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상위 10% 임금인상 자제에 따른 고용효과’와 ‘근로시간 단축의 고용효과’ 추정안에 따르면 상위 10% 임직원의 임금인상을 자제하면 최대 11만명에 달하는 신규채용 효과, 근로시간을 주52시간으로 단축하면 최대 19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통계청 9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실업자가 34만명인데 둘을 합하면 최대 30만명으로 산술적으로는 청년실업 문제를 상당수 해소할 수 있을 만큼 파급력이 큰 수치다.
우선 100인 이상 사업체의 업종별 상위 10% 임금근로자가 임금을 동결할 경우 월2,024억원의 인건비가 절감되고 이를 모두 신규채용에 쓰면 평균 월 급여 226만원의 정규직 신규 근로자 9만1,545명을 채용할 수 있다. 이 분석에서는 임금 역전을 방지하기 위해 상위 10% 임금근로자 바로 밑에 위치한 임금 차상위자도 임금 인상을 자제한다고 가정했다.
아울러 비정규직까지 확대했을 때 11만2,729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이 경우 정규직 월 급여를 얼마로 가정했는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을 정도로 허술하다. 절감된 재원이 한정된 만큼 비정규직을 늘린다면 정규직 신규 근로자의 월 급여가 226만원보다 낮아져야 하므로 전체 숫자를 ‘뻥튀기’하는 효과 이상의 의미가 없다.
특히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됐던 직후인 지난 5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연의 연구자료를 인용해 상위 10% 고소득 임직원 임금인상을 3% 자제하고 이 재원을 신규채용 인건비로 활용할 때 15만1,000명에서 최대 21만8,000명의 신규채용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보다 수치가 절반 가량이나 줄어든 것이다.
익명의 한 고용전문가는 “노사정 대타협 결렬 책임을 노동계로 떠넘기기 위해 합의가 됐다면 21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었다고 비판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당시 신규 청년 근로자의 평균 연봉을 근속기간 1~2년 사이 평균인 2,181만원으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즉, 새로 뽑은 근로자 연봉을 낮게 잡으면 잡을 수록 고용 효과는 높아지기 마련인 셈이다. 더욱이 이러한 수치는 신규 근로자의 첫 해 연봉에만 해당되는데 매년 고소득 임직원의 임금 동결 혹은 자제가 힘들기 때문에 향후 지속적인 인건비 부담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강하다.
근로시간 단축의 고용 효과도 마찬가지다. 노동연은 지난달 초 근로시간을 주52시간으로 줄이면 19만3,000명, 근로시간 단축 특례업종 포함시 최대 27만2,000명의 고용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날 다시 제시된 자료를 보면 특례업종에 관한 내용은 싹 빠진 채 같은 내용이 되풀이 돼 발표됐다. 이 역시도 근로시간을 줄인 만큼 필요한 인력을 동일한 성과를 내기 위해 산술적으로 대입한 것에 불과하다. 생산성 향상 효과와 기업이 동일한 비율로 노동력을 대체할지 등은 감안되지 않았다. 결국 대타협 이전에는 합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최대화된 고용 효과 수치를 공개했고, 후속 논의가 미진하자 재차 일자리 창출의 긍정적인 부분만 꺼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노동연구원은 이날 임금피크제 도입의 고용효과 부분도 넣었다가 자료에 중대한 오류가 발견됐다며 배포한 보도자료를 회수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 자료 역시 수개월 전 공개된 내용이다. 이에 대해 노동연 관계자는 “중대한 오류는 없고, 연구자가 연구원 소속이 아니어서 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본지 확인 결과 임금피크제의 고용효과를 분석한 이지만 연세대 교수는 본인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결과물을 넣었다 제외했다고 반박했다. 즉, 노동개혁의 여러 효과를 포함시켜 최대한 부풀리려다가 일부 논란이 있자 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100인 이상 사업장이 모두 임금동결에 동참한다는 가정과 임금동결이 곧바로 신규채용으로 이어진다는 가정 등이 모두 비현실적이고 숫자를 뻥튀기 하는 데 불과하다”면서 “연구원이 고용부가 주장하는 내용에 맞게 연구결과를 정해놓고 짜맞추기 식의 연구를 진행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