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자 김 모씨는 20일 새벽 뉴스를 보고 보유한 주식을 매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하향한다고 발표하면서 유럽발 증시 하락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장 초반 코스피지수는 1,793까지 하락했고 김 씨는 보유 주식을 매도했다. 하지만 9시 20분께 코스피지수는 서서히 오르더니 1,834포인트까지 상승했다. 김씨가 다시 낙폭과대주의 매입에 대해 고민할 즈음 코스피 지수는 1,814포인트까지 다시 하락했고, 오후가 되면서 또 다시 1,839포인트까지 상승했다. 이날 여섯 차례 이상 등락을 거듭하던 코스피 지수는 결국 전날보다 17.03포인트 오른 1,837.97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최근 들어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자 국내 증시도 요동을 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환율 움직임에 따라 하루에도 수 차례씩 오르락 내리락 하는 양상이다. 이날 증시가 오름세로 마감되기는 했지만 종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하루 등락폭이 47포인트에 달하기도 했다. 장 초반은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 여파로 외국인들이 주식을 내다 팔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9시27분께는 코스피지수가 27포인트 넘게 빠지기도 했다. 유럽발 악재가 다시 불거지며 원ㆍ달러 환율이 9개월 만에 최고치인 1,148.4원까지 오르자 은행, 철강, 항공 등 민감 업종들이 대거 하락세를 보였다. 하나금융, 우리금융, 신한지주 등 금융주는 장 초반 대거 하락하다가 코스피지수가 반등하면서 약보합세로 마감했다. 포스코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가 낙폭이 줄며 1% 안팎의 하락세로 마감했다. 오후 들어서 기관들의 매수세가 두드러지며 코스피 지수가 크게 상승했다. 기관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045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를 받쳤다. 특히 증권사는 국내 증시가 폭락하기 시작한 8월 이후 하루 순매수금액으로는 3번째로 큰 금액인 1,142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이날 코스피 지수가 급등락을 보인 이유는 유럽과 미국의 전망이 지속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탈리아 신용등급 관련해서 증시가 하락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장 중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경기 부양 대책 기대감이 급부상되며 기관들의 매수세가 유입됐다”며 “앞으로도 해외 이벤트에 따라 하루에도 변동폭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거래량이 3억주 가량으로 대폭 줄어든 것도 주식 시장의 낙폭을 키웠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대외 악재에 대해 내성을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장중 움직임은 여전히 급변동하고 있다”며 “하루 거래대금이 줄어들면서 조그만 움직임에도 출렁거림 현상이 펼쳐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