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여가와 근로시간/박훤구 한국노동연구원장(로터리)

엿새를 일하고 하루를 쉬는 주단위 생활패턴은 요즘에는 격주 토요휴무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엿새를 일하고 하루를 쉬는 제도는 성경에서부터 도래돼 우리 인간생활을 규정짓는 종교적인 제도인 것이나 실제로 이러한 관습이 근대 산업사회에서도 근로와 여가를 규정하는 제도로 굳혀지게 된 것이다.실제로 1주 7일 단위의 주개념이 종교적인 제도라는 인식에서 18세기 프랑스대혁명 이후 공화력을 만들면서 혁명주도세력은 종교색을 배제하기 위해서 1주 10일 단위의 칼렌다를 시험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화력은 몇년 못가서 많은 반대에 부딪혀 폐지됐다고 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 익숙해진 생활패턴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선진국에 정착된 주휴 2일제는 그 도입에서 많은 논란과 시비가 있었던 것으로 기록돼있다. 19세기 말에만 하더라도 많은 나라에서 토요반일근무제 도입이 노동계의 요구였고 토요반일근무제가 제일 먼저 정착된 영국을 본따서 반일을 근무하고 반일을 노는 토요일은 영국식 토요일(English Saturday)이라고 칭했다고 한다. 토요반휴일제가 주휴 2일제로 전환된 것도 프랑스의 경우 지난 60년대 중반, 일본의 경우에는 90년대 초반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근로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로 거론되고 있다. ILO통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선진 산업국의 주당근로시간은 40시간 미만이다. 아시아의 4룡 가운데 대만은 45시간, 싱가폴은 51시간, 우리나라가 46시간으로 그간 고도성장을 일구어온 아시아 4룡들의 근로시간이 선진국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결국 열심히 일하는 나라, 즉 근로시간이 긴 나라가 성장을 빨리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추론이 가능하다. 여가는 에너지 재충전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현실을 볼 때 앞으로 수년간 허리띠를 졸라매도 새로운 각오를 보여야 할 때다. 우리의 임금수준도 이제 상당한 단계에 오른 것을 감안할 때 아마도 우리의 비교우위가 이제 근로시간에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여가시간을 늘이는 것보다 주어진 여가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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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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