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넘어] 휴대폰·車등 일류상품 '관세철폐 날개'로 영토확대 박차를

<1> FTA 앞세워 2조달러 앞당겨라<br>한-EU FTA 발효 한달여만에 직접 수혜업종 車·석유제품 각각 88%·70% 수출 늘어<br>전략적 FTA 체결 늘리고 신흥시장과 연계 강화해야


지난해 초 한국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삼성 위기론'이 진동했다. KT가 아이폰을 내놓자 일부 언론과 IT 전문가들이 '아이폰 혁명이 시작됐다'며 애플의 공세에 삼성전자 휴대폰이 맥을 못 출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삼성전자는 갤럭시S를 출시하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다. 그리고 다시 1년 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기 좋게 추월했다. 3ㆍ4분기 6,090만대를 팔아 애플을 꺾고 스마트폰 세계 1위에 올라선 것. 지난 2006년 이후 5년 연속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 TV 역시 한국 수출의 일등공신 가운데 하나다. 10월에는 북미시장에서 월판매 100만대의 신기록을 세웠다. 3초당 1대 이상이 팔린 셈이다. 특히 차별화된 기능과 디자인의 삼성 스마트TV는 북미ㆍ유럽 등에서 프리미엄TV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자동차의 약진도 무섭다. 현대ㆍ기아차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수출 200만대-300억달러 시대(1년 기준)'를 연다. 10월까지 현대ㆍ기아차 수출대수는 182만1,789대로 259억달러어치다. 현대ㆍ기아차가 지금까지 전세계에 판매한 누적대수는 2,851만대. 이를 한 줄로 세우면 지구둘레(4만㎞)를 3.2바퀴 돌고도 남는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TV, 현대ㆍ기아차 등 일류상품을 앞세운 한국의 수출이 이달 들어 5,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에 힘입어 한국은 마침내 '무역 1조달러' 국가로 우뚝 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 가운데 유일하게 무역 1조달러 클럽에 입성한 것이다. 과거 한국은 '은자의 나라' '조용한 아침의 나라'로 불리며 변방 후진국의 설움을 삼켜야 했다. 그런 한국이 미국ㆍ중국 등 세계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무역강대국의 기치를 한껏 드높이고 있다. 비록 중국이 개발도상국 중 먼저 1조달러 클럽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한국보다 국토가 100배 넓고 인구는 26배나 많다. 인구가 적고 자원도 빈약한 한국이 세계가 주목하는 쾌거를 이룬 것은 1960년대부터 초지일관 추진해온 '수출입국'의 노력 덕이다. 무역 1조달러 달성이라는 금자탑을 세운 한국의 무역전사들은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이제 2조달러 시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그동안 우리 수출을 견인해온 반도체ㆍ휴대폰ㆍ자동차ㆍ석유제품ㆍ선박 등 글로벌 일류상품들의 지속적인 약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해 수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한 2011년은 한국경제와 무역사에 이정표로 길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한ㆍEU FTA 발효에 이어 한미 FTA까지 비준이 완료돼 무역 5대 강국과 2조달러를 향한 '글로벌 코리아'의 탄탄한 발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무역의 지평을 더욱 넓힐 것으로 기대되는 거대시장과의 FTA 효과는 벌써부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ㆍEU FTA가 발효된 지 한달여 뒤인 9월 국제무역연구원은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놓았다. 7월 한달 동안 대(對)EU 수출이 전년동월 대비 9.9% 늘어난 가운데 직접수혜 업종인 자동차와 석유제품은 무려 각각 88.5%와 70.1%가 증가했다는 게 골자다. EU의 재정위기로 내수가 침체되고 있는데도 한국의 대EU 수출이 늘어난 것은 온전히 관세철폐 등 무역의 벽을 없앤 FTA의 힘이다. 조성대 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한국 기업의 EU 소재 15개 법인에 물어봤더니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주문이 늘고 부품과 소재의 무관세 수입으로 현지생산 비용이 줄어들었다고 답했다"며 "불과 1~2개월 만에 FTA 기대효과가 현실화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무역 2조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FTA의 전략적 활용과 더불어 신흥시장으로 무역영토를 더욱 넓히고 상품뿐만 아니라 서비스 수출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무역구조를 보면 2000년대 들어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기타 국가의 비중이 높아져 선진국 위주의 수출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며 "무역전략의 측면에서 FTA 체결 확산과 함께 신흥시장인 인도ㆍ중남미ㆍ중동ㆍ아프리카 같은 신흥 전략시장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경태 무역연구원장도 "1조달러 이후의 무역발전을 위해서는 서비스 무역에 대한 관심을 강화해야 한다"며 "정부 지원정책에서 제조업과 서비스 부문의 차별을 시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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