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리인하 위한 통화량 확대(논쟁)

대한민국 경쟁력약화의 최대 원인으로 고금리가 꼽힌다. 고비용, 저효율구조의 핵심으로 고금리가 지목되고 있는 현실이다.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데 누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막상 어떻게 금리를 끌어내리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재계는 우리나라 통화공급 규모가 절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지적하면서 통화공급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화량이 늘어나면 곧바로 물가가 오른다는 논리는 개방경제체제에 맞지않으며 시중자금사정을 고려한 신축적인 통화정책 운용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통화량과 물가의 인과관계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경험칙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리인하는 물가안정이라는 정공법을 통해, 서서히 단계적으로 이뤄나갈 수 있는 것이지, 한순간에 통화량을 대폭 늘려 금리를 일시 떨어뜨려봤자 결과적으로 물가상승에 이어 더 높은 수준의 금리상승이 초래될 뿐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대기업 부도사태로 자금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전경련이 금리인하를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 금리인하를 위한 통화량 확대문제가 다시 초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를 둘러싼 한은과 전경련의 주장을 들어봤다.<편집자주> ◎주장/박종선 전경련 조사1본부장/기업경쟁력 위한 최선책/현 위기국면타개 고비용구조부터 척결/시장원리따른 통화공급체제로 전환필요/자본시장 육성 장기자금조달 여건 확충해야 최근 금융시장을 보는 기업의 눈은 불안스럽기 그지 없다. 경기침체 속에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심화되면서 내외 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연쇄부도에 따른 금융기관의 여신축소로 자금시장의 경색현상이 심화되고 신용불안이 고조됨에 따라 금융기관의 대출은 단기자금 위주로 운용되고 있다. 올들어 3월 이후 매월 그룹기업의 부도사태가 발생하고 있고 이로인한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는 대외신인도를 약화시켜 해외금융기관으로 부터 조달금리 상승은 물론 자금조달 자체가 어려워지는 등 우리경제를 매우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일부 국내은행의 경우 종전에 리보+0.5% 수준이던 해외조달금리가 최근 리보+1.0% 수준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의 금융애로가 경영활동의 장애로 확대되고 기업활력을 더욱 위축시켜 가뜩이나 침체된 경기의 부진을 심화시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신용이 취약한 기업은 진성어음까지도 할인받기 어려운 상황으로 진전하고 있으며, 증권시장의 침체와 금융기관의 단기자금 위주의 자금운용으로 기업은 투자자금 조달계획에서 잦은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금년 하반기 기업 설비투자계획은 큰 폭의 감소세가 예상되고 있다. 통산부 조사에 따르면 투자의 최대애로요인은 높은 금융비용 부담(52.2%)이며 이어 고임금·인력난(19.6%)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금융비용의 경우 금리가 선진국 수준인 6%대로 하향된다면 기업 재무구조의 개선과 함께 부도위기를 사전에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경제상황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정부나 기업 등 모든 경제주체가 확고한 난국타개 의지와 위기관리능력을 보여 줌으로써 기업의 연쇄부도사태를 막고 복합불황의 유발요인을 제거함과 아울러 국내 경제의 대외신용도 하락을 막는 것이다. 물론 현 국면의 타개는 궁극적으로 시장경제원리에 의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아직 시장경제원리의 원활한 작동여건이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현 국면이 위기적닌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우며, 모든 경제주체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정부는 고비용 구조개선을 위해 규제철폐와 함께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주도적으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첫째 최근 신용위기의 조기수습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표명과 함께 경제심리의 안정도모를 위해 시장경제원리가 원활히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로 금리인하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의 여신활동을 촉진함으로써 금융시장의 불안정과 고비용구조로 취약해진 경쟁력을 회복시켜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즉 궁극적으로 금리인하는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금융기관 자산의 건전성을 제고하게 될 것이다. 셋째 통화증가율 목표의 책정 자체가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것인지에 대한 불분명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시중자금사정을 고려한 금리위주의 신축적인 통화정책 운용이 필요하다. 넷째 금융시장의 조기개방을 통해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자금 가용성을 높여 금리인하를 유도해야 한다. 다섯째 건전기업까지도 자금난으로 경영위기에 직면하지 않도록 기업금융원활화를 제약하는 제도적 요인을 개선해야 한다. 특히 기업의 해외자금조달 관련 각종 규제를 조기에 폐지하고 기업의 주식발행 관련 규제 또한 조속히 폐지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방화·자율화시대에 걸맞는 관리시스템을 구축하여 통화공급을 정책당국의 의지에 따라 일방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에서 시장원리에 따라 공급되는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본래의 취지에 맞게 은행자금이 부족할 경우 중앙은행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재할인제도의 유동성 조절기능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그밖에도 은행이 실물부문의 중추적인 자금공급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 자산운용 및 금융기관간 자금이동에 관한 규제를 철폐해야 하며 자본시장을 육성하여 기업의 장기자금조 여건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특히 경제규모가 우리의 20% 수준에 불과한데도 주식시장규모가 우리나라에 2.2배에 달하는 말레이지아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약력 ▲서울대 농대 임학과 졸업 ▲미 버클리대 경영대학원 수료 ▲일본 경단련 파견근무 ▲전경련 금융재정실장 ◎반대/안세일 한은금융경제연 수석연구역/오히려 금리상승 초래/순차적 금리인하가 효과적·유일한 방안/물가 안정통해 시장불확실성 사라져야/금리중시 통화정책으로 금리안정 기대는 잘못 이번에 전경련에서는 우리나라의 금리를 한 자리수로 내리기 위한 방안을 보고서로 내놓았다. 