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이어 최 회장까지 구속되자 재계는 '충격'과 '공포' 속에 할말을 잃은 분위기다. 특히 새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대기업을 몰아붙이는 가운데 최 회장이 구속되자 재계는 향후 대기업에 대한 압박 강도가 더욱 거세지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또 판결을 앞둔 다른 기업인들에게도 법원이 경제민주화 여론을 의식해 과도한 판결을 내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에서 "오늘 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법정구속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최 회장의 구속이 기업활동을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수출과 내수가 모두 둔화되며 1월이 다 지나가도록 기업들이 새해 경영전략 수입에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이번 판결에서 나타난 경제민주화 열기를 의식해 향후 전략수립에 더욱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기업활동 위축은 국내 경기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극심한 경제위기 속에서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려면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데 최 회장이 구속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국민들 사이에서 반기업정서가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점도 재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선거과정에서 경제민주화 주장이 제기되며 가뜩이나 기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좋지 않은데 이번 판결로 경제위기 극복의 원동력인 기업가정신이 한층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서열 3위인 SK도 최 회장 구속으로 경영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회장이 그동안 주력해온 해외 기업과의 협력이나 신시장 개척 등 글로벌 경영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원범 부장판사)는 이날 계열사에서 나온 펀드 투자금을 전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선고 직후 최 회장은 곧바로 법정구속됐다.
최 회장과 공모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은 혐의가 모두 인정되지 않아 무죄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SK텔레콤 등 계열사로부터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 "최 회장의 지시로 전용과정이 시작됐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그룹 임원의 보너스를 과다 지급해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139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