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위기의 금융감독] "비리·직무유기 책임지고 스스로 물러나야" 목소리 커져

■ 금감원 출신 현직 감사 처리 어떻게<br>"특단 조치 필요" 불구 "퇴직자 어쩔도리 없다" 금감원도 해법 못찾아<br>내달 주총 앞둔 금융사 "누굴 뽑나" 고민속 "경영능력 갖춰야" 제기도


금융감독원 출신 감사를 둘러싼 각종 비리와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현직 감사에 대해서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감원이 앞으로 낙하산 감사의 관행을 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미 금융회사 감사로 자리를 옮긴 퇴직 직원에 대해서는 아무런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감원 출신 감사에 대한 시선이 싸늘해지면서 새 감사를 선임해야 할 보험ㆍ증권사들은 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금감원 출신 현직 감사 어떻게 되나=금감원이 지난 4일 쇄신방안의 하나로 '감사 추천제'를 폐지하는 한편 금융회사의 스카우트 요청도 거절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퇴직직원이 금융회사 감사로 이직하는 길을 원천봉쇄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하지만 이미 금융회사 감사로 자리를 옮긴 퇴직 직원에 대한 처리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금감원 출신 감사의 비리와 직무유기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자 금감원이 나름대로 특단의 조치를 취했지만 전ㆍ현직 금감원 직원의 유착고리를 완전히 끊지 못한 셈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이 금융회사 감사에 있는 한 전관 예우나 유착 관계를 완전히 떨쳐버리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 감사에 쏠린 시선을 의식하고 있지만 이미 퇴직한 직원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감원 출신 감사들이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고 스스로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당국의 뿌리가 흔들리는 위기상황에서 금감원 출신 감사들이 자신의 자리만 지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각종 비리와 직무유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과감하게 옷을 벗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총 앞둔 금융사들 "감사 누굴 뽑나"=3월 결산법인인 보험ㆍ증권사는 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임기를 마친 감사에 누굴 앉히느냐로 고민하고 있다. 금감원이 더 이상 직원을 금융회사 감사로 보내지 않겠다고 밝힌 터라 금감원 출신을 배제할 수밖에 없다. 국내 42개 증권사 중 올해 주총에서 상근 감사의 임기가 만료될 예정인 곳은 24개사. 이 중 금감원이나 옛 증권감독원 출신이 감사로 있는 회사는 16개사에 달한다. 보험업계에서도 올해 6월 새 감사를 맞아야 하는 곳이 현대하이카ㆍ그린손해보험ㆍ서울보증보험ㆍ알리안츠생명ㆍ흥국생명ㆍ신한생명ㆍPCA생명ㆍ우리아비바생명 등 8개사다. 특히 알리안츠ㆍ흥국ㆍ신한ㆍPCA생명은 기존의 감사가 금감원 출신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만 없었더라면 금감원이 차지한 감사 자리는 연임되거나 금감원 출신에게 대물림됐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주총에서는 금감원 출신을 배제하고 대거 물갈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 역시 "(금감원 출신 감사에 대해) 사회적 불만이 많은 상황이므로 증권사나 감사 스스로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감사 역할이 잘못을 지적하는 데만 국한되지 않는 만큼 변화된 기업환경에 발맞춰 경영능력을 보유한 인력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증권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 감사들이 문제 발생에 대한 지적과 검사에서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지만 종합적인 경영관리에 있어서는 경험이 부족하다"며 "감사는 경영진의 한 사람으로서 경영 전반에 걸쳐 활동해야 하므로 굳이 금감원 출신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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