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정보유출 사고의 또 다른 그늘

'1588류'는 스팸… 일반 번호는 스미싱? 답답한 카드 고객센터

대표 전화 스팸 등록 늘면서 새 번호 추가해 서비스 운영

소비자 불신 우려가 현실로


직장인 이동건(가명)씨는 최근 A카드사 고객센터라고 발신명이 표시된 전화를 받았다.

이씨는 발신번호가 예의 익숙한 '1588 류'가 아닌 일반 전화번호라는 게 꺼림칙했다. 여자 상담원은 분실된 카드가 사용된 기록이 남았다며 본인 확인을 요청했고 이어 주민번호를 물어왔다.


이씨는 금융 사기라 판단하고 상담사에게 이름, 전화번호, 소속 부서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통화를 마치고 나서도 의문이 풀리지 않은 이씨는 본점에 해당 사실을 문의했고 카드사는 기존 번호가 스팸으로 등록돼 새로운 전화번호를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카드사들이 고객상담 전화번호를 추가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쓰이던 고객상담 전화를 회원들이 스팸으로 등록하면서 해당 서비스 영업에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텔레마케팅(TM) 영업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징표다. 연초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빚은 또 다른 그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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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카드는 최근 아웃바운드 서비스 전화번호(02-2003-3777)를 새롭게 추가했다. 외환카드는 이전부터 써오던 '1588-3200, 1599-3200' 등과 함께 이 번호를 병행해 사용하고 있다.

외환카드가 서비스 전화번호를 병행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고객들이 기존 번호를 스팸 신고하면서 착신율이 급격히 저하됐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고객 중에서 '후후(WhoWho)' 같은 스팸 차단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나 일부 이동통신사 스팸 신고 서비스를 통해 카드사 전화번호를 스팸으로 신고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난 결과다.

통상 카드사들은 카드의 부정 사용이 의심되거나 고객에게 연체가 발생하는 등 신용등급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또는 고객 문의에 응답할 때 카드사 대표번호를 이용한다. 그런데 해당 전화번호가 스팸으로 등록되는 사례가 늘면서 해당 서비스 제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외환카드 관계자는 "카드 가입을 권하거나 대출 서비스 안내를 하는 전화가 아니라 부정 사용 등을 예방하기 위한 서비스지만 일부 고객을 중심으로 스팸 번호로 등록되면서 새로운 번호를 부여받아 고객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NH농협카드도 콜 서비스 번호 추가를 검토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대표번호를 스팸 등록하는 사례가 늘면서 영업활동이 더뎌진 게 사실"이라며 "전화번호를 추가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풍경은 연초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낳은 부작용으로 풀이된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전 국민의 공분을 샀고 금융당국은 TM 영업 중단이란 강력한 규제를 들고 나왔다. 영업 기회를 강탈당한 업계에서는 몇 개월간의 영업정지보다 두려운 것은 소비자 불신이라고 지적했는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영업정지야 그 기간만 버티면 되지만 TM 자체에 대한 소비자 불신은 회복하기 어렵다"며 "개인정보 유출 사고 후폭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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