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오바마·시진핑 정상회담] 북핵서 기후변화까지 광범위 합의… G2 신 대국관계 열었다

상호존중·상생으로 공동발전 모색<br>지적재산권 침해… 사이버 안보 문제 등 일부 현안은 이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이틀에 걸친 '셔츠 차림의 정상회담'에 대해 양국은 모두 주요2개국(G2)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한 역사적 회담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북한 핵 문제부터 기후변화까지 광범위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지적 재산권 침해나 인터넷 해킹 등 사이버 안보, 동북아 영토 분쟁 등에 대해서는 서로 해결 노력을 다한다는 정도로 봉합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북한 문제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공감대'를 이뤘다는 점이다. 양국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기자들에게 회동 결과를 설명하면서 "시 주석이 북한 문제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으며 오바마 대통령도 북한 이슈가 양국이 공동 협력할 핵심 분야라는 데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양국 정상이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 협력과 대화를 강화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도 미중 정상이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같은 입장과 목표가 있다고 강조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둔 G2 사이의 새로운 관계에 대한 모색도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이 중국이 규정한 '신형 대국관계'를 사실상 수용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 개념은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재임 시절인 2010년부터 중국이 미국과의 각종 고위급 접촉에서 본격적으로 주창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이빙궈 당시 국무위원은 "양국은 글로벌시대를 맞아 사회제도나 문화전통, 발전단계가 다른 국가들이 서로 존중하고 조화와 협력으로 윈윈하는 신형 대국관계를 열어가야 한다"며 이 개념을 설명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첫날 회담에서 "양국은 상호 이해에 근거해 새로운 유형의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며 "중국이 지속적이고 평화적으로 세계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에 "드넓은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개의 대국을 수용할 충분한 공간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양국 관계 발전의 청사진을, 그리고 태평양을 초월한 협력을 전개하자"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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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난 분야 중 하나다. 두 정상은 기후변화 대응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하고 양국이 '슈퍼 온실가스'로 불리는 수소화불화탄소(HFC) 생산 및 소비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생산국인 두 나라가 처음 이 부문에서 글로벌 기후변화에 맞서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밖에 양국 간 경제현안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시 주석은 미국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거시경제 정책과 중국을 상대로 한 고급 기술 수출 제한 완화,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 환경 개선, 중국의 미국 내 자산 안전 보장 등을 요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유·공정 무역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지적 재산권 침해 등을 겨냥했다. 그러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장려하고 미국의 고급 기술이 중국에 수출될 수 있도록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면서 무역과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최근 양국 간 현안으로 떠오른 사이버 해킹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 정상이 이견을 나타냈다. 도닐런 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인터넷 해킹이나 지적 재산권 침해 문제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심각성을 인식하고 진상 조사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반면 시 주석은 중국도 사이버 공격의 주요 피해국이며 모함을 벗고 싶다면서 새로운 기술은 양날의 칼이라고 맞섰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국제 현안인 시리아 사태나 이란 핵 문제 등은 깊게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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