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이 추락하는 코스피지수의 바닥은 어딜까.
8일 코스피는 외국인의 3,731억원 순매도 속에 전일 대비 8.53포인트(0.44%) 하락하며 1,918.69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또 다시 연중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고 4개월여 만에 1,920선도 무너졌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연일 이어지는 코스피지수 하락 속에서 바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1차 저지선을 1,900선, 2차 저지선을 1,830선으로 보고 있다.
하나같이 그동안 코스피지수가 12개월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의 1.0배 수준으로 떨어졌던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과거의 경험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한국 주식시장의 순자산보다 낮게 형성된 적은 극히 드물었다는 것이다.
PBR는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비율로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한 수치다. 주가가 순자산(자본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에 비해 1주당 몇 배인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NH농협증권에 따르면 5일 기준 코스피지수의 PBR는 1.04로 1.0에 거의 근접해있다. 순자산과 주가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다우지수가 최고기록을 갈아치운 미국(2.05), 양적완화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큰 일본(1.18) 등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조성준 NH농협증권 연구원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PBR 1.0배가 무너졌던 이후 3년 여간 이를 하회했던 적은 없다"며 "북한 리스크로 저평가돼 있는 것은 맞지만 반대로 전쟁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동안의 할인율이 빠르게 회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기술적으로 1,900선 전후가 1차적인 저지선으로 작용하고 1,830~1,850에서 가장 강력하고 의미 있는 지지선이 구축될 것"이라며 "PBR 1.0배의 코스피지수는 중장기적으로 저가매수 기회였다"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지수가 바닥을 쳤을 때 끌어올릴 구원투수로 연기금을 꼽고 있다. PBR 1.0배 수준에서는 프로그램 매매로 저가매입을 노리는 연기금의 매수세가 집중된다는 것. 일각에서는 지난주 신흥국가투자펀드의 아시아 시장 순유출이 순유입으로 전환됐다는 점을 들어 외국인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다양한 투자처를 확보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굳이 리스크가 큰 한국시장에 들어올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한치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6,000억원가량을 매수했고 박스권 상단 부근에서도 매수세를 확대했다"며 "금리가 낮아지면서 투자수익률 제고를 위한 주식비중 확대 가능성이 높아 매수세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내수업종ㆍ지수하락 대비 낙폭이 과도했던 업종, 배당률이 높은 종목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번주에 추가경정예산과 금리가 발표되고 '4ㆍ1부동산대책'이 국회를 통과하면 본격적으로 내수경기 회복을 견인하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업가치는 여전한데 일시적으로 급락한 종목, 시세차익이 아닌 배당수익을 챙길 수 있는 종목이 투자가치가 높다고 추천한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적추정치 변화 대비 낙폭이 큰 업종 중 외국인의 순매도를 압도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순매수세가 나타나거나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수가 진행되는 업종을 골라야 한다"며 "이런 조건에 적합한 업종으로 전기전자ㆍ자동차ㆍ의약품ㆍ종이목재 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