 공중에서 8자 비행시킨다. 연이 로프를 잡아당기는 힘으로 지상의 터빈을 회전시켜 전력을 생산한다.
운용고도: 300~2,400m
출력: 3㎿
출시일: 1~2년 이내

앰픽스 파워 (Ampyx Power)
타입: 글라이더
작동원리: 글라이더가 자동 조종 시스템을 이용해 공중에서 8자 비행을 한다. 글라이더가 로프를 당기는 힘으로 지상의 터빈을 회전시켜 전력을 생산한다.
운용고도: 300~600m
출력: 2~3㎿
출시일: 2017년

NTS X-윈드
타입: 연(鳶)
작동원리: 6m 상공에 띄운 6~24개의 연들이 지상 스테이션과 연결된 로프를 잡아당겨 모터를 회전시킨다. 이와 동시에 연들은 서로를 잡아당겨 계속 공중에 떠 있게 해준다.
운용고도: 180~540m
출력: 24㎿
출시일: 2017년

318,137㎿
2013년 전 세계 풍력에너지 발전량.
(출처: 세계풍력에너지협회(GWEC)

BAT Buoyant Airborne Turbine.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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