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과실 제대로 영글지도 않는데… "추석, 10월말로 옮기자"

"온난화로 수확 시기 안맞아"… 朴장관-재계간담 이색 제안

'추석의 의미 살리려면 이제 10월 말로 옮겨야' 지난 5일 있었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기업 경영자들의 간담회에서 재계의 다양한 건의가 나왔는데 이러한 이색적인 제안도 나온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재계 측 인사가 한 민간 유통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우리나라는 추석이 음력 8월15일로 올해의 경우 양력 9월 중순인데 이때는 과실이 제대로 영글지도 않는다"며 "그런데도 생산농가들이 추석 때를 맞춰야 하니 무리하게 조기출하를 해 품질이 좋지 않은데 가격은 비싸진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추석을 (양력) 10월 마지막 주로 정해놓으면 본격적인 수확 시기를 맞아 과실 품질도 좋아지고 가격도 낮아져 국민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추석이 해마다 양력 기준으로 앞당겨지는 추세인 반면 기후는 온난화의 여파로 아열대로 가고 있어 추석 연휴가 곡물 수확기와 맞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수급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문제를 이렇게 해결해보자는 것이다. 이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추석 성수품 가운데 사과(후지)의 생산 적기는 10월 하순이며 신고배는 9월 하순~10월 중순이다. 밤과 대추도 각각 9월 중순~10월과 10월이 생산 적기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우리의 추석은 결실과 풍성함을 강조하는 등 서구의 추수감사절 성격을 갖고 있는데 서구의 추수감사절은 그 의미에 적합하게 11월 넷째주간으로 고정돼 있다"며 "추석의 의미를 살리려면 주요 농산물의 수확이 끝나는 시점으로 옮기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후변화를 반영한 추석 시기의 조정은 다른 곳에서도 제안된 바 있다. 농협경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추석이 음력 기준이다 보니 온난화현상 때문에 계절상 여름철에 더 가깝게 가고 있다"며 "'풍성함'과 '가족의 결속 강화'라는 추석의 의미를 잘 살리기 위해서는 양력 특정 요일을 추석으로 지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은 아이디어 제안의 수준일 뿐 실제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책의 핵심요건은 합리성과 함께 실행 가능성"이라며 "(추석 날짜 조정에 대한) 전체 기업계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며 무엇보다 국민정서상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경련의 한 관계자도 "(물가안정을 위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내놓은 것으로 경제적 측면에서는 일리가 있는데 다만 국민정서가 받아들일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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