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달러 핫라인 구축… "대외신인도 개선ㆍ막연한 불안심리 해소"


한국과 미국의 두 정상이 사실상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에 전격 합의한 것은 우리나라 금융시장 안정이 양국 모두에 이익이 돌아가는 윈윈게임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으로서는 신흥국가의 금융불안이 자국으로 파급되는 이른바 ‘리버스 스필오버(reverse spill-over)’ 효과를 막을 수 있고 대외적으로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나라 역시 유사시 안정적으로 달러를 확보할 수 있는 핫라인을 확보함으로써 시장 불안심리를 조기에 잠재울 수 있다. 이 같은 한미 통화스와프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을 분수령으로 삼아 이르면 다음달 중 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될 경우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정부는 현재 단기국채를 팔고 장기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금리를 낮춰 경기를 진작시키는 일명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외화경색을 겪게 되면 정부는 보유한 미국 국채 등을 팔아 외화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는 미국 금리를 인상시키는 부작용을 낳아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미국 정부는 이 같은 악재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역시 통화스와프 체결시 환율급등을 막아 시장안정을 도모했다는 국제적 평가를 받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앞으로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고환율정책을 쓰는 국가를 제재하더라도 우리 정부는 피해갈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달러 발행주체인 미국 중앙은행과 우리 중앙은행이 통화스와프를 맺게 되면 대외신인도가 올라가고 시장의 불안심리를 가라앉히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환율안정을 위해 외환당국이 외환보유액을 대량으로 쏟아붓는 소모전을 피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양국 정상 간 합의가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풀어야 하는 현안들이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국제 공조망으로 확대하는 문제다. 통화스와프가 다자 간 금융안정 공조망이 아니라 단순히 한미 간 특수한 사례로 끝나게 되면 대외적인 파급력이 작고 미국 정부가 난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하고만 통화스와프를 맺을 경우 한미 정상회담용 이벤트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다른 나라와도 공조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08년 미국이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당시 멕시코ㆍ브라질ㆍ싱가포르와도 체결했는데 국제 금융안정을 위해 주요 신흥국과의 공조를 추진한다는 명분을 얻기 위해서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11월에 열리는 G20 정상회의 전에 유럽 국가들이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최근 세계경제 위기의 진원지가 신흥국이 아닌 유로존인 만큼 11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더불어 국제공조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한편 양국 정상이 사실상 한미 통화스와프 추진에 전격 합의한 것은 기획재정부의 조용한 물밑 지원과 청와대의 과감한 막판 추진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빚은 성과로 보인다. 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통화스와프는 성격상 상대국의 입장을 보면서 조율해야 달성할 수 있다”며 “대외적으로는 말을 하지 못했지만 (재정부 등이 나서서) 조용히 추진해왔다”고 전했다. 다만 재정부의 주요 당국자들은 양국 정상의 최종 발표문이 나오기 전까지도 구체적인 합의 수준이 어떻게 될지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는 재정부가 통화스와프 논의의 물꼬를 틔우는 역할까지만 맡았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이번 발표문에서 ‘외환유동성 공급을 통한 환율안정 협력 모색’이라는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된 데는 청와대 정무ㆍ외교 라인 쪽의 막판 추진력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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