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달 간 1000대 이상 팔려… 벤츠 E-클래스 흥행 비결은

물리·철학자까지 참여… 혁신 아이디어로 고객에 어필<br>글로벌 인재 19만명… 오픈 이노베이션 통해 디자인·개발 의견 교환<br>도로주행 테스트만 4년<br>고객 개발 참여도 한몫

벤츠 9세대 E-클래스와 히스토리 모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3월 한달 동안 국내에서 가솔린과 디젤 모델을 합쳐 1,000대가 넘게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수입차 모델 가운데 국내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BMW 520d를 포함만 5시리즈 정도만이 현재 월별 판매대수가 1,000대 이상인데 이에 버금가는 판매량이다. 지난 해에는 국내에서 총 9,896대가 팔리며 벤츠 국내 총 판매량 2만389대의 48.53%를 차지했다. E클래스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인 'E 300'은 매달 300~600대의 판매대수를 유지하며 꾸준한 사랑 받고 있다.

E-클래스는 전신(前身)인 '170 V' 시리즈가 1947년 처음 선보인 이후 60여 년간 전세계에서 1,300만대 이상 판매되며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프리미엄 중형 세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는 2009년 8월 출시돼 지난 달까지 총 3만5,014대가 판매됐다. 전문가들은 E-클래스가 국내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베스트셀링 모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로 우아하고 럭셔리한 이미지, 차별화된 디자인, 독보적인 성능 및 안전기술, 다양한 편의장치 및 라인업 등을 꼽는다. 그렇다면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무엇일까. 오픈 이노베이션과 철저한 테스트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힘'=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벤츠 이노베이션 스튜디오 직원들은 "10년 후의 자동차는 어떤 모습일까" 등의 주제를 갖고 수시로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신형 'E 350 캐브리올레이(Cabriolet)' 모델에 장착되며 세계 최초로 선보인 보온시스템 에어캡도 '겨울에도 오픈 에어링을 가능하게 할 방법'을 주제로 한 아이디어 회의에서 나온 의견이 실제로 구현된 결과물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도출을 위해 벤츠는 19만명 이상의 연구ㆍ개발 분야 인재들과 광대한 영역에 걸친 전문가들이 연결돼 있는 세계적인 지식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 네트워크에는 자동차 전문 엔지니어, 디자이너들과 함께 물리학자, 화학자, 심리학자, 사회학자, 철학자와 같은 각각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이 오픈 이노베이션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함께 논의하고, 분석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한다.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의 중요한 토대는 테크놀로지 모니터링, 미래학 등으로부터 제공받는다. 이렇게 얻은 정보는 장기적인 개발 콘셉트와 자동차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한다. 벤츠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품 개발에 적용하기 위해 자동차 산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항공우주, 정보기술(IT), 엔터테인먼트 산업까지도 분석한다. 이처럼 혁신을 강조하는 벤츠는 127년 동안 무려 8만개가 넘는 특허출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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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아이디어 공장'=고객 리서치 센터는 벤츠가 자동차에 대해 꿈꾸는 것들을 현실로 실현시킬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한다. 고객 리서치 센터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체계적인 고객 연구 조사 ▲이노베이션 워크숍을 통한 아이디어 창출 ▲도출된 아이디어가 적용된 제품이 고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등을 한다. 고객의 요구는 벤츠 차량 개발의 초기 단계부터 적용된다.

장기적인 테스트 과정에 참여하는 고객들은 실제로 혁신적인 기술이 탑재된 차량을 제공받고 콜 센터를 통해 의견을 전달한다. 고객은 차량 주행 중에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불편함을 느끼면 차량 내부의 빨간 버튼만 누르면 된다. 그러면 고객 리서치 센터와 화상전화로 연결된다.

실제 고객이 테스트 과정에 참여해 개발된 것 기능 중 하나가 E-클래스에 최초 적용된 '주의어시스트'다. 주의어시스트는 주행 개시 후 20분간 70가지 이상의 측정계수를 통해 운전자의 스티어링 휠 조작성향 등 운전 스타일을 측정한다. 그 후 운전자가 일반적인 스티어링 휠 조작 성향에서 벗어난 조작을 할 경우 디스플레이를 통해 경고 메시지를 표시한다.

◇품질의 완성은 철저한 테스트=벤츠의 차량 개발 과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주행 테스트는 그야말로 혹독하다. 2009년 출시된 9세대 E-클래스는 전세계 도로에서 4년간 지구 850바퀴 도는 것과 맞먹는 거리를 달렸다.

더욱이 벤츠 엔지니어들은 항상 전 세계에서 가장 춥거나 더운 지역, 가장 열악하고 먼지투성이인 도로, 가장 빠른 속도를 내는 테스트 트랙과 가장 느린 속도로 주행하는 도심모두에서 차량을 테스트한다. 이런 조건들은 벤츠 차량의 전체 수명 동안 가해지는 충격 및 부담을 한정된 시간 동안 테스트 하기 위해 결정된다.

9세대 E-클래스 모델의 주행 테스트는 2005년 여름에 시작됐다. 컴퓨터 가상현실에서의 성공적인 테스트와 뒤이은 테스트 장치에서의 수백 번의 테스트 이후 E-클래스는 남아프리카, 미국, 북부 스칸디나비아, 독일, 일본 등지에서 테스트를 받았다. 다양한 개발 부서에서 행해진 테스트는 일상 교통상황에서의 장거리 테스트뿐 아니라 체계적인 내구성 테스트를 포함하고 있다. 벤츠 E-클래스의 뛰어난 품질은 절대 우연히 완성된 것이 아니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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