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제작된 초상화는 외모의 사실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성품까지 담아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초기에는 제례용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탓에 초상화는 대상 인물 그 자체이기에 터럭 하나라도 잘못 그리면 안되는것이죠. 게다가 임금과 사대부의 초상이 대부분인 탓에 학식과 기품도 담겨있어야 잘 그린 초상화로 인정받았어요.”
지난 15일 늦은 7시 고덕평생학습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고인돌 강좌 ‘미술에 담겨있는 조선’제 3강을 맡은 김예진 박사(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조선시대 초상화의 특징은 극사실주의와 맑은 기품에 있다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 운영하고 KT가 후원하는 청소년과 시민들을 위한 고전인문 아카데미로 올해 3회째다.
‘초상화-회화의 사실성이란?’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강좌에는 20여명의 지역 주민들이 참가했다. 김 박사는 숙종 대에 기틀이 잡힌 임금의 초상화인 어진과 사대부의 초상화에 대해 제작 배경과 과정을 그림과 함께 설명하면서 강의를 이어나갔다.
“성리학이 자리를 잡으면서 제사상에 위패 대신 초상화를 올리기 위해 제작하는 사대부들이 늘어났어요. 특히 대상의 외모와 정신을 표현하는 데 집중해서 조선시대 초상화는 담담한 표정과 긴장된 자세의 작품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어진은 나라와 왕실을 상징하고 있어 왕실의 번창을 기원하면서 제작되죠. 일월오봉도와 당가 그리고 어좌를 갖추고 어진을 걸어놓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김 박사는 태조, 영조, 고종 등 지금까지 남아있는 어진과 세자책봉 당시 연잉군의 초상을 보면서 어진을 맡아서 그릴 화원의 선발 과정부터 제작 후 의궤에 기록되기까지 복잡한 어진의 제작 과정을 소개했다.
사대부의 초상화와 자화상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특히 윤두서 강세황 등 시서화에 능통했던 선비들의 자화상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자화상에 적힌 글의 내용까지 자세하게 설명해 그림을 그릴 당시 선비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강의에서는 조선시대 초상화의 대가 이명기와 채용신의 작품을 통해 조선 후기와 말기의 초상화가 어떻게 진화 발전했는지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늦은 시간 강의실에 모인 수강생들은 연신 핸드폰으로 강의 슬라이드를 촬영하면서 조선시대 초상화의 특징을 배우며 기록해 나갔다. 이날 강의에 참석한 70대 김 모씨는 “그동안 초상화에 대해서 관심을 둔 적이 없었는데 조선시대 초상화가 그림 이외에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오늘 강의를 듣고 알게 됐다”면서 “박물관에 가면 이제 초상화가 새롭게 보일 것 같다”며 활짝웃었다.
한편, 올해 3회째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