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나라 '대기업 때리기' 도 넘었다

당권주자·지도부까지 총수 비판 가세… '기업 길들이기' 경계 목소리


오는 7월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 대표ㆍ최고위원으로 뽑히든지 대기업 총수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7명은 물론 기존의 원내 지도부까지 경쟁하듯 대기업 총수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최근 국회 출석을 거부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지난 21일 한나라당의 대학생 등록금 경감 방안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비판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의 발언을 문제 삼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물가 앙등과 반값 등록금 이슈로 민심이 나빠진 상황에서 재계의 공세에 밀릴 경우 '재벌 편들기'라는 비판이 거세질 것을 우려한 측면이 크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례 없이 강한 어조로 대기업을 성토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성장은 한편으로 관세, 수입 제한, 고환율ㆍ저금리정책 등 시장원리에 반하는 각종 특혜와 정부의 보호에 상당 부분 의존해온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그런데도 최근 추가감세 철회, 중소기업 동반성장, 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 자신에게 좀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정책뿐 아니라 국민부담 경감을 위한 등록금 문제 등에 대해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면서 친서민정책을 배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자기가 올라섰으니 뒷사람은 따라오지 말라는 행태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이 중심인 모임 '새로운 한나라'가 이날 연 전당대회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도 후보자들은 대기업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원희룡 의원은 "재벌 눈치 보는 순간 민심은 등을 돌릴 것"이라고 경계했고 나경원 의원은 "장자 하나 잘 키워 가문을 일으켜보겠다는 식으로 대기업을 잘 키워줬는데 큰아들이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 남경필 의원은 "세금을 깎아달라는 대기업 총수가 등록금 깎는 것을 포퓰리즘이라고 하는 것은 상당한 오만"이라고 꼬집었다. 홍준표 의원도 "콩나물ㆍ두부까지 대기업이 참여하는 것은 재래시장을 죽이는 일"이라며 두부를 중소기업업종에서 배제해달라는 전경련을 비판했다. 다만 기업을 비난하면서 정치권의 기업 길들이기도 더불어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승민 의원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사면해주면서 다른 한 편에서는 국회가 대기업 총수를 불러 혼내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무분별한 정치권의 기업 회장 출석 요구와 원칙 없는 사면을 싸잡아 질타했다. 권영세 의원은 "툭하면 별것도 아닌 일에 총수를 오라 가라 한 것은 반성해야 한다"면서 "대기업 총수의 국회 불출석을 사회에서 비판하지 않는 것도 그런 데서 기인한다"고 자성했다. 박진 의원은 "대기업 총수의 국회 출석은 기업을 길들이거나 기업때리기 차원에서 이뤄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당 대표 후보 7명 전원은 저마다 중소기업업종 대기업 진입 금지 법제화(홍준표ㆍ권영세), 하도급법, 상속세ㆍ증여세법 강화(박진), 정년 연장법(남경필), 법인세 추가감세 철회(유승민ㆍ남경필ㆍ권영세) 등 정책 추진 의지를 밝혔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정책위는 30일 당정 협의에서 대기업의 2~3세 기업 일감 몰아주기 행태, 과세 근거가 부족한 편법증여에 대한 증여세 부과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