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업 M&A 때마다 은행들 희비 엇갈려

하이닉스 인수때 국민, 안정대출처 확보로 웃고…<br>하나는 'SK 주채권銀' 불구 소외돼 울고<br>비씨카드때 우리·신한, KT에 협조해 퇴직연금 대거 쓸어담아<br>현대건설때 현대그룹과 MOU 맺은 외환, 현대차와 갈등 겪어


SK텔레콤은 지난 10일 검찰의 압수수색 등 악재에도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에 최종 참여하기로 했다. 가격도 맞아 사실상 인수자로 확정된 것이나 진배없다. 그런데 SK의 환호에 덩달아 미소를 짓는 곳이 있었다. 바로 인수금융을 맡게 된 국민과 우리은행이었다. 두 은행은 사실 마지막까지 조마조마했다.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었던 탓이다. 반면 SK와 오랜 '친구'인 하나은행은 딴 나라 잔치 보듯 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기업 인수합병(M&A)에 은행권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하이닉스다. 금융권은 하이닉스에 대한 인수금융이 마진은 크지 않지만 대규모의 안전한 대출이라는 점에서 군침을 흘려왔다. 이중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입장은 더 미묘하다. 국민은 KT의 주채권은행이면서도 최근 경쟁사인 SK와 좋은 관계를 맺어온 반면 정작 하나는 SK의 주채권은행이면서도 인수금융전에서는 빠졌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SK텔레콤에 하이닉스 인수자금용으로 2조원까지 대출해주겠다는 확약서를 써줬다. SK 측은 국민과 우리를 공동주관사로 선정했지만 단독으로 인수금융을 책임지겠다는 게 당초 국민은행 측의 생각이었다. SK텔레콤은 하이닉스 인수가로 3조4,000억원대를 적어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취임 이후 국민은행과 SK 측과의 관계는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다. 2월 국민은행은 자사 지분 0.9%를 SK텔레콤에 팔았고 국민은행은 SK텔레콤이 보유한 SK C&C 지분 4.1%를 매입했다. SK C&C는 SK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그 지분을 보유한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국민은행은 5월 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나눠주면서 이동통신사로 KT가 아닌 SK텔레콤을 선정하기도 했다. 정작 SK의 돈줄을 쥐고 있는 하나은행은 이번 인수금융전에서는 빠졌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하나와 신한이 제시한 조건이 좋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조금이라도 떼어 달라고 국민은행 등에 얘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하나 측의 설명은 다르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용공여한도가 이미 찼기 때문에 대규모 대출을 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더라도 가계대출 등 내년도 대출시장이 꽉 막힌 상황에서 신용등급 AAA의 대규모 대출 건을 놓치는 것은 아플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것은 또 있다. KT는 비씨카드 인수 과정에서 협조를 해준 우리은행(20%)과 신한 측에(13.58%)에 매각지분과 동일한 비율로 퇴직연금을 지난 4월 대거 몰아줬다. 하지만 정작 국민은행은 KT의 주채권은행임에도 소액만 배분받았다. 금융권에서는 당시 국민은행이 비씨카드 지분을 KT에 넘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돌았다. 기업 M&A에 따라 은행권의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가깝게는 현대건설 매각작업 때도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현대건설 매각작업에서 외환은행이 다른 채권단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현대그룹과 양해각서(MOU)를 맺자 강하게 반발했다. 심지어 1조3,000억원 규모의 예금인출은 물론 직원 급여통장 해지 등 초강수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멀게는 외환위기 직후 삼성자동차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벌어졌다. 당시 삼성 측은 주채권은행이던 한빛은행(현 우리은행)과의 갈등 속에서 해당 은행에 예치된 예금을 빼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 임원은 "중소기업은 몰라도 대기업과의 관계에서는 은행이 점점 을(乙)로 바뀌어가고 있다"며 "대출할 데가 없는 은행들이 너도나도 대기업 거래를 늘리려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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