그동안에도 이러한 과제를 놓고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으나, 이번 자료를 만들기 위한 연구에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참여하였고 연구소요 시간도 상당히 길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같은 광범위하고 심도깊은 연구 결과, 동 보고서는 우리나라 고비용구조의 대표적인 요소로 지적되고 있는 고금리를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어 통화정책을 수립하는데 큰 도움을 주리라고 믿는다. 먼저 보고서의 성격은 연구의 대상이 최근의 대기업 부도사태와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일시적인 금리인상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그보다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하는 고금리현상을 해소하고자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동 보고서가 지적하고 있는 고금리의 폐해라든지 우리나라 금리가 크게 낮아져야 한다는 인식에 있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그리고 금리인하를 위한 장단기 대책도 대부분은 동의한다. 또 주지하다시피 그동안 시장원리에 입각한 간접조절방식을 상당히 도입하였고 지준율도 크게 인하해 왔다. 그러나 전경련이 제시한 금리 하향안정화를 위한 정책중 근본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성장률에 기대인플레이션을 합한 것과 명목금리간의 관계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통화량과 물가간의 인과관계에 관한 것이다. 우선 전경련은 개방경제하에서는 명목금리가 성장률과 기대인플레이션의 합보다 작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고도성장하에서도 명목금리를 한자리수로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한편 전경련은 통화를 확대 공급하게 되면 장기 안정성장이 가능해져 금리가 낮아지고 오히려 물가가 안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수많은 선진국중에서 대만 일본 및 싱가포르의 단편적인 경험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국별 비교에 있어 일부 국가에서 외형상 드러난 수치만에 의존하게 되면 원하는 어떤 결론도 도출할 수 있고 심지어는 매우 위험한 결론도 도출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와 다른 현상이 벌어질 경우 일차적으로 그 원인을 분석해보아야 하고 다음으로는 이론적으로도 타당성있는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만의 경우를 보면 대만은 자본시장이 크게 발달하지 못한 가운데 제도금융권이 정부계 은행 위주로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최근 수년간 은행의 대출금리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와 대만을 비교해 볼 때 대만금리는 7­13%로서 우리나라의 9­15%보다 약 2%포인트정도 낮다. 그러나 대만의 경우는 사채시장의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은데다 금리도 높기 때문에 대만기업의 실제 금리부담은 결코 우리나라보다 낮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 기업의 금융비용부담이 대만이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낮은 금리수준보다도 우리나라 기업의 재무구조가 대만에 비해 취약한데서 찾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금리를 낮추는데 과연 아무런 방안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순리에 따라 차근차근 해나가는 방안, 예를 들어 1년에 1%포인트씩 인하해 나가는 방식이 사실상 가장 효과적인 동시에 유일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곧 기업재무구조의 개선과 기대인플레이션의 인하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기업재무구조의 중요성은 최근의 대기업의 부도사태에서 확실히 증명되었다. 즉 기업이 경영을 다각화하든 전문화하든 기업의 재무구조가 취약하면 결국은 경기하향국면에서 그 한계가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기업의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통화공급을 늘린다 해도 이는 스폰지에 물을 붓는 것과 같아서 효과가 퍼져나가기 곤란하다. 통화공급이 생산코스트 인하로 연결된다는 재계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기업 스스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가시화해야 한다. 끝으로 금리중시 통화정책에 대한 해석에 있어 많은 사람이 종종 혼돈하고 있는 점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이 금리 시장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금리중시 통화정책으로의 이행을 주장하고는 있으나 「금리중시 통화정책=금리 인하정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금리중시 통화정책이란 중앙은행이 단기금리인 콜금리 등을 경제환경에 따라 신축적으로 조정하는 통화정책 운용방식을 일컫는다. 따라서 금리중시 통화정책을 채택한다고 해서 금리가 안정된다거나 금리수준이 떨어진다고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다만 물가안정을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이 사라진다면 금리중시 통화정책은 현재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금리가 안정된 가운데 금리수준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텍사스 A&M대학 경제학 박사 ▲미연방준비은 객원연구원 ▲한은 조사1부 통화금융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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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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