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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말이야기] 전무후무 17연승 '미스터파크'

미스터파크

미스터파크를 모델로 제작된 봉제인형.

경주마 미스터파크(사진)를 아시나요? 미스터파크는 지난 2007년의 따뜻한 봄날 제주 트리플 크라운 목장에서 태어난 갈색말로 부마는 미국의 엑톤파크, 모마는 캐나다의 포멀딜입니다. 이렇게 외국에서 임신된 채 국내에 들어와 생산된 말을 '포입마'라고 합니다.

미스터파크도 다른 유명한 경주마처럼 뿌리 깊은 가문의 자손이었습니다. 더러브레드의 단군 할아버지 격인 달리 아라비안의 후손이고 20세기 경마계를 주름 잡았던 네이티브 댄서, 노던 댄서, 니진스키 같은 명마의 혈통을 물려받았답니다. 좋은 혈통에 우수한 감독과 관리사·기수까지 만난 미스터파크는 경주로에 들어서면 폭발적인 능력을 보여줬습니다.

미스터파크는 과거 포경선과 새강자가 수립한 15연승을 깨며 한국경마 사상 17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보통 한 경주에는 잘 훈련 받은 10~14마리의 말이 참가하는데 17차례를 연속으로 1등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의 기록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2010년 그랑프리 우승을 비롯해 2010년과 2011년 렛츠런파크 부산의 '올해의 경주마'까지 휩쓸었습니다. 그 이후 미스터파크를 기념하는 특별전이 열렸고 그의 모습을 쏙 빼닮은 캐릭터 완구도 제작될 만큼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경기마다 승승장구하던 미스터파크에게 불운이 닥쳤습니다. 2012년 6월3일 경기 중 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입니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안타깝게도 그는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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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21일 과천시에 위치한 사찰 정각사에서는 조금 특별한 의식이 거행됐습니다. 주로의 제왕이었던 경주마 미스터파크의 49재(四十九齋)를 올린 것입니다. 49재는 원래 사람이 죽은 뒤 49일째에 치르는 불교식 제사의례인데 이날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말이었습니다. 이는 미스터파크가 세상을 떠난 후 그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던 마주의 뜻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미스터파크의 고향인 제주 트리플 크라운 목장에는 그의 영원한 안식처가 마련돼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척이나 특별했던 그에게 제가 헌사한 묘비명도 보입니다. "주로의 영웅, 미스터파크. 영원히 지지 않을 17연승의 별을 주로 위 하늘에 띄우고 여기 잠들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미스터파크는 죽어서 이렇게 이름을 남긴 말이 되었습니다.

/김정희(말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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