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클릭 이 판결] <3> 론스타 - 정부 끝나지 않은 악연

외국자본 먹튀·탈세 차단 길 열리나

막대한 매각차익 불구 세금 한 푼도 안내

주요 소송 3건 중 1승1패로 '장군 멍군'

외환銀 지분매각 차익 과세 소송 진행

외국자본과 세금전쟁 가늠자 역할할 듯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가며 고속성장을 거듭하던 우리 경제는 1997년 동아시아를 강타한 외환위기로 인해 전례없는 시련을 겪었다. 정부는 바닥난 외환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긴급 자금을 수혈받았고 IMF는 돈을 빌려주는 대신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때 이른 개방으로 인해 그 동안 보호에 길들어져 있던 우리 기업들은 외국 자본의 좋은 먹잇감이 됐고, 정부는 막대한 매각차익을 남기고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떠나는 외국 자본을 수년간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만 했다. 과세당국은 외국 자본의 먹튀 논란이 거세진 2005년 무렵에야 세무조사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우리 과세당국과의 10년 넘게 이어진 소송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먼저 한때 강남 최대 규모 오피스로 꼽히던 역삼동 스타타워의 2,500억원대 매각차익을 둘러싼 세금 소송이 벌어졌다. 우여곡절을 거치긴 했지만 결국 과세당국이 유리한 승기를 잡았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미국 텍사스주에서 설정된 론스타펀드 3호는 스타타워 빌딩을 매입할 목적으로 벨기에에 스타홀딩스(SH) 법인을 설립한 후 이 법인을 통해 2001년 스타타워 관련 주식을 1,000억원에 사들여 2004년 싱가포르 투자청 산하 법인에 3,510억원에 매각한다. 이에 국세청은 3년 만에 2,500억원 규모의 양도차익을 남긴 론스타에 1,017억원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했지만 론스타 측은 납부를 거부하며 1차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차 소송에서 법원이 손을 들어준 쪽은 론스타였다. 2012년 2월 대법원은 "개인에 적용하는 양도소득세를 외국 법인에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국세청 패소로 기록된 이 판결은 확정이 됐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 대법원 판단에 착안, 양도세 대신 1,040억원대의 법인세를 론스타 측에 부과했고 양측은 2차 소송에 돌입했다. 론스타 측은 스타타워의 매입과 매각을 주도한 법인은 벨기에에 있으므로 '주식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거주지국인 벨기에에만 과세권을 부여한다'고 규정한 한-벨 조세조약에 따라 한국 국세청에 과세권이 없음을 주장했지만, 이번에는 법원은 과세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지난 1월 "스타타워 빌딩 매각이 형식상으로는 SH 주도로 이뤄지긴 했지만 이 법인은 조세 회피 목적으로 세워진 도관회사(conduit company)에 불과하므로 한-벨 조세조약의 세금 면제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빌딩 매각으로 인한 소득의 실질적 귀속자는 미국에 기반을 둔 론스타펀드 3호이므로 이 사건 양도소득에 관하여는 한-미 조세조약이 적용된다"며 "한-미 조세조약의 여러 합의들을 살펴 보면 한국과 미국은 이중과세 방지와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부동산 과다보유 법인의 주식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부동산 소재지가 있는 국가가 그에 대한 과세권을 행사하도록 했다고 충분히 해석할 수 있으며 따라서 한국 과세당국이 론스타의 부동산 양도소득에 과세한 것은 적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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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결로 국세청으로서는 스타타워 빌딩의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걷을 수 있는 길은 열렸지만 론스타가 외환은행·극동건설·스타리스(현 효성캐피탈)의 주식에 투자해 얻은 소득에 매긴 1,733억원대 법인세 소송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얻었다. 지난해 2월 서울행정법원이 1심에서 론스타 측의 승소 판결을 한데 이어 지난 1월 서울고등법원 역시 1심 판결이 정당했다는 항소기각 판결을 내린 것이다. 사건은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에 설정된 론스타펀드 4호는 외환은행과 극동건설, 스타리스의 주식에 투자할 목적으로 벨기에에 도관회사 역할을 할 여러 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스타타워 빌딩에 투자할 때와 동일한 구조의 투자 모형을 구축한 셈이다. 론스타 측은 이 벨기에에 설립된 회사들을 통해 2002년부터 2005년 말에 걸쳐 △외환은행 주식 4억1,675주를 2조1,548억원에 △극동건설 주식 2,626만여주를 96억원에△스타리스 주식 754만여주를 589억여원에 취득했다. 이후 매년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챙기다 2007년 △외환은행 지분 13.6%를 1조1,928억원에 △극동건설 지분 전체를 6,000억원에 △스타리스 주식 전부를 2,944억원에 팔아 치웠다. 국세청은 론스타 측이 벌어들인 수 조원의 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려고 했지만, 론스타 측은 "한-벨 조세조약에 따라 한국은 주식 양도소득에 과세할 수 없다"고 재차 주장하며 당시 원천징수를 통해 냈던 세금마저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의 쟁점은 론스타펀드 4호가 국내에서 실질적으로 고정사업장을 가지고 사업활동을 했느냐 여부였다. 한-미 조세조약 등은 한쪽에 거주하는 소득 수령자에 타국이 과세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그 타국 내에 소득의 발생과 관련한 고정사업장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론스타 측은 "한국에서 투자활동만을 했을 뿐 고정사업장도 없고 중요한 사업활동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국세청 측은 "론스타펀드의 주요 출자자인 스티브 리 등이 외환은행 인수 등에 가장 큰 역할을 했으므로 이들이 세운 국내 사무소 등을 론스타펀드의 사실상 고정사업장이라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법원이 손을 들어준 것은 론스타 측이었다. 법원은 "외국 법인의 고정사업장이 국내에 존재한다고 보려면 외국 법인의 직원 또는 그 지시를 받는 자가 국내 사업상 고정된 장소를 통해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을 수행해야 한다"며 "외환은행 등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고 자산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이른 론스타의 주요 결정은 모두 미국에 있는 론스타나 론스타의 자회사에서 이뤄졌다고 보이며, 따라서 론스타가 국내 고정사업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끝으로 론스타-국세청 간의 가장 큰 규모의 소송은 2012년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0억원에 팔아치우며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소송을 들 수 있다. 론스타 측은 "한-벨 조세조약에 따라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는 벨기에에서만 가능하다"며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며 하나금융이 원천징수해서 낸 3,915억원의 양도세를 돌려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사건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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