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HP「정보의바다」평정 닻올렸다/「인터넷 전략사업」야심찬 계획발표

◎디지털파일 포맷 등 최첨단기술 소개/네티즌 겨냥 웹응용·솔루션개발 박차/4월엔 베리폰사 인수 스마트카드 분야 진출도미국의 컴퓨터업체인 휴렛팩커드(HP)가 지난달 22일부터 사흘간 뉴욕의 렉싱톤기념관 등지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겸해 대규모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의 주제는 「확장형 기업의 힘(The Power Of Extended Enterprise)」이었다. 루 플렛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HP의 중장기적인 사업구상과 향후 경영비젼을 자신감있게 제시했다. 그 자신감은 바로 확장형 기업의 힘에서 흘러나오는 것같았다. 확장형 기업이란 기업체의 종업원이나 고객, 공급자 등 모든 관련자들이 협력할 수 있도록 경계를 없애고 정보지향적인 작업환경을 창출하겠다는 HP의 의욕적인 사업방침이다. 모든 경영자원을 효율적으로 결합시켜 세계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HP의 비전인 셈이다. 신제품 발표에 이어 진행된 세미나에서는 금융서비스, 이미징기술, IT(정보기술) 운영 및 인터넷 솔루션 등 4개 분야로 나누어진 야심찬 사업계획이 펼쳐졌다. 이중 가장 많은 관심을 끈 것은 지난해 출범한 인터넷 이미징운영부문. 디지털영상, 온라인쇼핑 등 새로 선보인 최첨단 기술은 HP가 인터넷분야에서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HP가 코닥,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개발해낸 디지털 파일 포맷기술은 사진수준에 버금가는 깨끗한 영상을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전송할 수 있어 감탄을 자아냈다. HP는 올들어 인터넷분야를 사업전략의 중심으로 삼고있다. 지난 1월 인터넷 기술그룹(ITG) 등 인터넷전략을 총괄하는 3개의 사업조직을 창설, 인터넷 솔루션 개발과 확장형 기업비젼 실현에 나서고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강조되고있는 것은 웹기술의 활용.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있는 네티즌들을 겨냥한 것이다. ITG는 인터넷 사업확대전략으로 미들웨이브기술, 인터넷관련 이미징, 프린팅, 보안체계 등을 제시했다. 여기에다 인터넷 상거래의 보안성을 보이는 프로토콜도 개발중이다. HP의 인트라넷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일찍부터 인트라넷을 가동시킨 HP는 전세계 지사망을 통털어 하루에 1백50만건의 전자우편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는 약 7테라바이트의 방대한 정보량이다. HP는 최근 컴퓨터 자체의 기능을 높이는 기술투자 뿐만 아니라 컴퓨터를 이용한 멀티미디어 사용, 경영보조시스템 등 컴퓨터를 활용한 새로운 영역의 사업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또 HP는 기업정보시스템사업에 역점을 두고 연간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투입해 시스템관련 하드웨어사업을 강화해왔다. 아울러 주력제품인 중형 컴퓨터의 유닉스를 타사의 PC계 기술과 융합하는 등 독자기술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성을 과시하고있다. 앞으로 윈도NT와 유닉스가 융합, 하나의 운영체제(OS)처럼 쓰이는 상황도 염두에 둔 것이다. 이같은 신축적인 경영방침은 올들어 숨가쁘게 진행된 HP의 전략적 제휴 및 신규사업 진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HP는 지난 3월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윈도NT 등 MS의 소프트웨어기술을 서버 워크스테이션 등 중대형컴퓨터의 하드웨어기술에 접목시 켰다. 지난 지난 4월말에는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상거래분야의 슈퍼스타인 베리폰사를 전격적으로 인수해 전자상거래 및 스마트카드분야에 진출했다. HP는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함께 기업체의 인트라넷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넷PC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인텔사와 함께 차세대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작업도 진행중이다. 이밖에 IBM과는 차세대 64비트 MPU에 대응한 소프트웨어분야에서 제휴한 것을 비롯해 웹TV 단말용 프린터, 고속 멀티미디어 네트워크 교환기 개발사업에도 새로 나섰다. HP는 장기적으로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계측·컴퓨팅·커뮤니케이션 등 3대 분야의 첨단기술을 자산으로 삼아 이를 적극적으로 응용할 계획이다. HP가 거대기업답지않게 이처럼 탄력적인 경영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데에는 자유스럽고 생동감 넘치는 독특한 기업문화가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는 발전적인 인사제도, 혁신적이고 창업가적인 문화와 기술적 공헌을 추구하는 지속적인 제품 개발에서 찾을 수 있다. 하부에 대폭적인 정책결정권한을 부여한 분권화된 조직이야말로 바로 HP의 생명이다.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모든 관리자들은 문과 칸막이가 없는 사무실에서 일한다. 관리자들은 항상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사원들과 접촉하고 그들의 불만을 듣고 아이디어를 얻는다. 세계경제를 선도하는 첨단컴퓨터업체지만 HP는 창업주의 뜻을 이어받아 독특한 인간중심의 경영철학을 견지하면서 미국기업의 모범이 되고 있는 것이다. HP의 성장은 또 연구·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해마다 순이익의 7%를 R&D에 투자하는 HP는 지난해 27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엔지니어 및 연구원들이 전체 인력의 31%에 달하고 있으며 매년 1천3백여명의 대졸사원을 새로 충원해 살아있는 조직을 끌어가고 있다. HP가 대기업병에 걸리지않고 끊임없는 변신을 거듭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뉴욕=정상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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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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