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JOY RIDE] 재규어 XE

스포츠 세단 시장 재도전 독일차 독주에 제동건다


재규어가 4,000만 원대 스포츠 세단을 출시했다. 재규어 라인업의 막내 ‘XE’가 그 주인공이다. 재규어는 XE를 선보이며 독일차가 장악한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펼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강원도 강릉 일대에서 열린 재규어 XE 미디어 시승회에 참석해 직접 차의 성능을 경험해 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XE는 재규어가 스포츠 세단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엔트리급 모델이다. 재규어는 2001년 엔트리급 세단 ‘X-타입’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절대강자 BMW 3시리즈가 버티고 있고, 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와 아우디 A4가 피 튀기며 경쟁하는 그곳에서 큰 힘을 쓰지는 못했다. 결국 재규어는 2009년 ‘X-타입’을 단종시켰다. 그 사이 재규어가 손 놓았던 엔트리 스포츠 세단 시장은 쑥쑥 커갔다. 긴 시간 동안 엔트리 모델의 부재를 겪은 재규어는 절치부심했다. 효율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 시키기 위한 결과물이 XE였다. XE는 단단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강력한 주행성능을 앞세워 독일차와 정면 승부를 선언했다.


재규어 DNA 물려받은 막내 XE
거센 비를 뿌리던 태풍 ‘고니’가 물러난 8월 27일, 강원도 강릉 일대에서 재규어 XE 시승행사가 열렸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었다. 시승코스는 강릉 경포대를 출발해 대관령 옛길, 영동·동해고속도로, 정동진 해안도로를 거쳐 다시 강릉으로 돌아오는 178Km 구간이었다. 급회전과 고속도로가 포함돼 XE의 진면목을 느껴볼 수 있는 코스를 택했다는 게 재규어코리아의 설명이었다.

가솔린(XE 20t)과 디젤(XE 20d R-스포트) 두 모델을 번갈아 타 보았다. 겉모습과 실내에선 두 모델이 크게 다른지 않았다. 다만 20d R-스포트에는 바디킷, 앞 펜더 에어덕트와 운전대에 붙인 ‘R-스포트’ 로고, 리어 스포일러, 트윈 머플러가 추가되어 있었다.

XE는 재규어 패밀리룩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그물망 타입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아래 공기 흡입구가 단단하고 스포티한 인상을 주었다. 눈꼬리가 올라간 헤드 램프와 가운데 부분이 살짝 올라온 후드에선 강인한 모습도 읽을 수 있었다. 차체는 크지 않지만 시원시원한 선으로 쭉 뻗은 허리와 불륨감 넘치는 펜더에선 역동성을 느낄 수 있었다. 뒷모습도 깔끔했다. 납작한 후미등에 자리 잡은 반원형 LED 램프는 재규어 스포츠카 F-타입을 연상시켰다. XE는 재규어 모델 중 가장 낮은 공기저항계수(Cd 0.26)를 기록했다. XE는 길이, 폭, 높이가 각각 4,670mm X 1,850mm X 1,415mm, 휠베이스가 2,835mm다. BMW 3시리즈보다 46mm 길고 39mm 넓다. 휠베이스도 25mm 길다.

실내 역시 깔끔하고 고급스러웠다. 재규어 기함 XJ처럼 도어트림과 대시보드가 동그랗게 이어져 감싸고 있었다. 그러나 플라스틱 소재가 많이 쓰인 점은 조금 아쉬웠다. 변속기 레버는 기존 재규어처럼 다이얼 방식이었다. 운전대에는 수동으로 변속할 수 있도록 패들시프트도 달아놓아 차량 성격을 드러내고 있었다.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8인치 터치스크린이 있었다. 조작 버튼 배치가 깔끔해 오디오와 온도 조절 기능, 내비게이션 등을 쉽게 조작할 수 있었다. 엉터리 같은 수입차 내비게이션과는 달리, 국산 지니맵을 적용해 고객 불만 요소를 없앤 건 칭찬할 만했다. 사운드 시스템은 음질이 깨끗한 메리디안 제품이었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개방감을 한껏 살려주었다.


XE 20d R-스포트와 XE 20t
먼저 디젤 모델 트림 중 하나인 ‘XE 20d R-스포트’에 올랐다. 시트 포지션은 낮은 편이었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염두에 둔 설계임을 알 수 있었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며 시동을 걸자 제법 묵직한 엔진 소리가 들렸다. XE 20d R-스포트에는 재규어가 새롭게 개발한 2리터 인제니움 디젤 엔진을 얹었다(XE 디젤모델은 트림에 관계없이 엔진과 변속기가 동일하다). 인제니움 디젤 엔진은 터보차저를 적용해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3.9kg·m의 힘을 뿜어낸다.

XE는 독일 ZF사의 8단 자동변속기를 달고 있다. 8단 자동변속기는 강력한 힘을 후륜으로 전달한다. 시동을 걸면 기존 재규어와 같은 동그란 원통모양 로터리 변속기가 스르륵 올라온다. 변속기를 돌려 스포츠 모드에 놓았다.

