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잠자는 수백억 어떻게 하나" 고민

서울시 선불교통카드 잔액 환불 서비스 인기있지만…<br>"공익 기금 형태로 시민에 돌려줘야" 제기<br>市 "전자금융거래법 소멸시효 없어 쉽잖아"

서울시가 지난 9월부터 시작한 교통카드 잔액 환불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1년 이상 장기간 사용하지 않고 잠든 선불 교통카드 충전 잔액이 여전히 수백억원, 5년 이상 쓰지 않은 충전 잔액은 45억원에 이른다. 교통카드는 익명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주인을 찾아주기 힘들다. 이에 따라 관련법 정비를 통해 거액의 미사용 교통카드 충전 잔액을 공익기금 형태로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9월부터 지하철 1~8호선 전 역사에서 시행된 '티머니(선불 교통카드) 지하철 역사 서비스'를 통한 티머니 잔액 환불이 3,931만1,480원(4,522건)에 달했다. 카드 훼손 등으로 잔액 확인이 불가능해 본사로 보내진 비정상 카드의 잔액 환불(3,474건)까지 포함하면 액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티머니 지하철 역사 서비스는 서울시가 티머니 카드의 잔액 환불, 잔액 이체, 마일리지 충전 등의 서비스를 역사 내에서 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다. 지난 2004년 신교통 시스템이 도입된 후 교통카드 충전 잔액은 증가해왔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9년 말 기준 미사용 교통 충전 선수금은 719억원으로 이 중 1년 이상 장기 미사용 중인 금액은 약 193억원이다. 충전된 돈의 약 25%가 전혀 쓰이지 않고 쌓여 있는 것이다. 특히 해가 갈수록 장기 미사용 충전금액이 늘어나는 추세다. 5년 이상 장기 미사용 충전 선수금은 2009년 말 10억1,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 45억원으로 네 배 이상 증가했다. 2009년 4~5년 구간(36억원)의 미사용 충전 선수금이 해가 바뀌어 그대로 넘어온 것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점을 알고 있지만 관련 법과 제도상의 문제로 장기 미사용 충전 선수금 처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시 교통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현행법(전자금융거래법)상 교통카드 충전 선수금은 고객이 돌려줄 것으로 요구하면 언제든지 응해야 하는 부채의 개념이기 때문에 항상 갖고 있어야 한다"면서 "현재로선 시민들에게 잔액 환불이나 잔액 이체 서비스를 잘 알려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권자가 5년 이내에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채권ㆍ채무관계가 소멸되는 상법과 달리 교통카드 충전 선수금 관련 법인 전자금융거래법에는 소멸시효가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분실이나 훼손 등으로 주인을 알 수 없는 교통카드 금액이 상당해도 법 제도를 정비하지 않는 이상 손을 댈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기 휴면예금을 공익기금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참고해 서울시가 장기 미사용 충전 잔액을 교통기금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휴면예금관리재단의 설립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 이상 계좌거래가 없으면 은행이 휴면예금관리재단으로 휴면예금을 출연한다. 이렇게 조성한 휴면예금 기금 규모가 4,000억원에 이르며 빈곤층의 대출 등으로 사용된다. 시의회 교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관련 법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의지만 있다면 금융권의 휴면예금 활용처럼 얼마든지 시민들에게 환원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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