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 제조사 해고 대신 임금 깎고

캐터필러 등 대형사 잇단 조치에<br>일부 노조 일자리 유지 위해 수용<br>해외공장 U턴 조건으로 제시도


미국에서 일자리 제공을 조건으로 인건비 삭감에 나서는 대형 제조업체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수시로 대량해고의 칼날을 휘두르던 미국 기업들이 해고 대신 근로자 임금삭감을 제시하는 새로운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근로자 소득감소로 중산충 붕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대형 장비업체인 캐터필러는 최근 일부 생산공장이 노사계약을 갱신하면서 공장을 폐쇄하거나 임금을 동결하는 선택지를 노조 측에 제시했다. 시카고 등지의 부품공장 근로자들은 3개월에 걸쳐 파업을 벌였으나 결국 일자리 유지를 위해 동결을 받아들였다.


해외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전제조건으로 대규모 임금삭감을 내세우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 2010년부터 켄터키주 루이스빌 공장에서 2,500명의 생산직 일자리를 확충하는 대신 임금수준은 수년 전보다 대폭 낮췄다. 2005년 이전에 초임으로 시급 22달러를 제공했던 GE 가전제품 조립라인에서 현재 지급되는 임금은 시급 14달러선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온수기 생산공장을 루이스빌로 옮겨오는 대신 미국의 제조 대기업으로는 보기 드문 시급 13달러로 임금을 책정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보도했다.


저임금을 조건으로 내건 기업들의 일자리 제공은 미국 내 주별 인건비 절감경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09년 금융위기가 끝난 이래 평균 연봉(2012년 기준) 5만4,000달러인 테네시주의 제조업 일자리 수가 1만8,000개 이상 늘어난 반면 연봉이 7만6,000달러에 달한 뉴저지의 일자리는 1만7,000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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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의 경우 최근 본사가 위치한 시애틀에서 차세대 대형 항공기 777X를 생산하는 조건으로 퇴직수당 삭감 등의 내용을 담은 연금제도 변경을 제시했다. 보잉은 수억달러의 비용절감을 노린 이 안이 국제기계공노조(IAM)의 반대에 부딪치자 미국 내 새로운 입지후보를 물색하고 있으며 적어도 12개 주가 입찰에 응모하는 등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 제조업의 생산거점 U턴은 노동비용 하락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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