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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인 김현수(가명)군은 엄마와 함께 최근 감기 치료 때문에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했다. 다행히 감기 증상은 심하지 않았으나 진료의사는 김군의 비만 치료가 더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김군의 키는 140㎝이고 몸무게는 50㎏으로 비만도를 나타내는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인 '체질량 지수(BMI)'가 25.5로 경도비만 상태였다.
김군의 엄마 최모씨는 "평소에 아이가 좀 통통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비만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맞벌이 때문에 인스턴트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할 때가 많아 신경을 못 쓴 것이 비만의 원인일 수 있다고 하니 아이에게 좀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군의 혈압을 측정해보니 평균 혈압이 낮을 때(확장기)는 90㎜Hg, 높을 때(수축기)는 130㎜Hg로 통상적인 정상 혈압인 80㎜Hg·120㎜Hg보다 조금 높게 나왔다.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비만이 심해질 경우 고혈압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의사의 조언이다.
김군을 진료한 한미영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현재의 상태가 지속된다면 틀림없이 성인비만으로 이어져 혈관이 콜레스테롤 등으로 막히는 동맥경화, 제2형 당뇨병 등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아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생활 습관이 매우 중요한데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겨울방학이야말로 올바른 식생활 습관을 들이기 위한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자신의 자녀가 소아비만이 의심된다면 계산기를 꺼내 체질량 지수를 계산해보는 것이 좋다. 체질량 지수가 25 이상에서 점점 높아질수록 비만도가 심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분비질환(갑상선기능저하증 등)에 따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개 유전적 영향과 음식섭취 과다, 운동부족이 소아비만의 주원인이 된다. 아주 어릴 때의 영유아비만도 소아비만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 교수는 "생후 1세 미만은 아이가 울고 보챌 때마다 수유하는 습관이 비만을 가져온다"며 "이 시기의 비만은 지방세포 수를 늘려 성인비만의 요인이 되는 만큼 완전 모유수유를 하고 울고 보챌 때마다 우유를 주지 말고 정해진 간격으로 수유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5세 이후에 비만이 되는 경우는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외식·가공식품 등)을 많이 먹거나 불규칙한 식사로 폭식하는 경우, 급하게 먹는 습관 등 음식섭취의 과다가 주원인으로 가정에서의 식사습관이 잘못된 경우가 많다. 비만아동들의 공통점은 운동량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 초등학생 고학년 이상의 청소년은 과중한 학업 부담으로 운동시간과 또래 친구와의 활발한 신체활동이 부족하다"며 "주로 여가를 TV 시청, 스마트폰 사용, 컴퓨터 게임 등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아 섭취한 에너지를 소모할 기회가 부족한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만 소아 청소년의 가족력을 살펴보면 가족 중에 비만인 사람이 있는 경우가 많다. 부모 중 한 사람이 비만이면 자녀가 비만일 확률은 40%에 이르고 두 사람 모두 비만이면 80%로 높아진다. 형제가 비만일 때도 다른 형제가 비만인 경우가 많아 유전적 요인 외에도 어려서부터 같이 생활하면서 영향을 주는 가족의 식사습관·생활방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소아비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이 대부분 성인비만으로 이어진다는 점과 성인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비만을 원인으로 하는 합병증(고혈압·지방간·고지혈증·당뇨병 등)'이 소아기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공복시 혈당 증가), 고지혈증 등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을 대사증후군이라 하는데 이 경우 심근경색과 같은 심각한 관상동맥 질환과 뇌혈관 질환 발생위험이 매우 커진다. 이런 합병증 외에도 담석증, 호흡기 질환(천식·수면무호흡), 골관절 질환, 우울증, 사회생활 부적응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소아비만의 경우 아주 고도비만이 아니라면 약물치료보다는 우선 체중감량을 위한 식생활 습관 개선과 운동요법이 처방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 전체가 협력해 장기적으로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식이요법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은 겨울방학이 비만 치료의 적기이다.
식단은 되도록 저열량·저탄수화물·저지방·고단백 식단으로 구성하는데 성인과 달리 성장이 중요하므로 성장에 필요한 필수영양소의 섭취도 고려해야 한다. 당과 지방이 낮고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으로 식단을 준비한다. 외식의 빈도를 줄이고 패스트푸드의 섭취를 일주일에 한 번 미만으로 줄인다.
가벼운 경도비만의 소아는 현재 체중만 유지해도 키가 자라면서 비만 지수가 정상이 되므로 너무 엄격하게 식사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
중등도와 고도비만 환아는 1달에 1~2㎏ 정도로 서서히 체중을 감량해 경도비만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다. 다함께 식사를 하는 가정에서는 과체중이나 비만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가능하면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TV 시청은 어린이의 음식 섭취를 증가시키는 반면 신체활동은 감소시키는 만큼 식사 중의 TV 시청, 스마트폰 조작 등은 금물이며 방학 중에도 TV 시청시간과 비디오게임, 컴퓨터 사용시간을 하루 1~2시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야식은 소아비만의 주범이므로 오후9시 이후에는 될 수 있으면 먹지 않아야 한다. 정 배가 고플 경우 열량이 낮고 포만감을 주는 고구마나 바나나 등 간단한 과일로 허기를 달래는 것이 좋다. 짠 음식은 식욕을 자극하므로 국물 섭취는 가능하면 자제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은 체지방을 감소시키고 혈압과 콜레스테롤,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다. 자녀와 함께 저녁식사 후 30~60분씩의 빠른 걷기운동을 주 3~4회씩 땀날 정도의 강도로 하는 것이 좋다. 따로 운동할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아파트 계단 오르내리기, 버스정류장 한 정거장 걷기 등 일상에서 에너지를 소비하는 생활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