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인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반민반관 형식인 금융감독원이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수장을 교체한 지 벌써 한 달여. 임기가 끝나기 전에 위원장과 원장을 바꿨지만 실제 업무를 진행할 임원과 국장급 인사는 계속 미뤄지는 형편이다.
금융 당국의 인사가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는 새 정부의 장관 인사가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의 부원장 인사에 대해 "(청와대에서) 인사 검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 인사를 청와대에 올렸지만 기획재정부 인사가 먼저 올라와 있어 계속 뒤로 밀리고 있다"면서 "처음에 장관이 낙마하고 다시 인사하면서 시간이 지체되고 각 부처의 차관과 1급 공무원 인사가 늦어지는 여파가 금융 당국 인사에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의 경우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를 앞두고 원장이 주요 임원의 자리 이동을 부담스러워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 때문에 조직개편과 인사는 업무보고 이후로 늦췄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공모제도 인사가 늦어지는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부처인 금융위는 안전행정부의 지침에 따라 일정 비율 이상을 외부 전문가가 들어올 수 있도록 공모제를 실시해야 한다. 금융위는 금융정책국장을 공모로 뽑는다. 이 때문에 최소한 40일 이상의 공모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부분 금융위 내부 사람이 발탁된다. 과거 교수 등 전문가를 발탁하려고 했지만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정책국장의 역할에 맞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와 면접을 봤지만 교수 출신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해서 차라리 공무원만 못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결국 있으나마나 한 공모제를 지키느라 시간을 보내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18일 과장급 인사를 먼저 했다.
두 기관의 임원 인사가 늦어지며 각종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국장급 이상은 하마평에 목을 매고 팀장 등 실무관리자도 일손을 잡지 못하는 분위기다. 감독원의 검사 업무의 경우 이미 하던 것은 최대한 빨리 끝내고 대규모의 검사는 일단 인사 뒤로 미뤘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이런저런 이유로 인사가 늦어지면서 안팎에서 비판여론이 상당하지만 속사정을 설명할 수도 없고 답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