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새해엔 진정한 프로들을 기대한다


세밑이다. 2011년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동일본 지역에서 발생한 쓰나미와 후쿠오카 원전사고는 전세계를 긴장 속에 빠뜨렸다. 유럽재정위기 여파로 경제가 크게 위축되면서 내년 상황도 위태롭게 보인다. 서민들은 전셋값 폭등과 취업난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 역시 한반도에 지역 리스크를 부각시켜 정치, 경제적으로 복잡한 문제들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좋은 소식도 들린다. 연말마다 어려운 이웃에게 구원의 손길을 전하는 구세군 자선냄비가 47억원을 모금해 사상최고액을 기록했다고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따뜻한 온정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올 한 해를 되돌아 볼 때 가장 기억이 남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나는 가수다(나가수)'라는 TV프로그램이다. 나가수는 매주 7명의 실력 있는 가수들이 새로운 곡을 편곡해 부르는 미션에 도전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이미 인정받은 가수들을 경쟁시킨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지난 3월 출범한 이 프로그램은 폭발적인 인기 속에 이른바 '나가수 신드롬'을 양산했다. 올해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한글 키워드가 나가수였다는 사실만 봐도 인기도를 실감할 수 있다. 나가수 열풍은 '나는 ○○다'라는 패러디 방송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정치문화에 '이단아'역할을 하고 있는 '나는 꼼수다'라는 인터넷 방송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생중계 됐고 경쟁곡들은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다. 참여가수들의 연말공연 역시 수많은 관객들이 몰리면서 흥행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나가수' 도전과 열정의 산물 나가수는 일단 타이틀 자체에서 신뢰감을 보여준다. '나는 가수다'라는 타이틀 속에는 '진정한',' ~답다'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나가수에 열광한 가장 큰 이유는 출연가수들의 도전정신이다. 가수들은 그동안 한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의 음악들을 과감히 선택했고 이를 훌륭하게 소화시켜 냈다.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과감한 편곡과 퍼포먼스 역시 도전정신의 산물이었다. 두 번째는 열정이다. 매주 새로운 곡을 선택, 편곡하고 무대를 꾸민다는 것은 웬만한 노력과 열정 없이는 이루어낼 수 없는 것이다. 엄청난 중압감에도 불구하고 박정현ㆍ김범수ㆍ 윤도현 등 장수한 가수들이 열 번 이상 되는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열정이 만들어 낸 힘이다. 패배를 인정하는 미덕도 인정할 만하다. 시작 초기에 다소 물의를 빚었지만 자신의 열정을 전부 쏟았음에도 불구하고 무대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탈락자들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나가수는 참여가수들의 프로정신을 담아냈고 결국 성공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내년 임진년은 검은색을 뜻하는 임(壬)과 용의 진(辰)이 맞물려 60년 만에 맞는 '흑룡의 해'라고 잔뜩 들떠 있다. 하지만 새해는 과거 몇 년보다 훨씬 불확실한 시기가 될 것임에는 분명하다. 정치적 대형 이벤트인 총선과 대선을 상, 하반기에 치러야 하고 경제적으로도 글로벌 경제위기는 끝을 알 수 없는 진행형인 상황이다. 서바이벌 게임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프로의식 갖고 최선 다해야 이러한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나가수의 성공요인이었던 도전과 열정을 겸비한 프로정신이다. 누구나 끊임없는 열정을 가지고 도전해 나가면 새해에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가수의 음원판매가 500억원을 넘어설지는 아무도 상상을 못했던 일이다. 특히 내년 선거는 우리에게 무척 중요하다. 바르게 일할 수 있는 정치인들을 가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나는 국회의원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을 선택해야 한다. 자영업자나 직장인 등 경제주체들도 '나는 ○○다'라는 프로의식을 갖고 스스로 일하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야만 불확실성을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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