변속기 아래 있는 드라이브 모드 선택 버튼도 스포츠로 맞췄다. 그리고 가속 페달을 꾹 밟았다. ‘그르릉~’ 하는 배기음과 함께 순식간에 속도계 바늘이 곤두섰다. 호쾌한 출발이었다. 가속력이 좋아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디젤차는 가솔린보다 토크가 높아 순간 가속력은 좋지만 출력이 낮아 고속으로 갈수록 힘이 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XE 20d R-스포트는 시속 150Km에서 시속 200Km까지 가속하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오르막길에서도 거침없이 도로를 집어삼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정동진에서 다시 경포대까지 돌아가는 길엔 가솔린 엔진을 얹은 XE 20t를 몰았다. XE 20t에 얹은 2리터 가솔린 엔진은 터보차저를 달아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28.6kg·m를 발휘한다.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실내에서 엔진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숙했다.

가솔린 엔진답게 주행감각이 정숙하면서도 부드러웠다. 디젤 엔진에 비해 최대토크는 낮았지만, 가속력이 크게 뒤지진 않았다. 가파른 대관령 옛길을 탈 때도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가솔린 모델은 쭉 뻗은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재규어가 밝힌 XE 20t는 안전최고 속도가 시속 237Km, 제로백 7.7초다. 디젤 모델의 안전 최고 속도는 228Km, 제로백은 7.8초다.

XE가 사용한 서스펜션은 전륜 더블 위시본과 후륜 인테그럴 링크 방식을 조합했다. 재규어의 윗급 모델에도 장착되는 인테그럴 링크는 날카로운 핸링과 부드럽고 조용하며 민첩한 주행성능을 발휘하는 데 일조한다. 제법빠른 속도로 과속방지턱을 지나갔는데도 몸을 추스르는 자세가 좋다. 통통 튀지 않고 쫀득하게 충격을 흡수한다.

다만 두 모델은 서스펜션 세팅에서 조금 차이를 보였다. XE 20d R-스포트는 일반 디젤모델이나 가솔린 모델 XE 20t와 달리 바퀴의 위아래 움직임이 짧았다. 흔히 댐핑 스트로크가 짧다고 표현하는데, 상하 움직임이 짧은 만큼 승차감이 더 단단해진다. XE 20d R-스포트가 상대적으로 조금 더 스포티한 느낌이다.


기술과 가격 경쟁력 모두 갖춰
XE는 수동변속기처럼 기어를 조작할 수 있는 패들시프트를 이용하면 정말 재미있게 운전할 수 있다. 자동변속기 드라이브 모드에선 시속 80Km면 벌써 최고 단수인 8단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패들시프트를 쓰면 엔진 회전수를 최대한 끌어올려 폭발적인 가속력을 느낄 수 있다.

XE는 급회전 구간에서 제법 세게 몰아부쳐도 뒷바퀴가 지면에 딱 달라붙어 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뒷바퀴를 굴리는 차지만 급회전 구간에서도 차체가 밀리는 현상이 거의 없었다. ‘토크 벡터링’ 기술이 이런 민첩한 코너링을 도와준다고 재규어코리아 측은 설명했다. 토크 벡터링은 지면 상태와 회전 각도 등 주행 상황에 따라 좌우 뒷바퀴에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시스템이다.

XE는 속도를 올릴수록 차량이 지면에 착 달라붙는 안정감이 느껴졌다. 굽이진 산길에선 날렵했고, 쭉 뻗은 고속도로에선 진득한 몸놀림을 보였다. XE는 동급 최초로 ‘알루미늄 인텐시브 모노코크’ 차체를 채택했다. 차체 75% 이상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몸무게를 줄이고 강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스포티한 주행성능을 위해 차체 무게 배분도 50대 50으로 맞췄다.

XE를 타면서 한가지 놀라웠던 것은 에코모드였다. 디젤과 가솔린 모델 모두 드라이브 셀렉트 모드를 에코에 맞춘 뒤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탄력 주행이 매우 잘 이뤄졌다. 크루즈 콘트롤을 켜놓고 가는 것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주행을 이어갔다. XE 디젤 엔진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4.5km(도심 12.6km, 고속 17.6km)다. 가솔린 엔진 연비는 현재 인증 중이다.

XE은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판매가는 20d 프레스티지 4,760만 원, 20d R-스포트 5,400만 원, 20d 포트폴리오 5,510만 원, 20t 프레스티지 4,800만 원, XE S 6,900만 원이다. 특히 디젤모델 20d 프레스티지 판매가(4,760만 원)는 가솔린 모델 20t 프레스티지(4,800만원)보다 40만 원 가량 저렴하다.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디젤 모델의 가격을 가솔린 모델보다 낮게 책정했다는 것이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의 설명이었다. 최근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방침에 따라 모델당 50만~80만 원 정도가 추가로 인하됐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는 XE가 회사 성장을 이끌 수 있는 핵심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정현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대표는 신차발표회 당시 “재규어 XE는 재규어 랜드로버가 향후 5년간 선보일 신차와 스페셜 에디션 모델, 새로운 엔진을 탑재한 세부 모델을 포함하는 총 50여 종의 신차 공개 계획의 신호탄”이라고 밝혔다.

재규어 XE는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다. 디자인과 성능, 품질, 브랜드 이미지까지, 독일산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바짝 긴장시킬 녀석이다. 4,000만 원대에 재규어를 탈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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