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디플레 늪 빠진 日, 물가 양극화 시달려

내구재 가격은 급락하는데 생필품 가격은 뜀박질<br>소비자들 체감물가 부담 커져 경제 주름살


일본 경제가 식품이나 에너지 등 생활필수품의 가격은 오르는 반면 가전제품 등 내구재 가격은 급락하는 물가 양극화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물가하락으로 경제가 가라앉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는 와중에 가계의 생계비 부담은 커지는 이중구조 때문에 경제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식료품 등 비내구재 가격이 오르면서 일반 소비자들은 디플레이션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일본의 주력산업인 가전제품 등 내구재 가격은 속수무책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생활필수품과 내구재 가격의 양극화로 인해 경제는 디플레이션에 머물고 있는데도 소비자들의 체감물가 부담은 고조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달 일본 정부의 물가 관련 발표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 지난달 말 총무성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0.1% 하락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소비자물가는 1%의 낙폭을 보여 디플레이션이 심화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이는 디지털가전을 비롯한 가정용 내구재 가격이 물가하락을 주도한 탓이다. 대표 내구재인 TV와 냉장고 가격이 20~30% 가량 급락한 가운데 액정TV 의 소비자판매 가격은 판매부진으로 인해 올 하반기 이후 최대 40%까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일본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휘발유나 식료품 등 생활필수품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내각부가 실시한 소비동향조사에서는 1년 뒤 물가가 오를 것을 예상하는 응답자가 69.6%에 달해 바닥을 쳤던 지난 2009년 12월(29.2%)에 비해 40%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TV나 PC 등 내구재는 치열한 가격경쟁 때문에 가격 파괴현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내구재 구입빈도가 낮기 때문에 이전 구입가격과 비교해 디플레이션을 실감할 기회가 적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디플레이션을 넘어서 경기침체와 고물가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경제를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경기 악화로 근로자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생필품 가격이 오르면 일본 제조업의 기둥 역할을 해 온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 내구재 소비의 여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이는 더 심한 판매 부진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실시된 가계조사에 따르면 지난 1~10월까지 전체 소비지출에서 식료품과 광열ㆍ수도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1.4%를 기록해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임금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방어적인 소비는 앞으로 한층 심화할 전망"이라며 이 같은 현상이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 일본 주력산업의 수익 여건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내년 초에도 밀가루와 형광등 가격 인상이 예고돼 있어 소비자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한층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크레디스위스증권의 시라카와 히로미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임금이 오르지 않는 한 내구소비재의 지속적인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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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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