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신(27)씨.국내에서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골프코스설계가를 꿈꾸는 당찬 커리어 우먼이다.
국내 골프코스설계를 맡고 있는 ㈜임골프디자인(대표 林상하)에 입사한 지 올해로 3년째를 맞고 있는 햇병아리다. 그러나 그녀의 포부는 결코 예사롭지 않다. 한국은 물론 세계적인 여성 골프코스설계가가 된다는 목표다.
『이 계통에선 홍일점이죠. 처음엔 주위에서 「여자가 힘들지 않겠느냐」며 만류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남성들의 세계에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지난 95년 단국대학교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의 석사과정에 입학하면서 인생의 진로를 바꾸었다.
1학기 전공과목 가운데 하나인 토지설계(골프장설계)수업. 「임골프디자인」의 임상하 사장의 특강을 듣고나서부터다.
林사장은 「골프코스설계는 조경가가 맡아야 한다. 그러면 훨씬 더 감각적인 코스 레이아웃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강의였다. 그리고 林사장은 골프코스 설계가가 되려면 반드시 골프를 칠 줄아야 한다고 했다.
이때 任씨는 『내가 평생을 바쳐 일할 수 있는 게 바로 이것이구나!』 하고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실은 학부때도 설계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꾸준히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강의를 듣고 완전히 매료됐습니다. 큰 땅을 설계한다는 것, 그 자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任씨는 순간 「학생신분에 무슨 골프냐」는 망설임도 있었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2개월 뒤 클럽을 마련하고 연습장에 등록했다. 비록 핸디 23의 하이핸디캐퍼지만 이제 구력 4년의 골퍼가 됐다. 베트스트 스코어는 작년에 작성한 92타(레귤러 티 사용)가 최고지만 드라이버 샷은 아마추어 여성골퍼로선 꽤나 장타축에 드는 200야드를 날린다.
『뒤늦게 시작한만큼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수많은 자료를 검색하고 각종 설계도면을 놓고 씨름하다 날밤을 지새운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박종화 담당 지도교수의 도움을 받아 현장감을 익히는데도 게을리하지 않았지요. 조금 늦었지만 「나중에 웃는 사람이 되자」고 되뇌였습니다.』
그래서였을까. 4학기만에 바로 「그린벨트지역내 토취장(土取場)을 활용한 골프장 설계」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아냈다.
이제 겨우 3년. 그러나 그녀는 그 짧은 시간속에서 이제 자신의 분신을 잉태시키는 소중한 순간을 맞고 있다.
1년6개월 동안의 작업끝에 자신의 손떼가 묻은 D골프장의 「실시설계도면」이 완성돼 내년 하반기면 공사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저 혼자만의 작업은 아닙니다. 사장님과 여러 동료들이 함께 해낸 것이죠. 97년9월에 지형도를 건네받고 코스설계(기본 플랜)를 해보라는 지시에 설레고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그렇게해서 설계 타당성검토를 시작으로 실시도면까지 꾸리게 됐습니다. 정말 가슴이 벅찹니다.』
그러나 그녀는 우리 골프코스가 너무 서구화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최근 새로 문을 여는 골프장일수록 한국의 지형적인 특성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외국의 저명한 코스설계가=훌륭한 코스」라는 등식 때문에 많은 사업자들이 외국 설계가를 선호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한국적인 코스」, 즉 우리의 문화와 환경, 그리고 지형이 함께 어우려진 코스설계로 승부를 걸려고 합니다.』
앞으로 10년. 그녀는 자신이 국내 첫 여성골프코스 설계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년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창호 기자 CHCHO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