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행복한 중기씨] 크기 따지는 체면문화 갖고 계신가요?

1부. 중소기업 바로 알자 <2> 하청 아닌 협력파트너로<br>작은 것 경시하는 풍조… 일자리 미스매치 부르고 직원은 패배의식 팽배<br>기술력·글로벌 활약상 등 기업 정보 제대로 알려야


#한국과 캐나다 학생 집단이 있다. 당신이 성적 상위 10%라고 이야기하면 한국 학생은 노력을 중단하고 캐나다 학생들은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인은 목표달성을 했기 때문에, 캐나다인은 동기부여가 됐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 반대로 하위 10%라고 말해주면 한국 학생은 그제서야 열심히 공부하고 캐나다 학생들은 다른 소질을 찾는다고 한다.

이 연구에서 한국인들은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못하지 않기 위해 공부한다는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 스스로의 기준이 아니라 사회적 기준이나 다른 이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체면을 중시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체면문화는 우리 사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는 집의 아파트 평수에 따라 우열을 논하고, 경차는 무시하고 대형차만 선호하는 풍조처럼 '작은 것'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TV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대기업 오너로 그려진다. 중소기업에서 성공하는 모델은 찾기 어렵다. 과거에는 일부 교과서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중소기업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진다. 중소기업이라 하면 영세하고 임금이 적다, 비전이 없다, 근로환경이 열악하다는 선입견을 갖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어서 고민인데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미스매치만 심화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일부 중소기업 직원들은 패배의식에 싸여 있다. 신입직원이 와도 '우리 회사에 뭐하러 왔나'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 많다고 한다. '으?X으?X'해서 회사를 성장시키겠다는 마인드는 드물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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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이는 명함을 내밀며 '○○'에 근무한다고 소개하고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은 "그냥 회사 다녀요"라고 말한다. 회사 이름을 잘 모른다는 것이 이유다. 우리 회사는 어떤 분야에서 이러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코스닥시장 중소기업 대표들의 말을 들어보면 회사 인지도를 높여 우수 인재를 유치하겠다는 게 상장의 주된 목적으로 꼽힌다. 한 기업 대표는 "우리 회사는 기술력이 뛰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고 대졸 초임이 3,600만원으로 웬만한 기업 못지않은 데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중기 주연시대'에는 체면문화를 극복하고 중소기업을 편향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무조건 중소기업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을 제대로 알려 과도하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규모에 대한 편견을 깨고 중소기업에도 알짜기업이 많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기업이 많다는 점이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빨리 가는 차가 아니라 멀리 가는 차를 타야 할 필요성도 강조된다. 작지만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에서 성장을 이끌면 대기업에 근무하다 40대에 퇴직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게 중소업계의 중론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과거 IMF 외환위기 때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이 '국민의 기업'이라는 표현을 쓰며 본질을 훼손했는데 실제 우리의 312만 중소기업들을 국민기업으로 부를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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