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소비부진… 잇단 규제… 2인자의 역습에… 쓴맛 보는 1위 식품기업

풀무원 두부·파리크라상·아워홈 점유율 하락에 신사업서도 고전<br>오뚜기 카레·동서 맥심·CJ 스팸 차별화 전략 제품에 맹추격 당해




식품업계 1위 기업들이 수난 시대를 맞고 있다.

이들 기업은 불황에 따른 소비 부진과 정부 규제 등으로 발이 묶여 내수 매출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데다 신사업과 해외사업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아울러 불황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1위 영역을 위협하는 2인자들의 공격적인 전략으로 독점도 점차 깨지고 있다.


◇소비 부진과 규제의 이중고=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풀무원의 지주회사인 풀무원홀딩스의 3분기 순이익(연결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나 감소했다. 주력 계열사인 풀무원식품의 당기순이익이 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풀무원은 지난 2011년 주력사업인 두부업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발이 묶인 이후 청소용품 렌털, 발효유 등 신사업에 진출했으나 아직은 해당 사업들이 적자 상태다. 더욱이 1위인 두부 시장 규모가 올 1~9월 전년 대비 3.2% 감소세로 위축된 가운데 한 때 60%를 넘었던 점유율이 올 3분기 48%로 내려앉았다. 생수사업을 위해 지난 2009년 설립한 네슬레와의 합작법인인 풀무원샘물은 매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ㆍ중국에서 진행 중인 해외사업도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풀무원 측은 "미국에서는 지난해 법인 통합 및 공장 이전에 따른 투자금액이 늘어났고 중국 및 신사업은 사업초기라 사업기반 확충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3,000개가 넘는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하는 국내 베이커리 업계 1위 SPC그룹 파리크라상도 지난해부터 공정거래위원회, 동반성장위원회의 잇단 규제 탓에 올 들어 파리바게뜨의 신규 출점 수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30여개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매년 성장세를 이어온 매출이 올 들어 처음으로 꺾일 수도 있다는 불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파리크라상 측은 내년부터 미국, 중국에서 가맹사업을 시작하는 등 해외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내사업의 침체를 만회할 만큼의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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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 동안 급식업계 부동의 1위를 지켜오던 아워홈은 외식과 식품 사업에 한 눈을 팔면서 급식과 식자재 유통에만 집중해 온 에버랜드에 지난해 1위 자리를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더욱이 외식사업이 동반위 규제로 올스톱되고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의욕을 보인 가정간편식 사업에서도 주요 대형마트에서 자체 상표(PB) 제품 매출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여서 갈수록 인지도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 이상 독식은 없다=1위 식품 브랜드는 백전백승, 불패 신화가 깨진 적이 없다. 식품의 경우 소비자들의 입맛이 쉽사리 바뀌지 않아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편인데다 단시간에 유통망 확보가 쉽지 않아 시장 1위를 빼앗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1위 기업의 독점 비중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2위 기업들이 웰빙과 프리미엄 콘셉트를 내세운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이 높은 프로슈머들을 겨냥하면서 2위 기업들에게 불황은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45년간 카레의 대명사로 불린 오뚜기는 몇 년 전까지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장악해 왔지만 올 8월 현재 70.1% 점유율(링크아즈텍 기준)로 떨어졌다. 이를 바짝 뒤쫓고 있는 곳은 대상 청정원의 '카레여왕'으로 2011년 출시 1년 만에 두 자릿수 점유율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 20%를 넘겼다. 카레여왕은 1위 브랜드와 차별화를 위해 밀가루 대신 100% 우리 쌀을 첨가한 프리미엄 카레로 승부를 걸었다.

'커피=맥심'이라는 공식도 서서히 깨지고 있다. 한때 80%대 중반의 점유율을 자랑하던 동서식품의 맥심은 지난 3분기 편의점 기준으로 75%대로 떨어졌다. 출시 초기부터 카제인나트륨 대신 무지방 우유의 프리미엄 커피로 어필한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는 3분기 점유율이 16%이지만 이달말 나주 커피 공장 완공을 계기로 연말까지 3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CJ제일제당의 '스팸'도 동원F&B의 '짜지 않은 햄'콘셉트인 동원F&B '리챔'의 추격을 받고 있다. 스팸은 지난해 초 캔햄 점유율의 60% 가량을 차지했지만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캔햄시장 점유율은 스팸이 40.5%로 떨어진데 비해 리챔이 25.6%까지 치고 올라왔다.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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