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리빌딩 파이낸스] "자본 확충·금융 규제 투트랙 해법"

사면초가 몰린 유럽은행들 구조조정 등 재기 몸부림<br>일부 공적자금 투입 국유화<br>은행세 부과 기류도 확산


#1. 지난달 말 방문한 그리스 아테네의 산티그마광장(헌법광장)에서 가까운 알파은행. 예금주들이 삼삼오오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요로고스씨는 "알파은행 신용등급이 강등된데다 유로뱅크와 합병되면서 예금된 돈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 나와봤다"면서 "다른 그리스 은행들도 사정은 매한가지"라고 하소연했다. #2. 영국 런던의 신금융지인 카나리 워프도 체감온도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불안감이 전염병처럼 휩쓸고 있었다.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2단계 강등한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한 직원은 "영국 대형 은행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유럽 은행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럽 은행들이 사면초가에 내몰리고 있다. 부서 통폐합, 자산매각, 부실채권 상각, 인원정리 등을 통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고 일부 은행은 공적자금이 투입돼 국유화됐다. 미증유의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은행들은 실패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듯 밑바닥에서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자본확충'과 '금융규제'라는 투트랙을 통해 명가재건에 나서겠다는 것. 자본확충 방안은 ▦개별 은행의 자구노력 ▦개별 국가의 공적자금 투입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자금투입 등 3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럽 은행 부문의 자본확충에 필요한 규모가 최대 2,00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내총생산(GDP)의 2.2% 수준이다. 유로존은 유럽 은행위기가 개별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보고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수개월 동안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난 9일(현지시간)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유럽 부실은행 지원에 함께 나서기로 합의한 것은 이 같은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우리는 유럽 은행들의 자본확충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며 "유로존 내 모든 은행들은 유럽은행청(EBA), IMF 등과 협조하에 만들어진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은행위기를 해결하는 최후수단으로 EFSF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럽 은행들의 몸부림은 은행규제를 강화하고 산업구조를 바꾸는 등 금융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서바이벌게임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RBSㆍ로이드 등을 국유화한 데 이어 감독체계 변경 및 은행세 도입, 금융기관 보수규제, 은행으로부터 고위험 업무 분리 등의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 은행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볼커룰과 유사하게 은행 소매금융과 투자업무를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은행세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미국과 달리 영국ㆍ독일ㆍ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자국 사정에 맞는 은행세를 잇따라 적용하고 있다. 영국은 비예금부채를 대상으로 은행세를 부과하고 있고 프랑스는 위험가중자산을 기준으로 은행세를 매기고 있다. 또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은행 파산에 따른 구제금융 비용을 납세자가 부담하기 이전에 선순위 채권자들도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 은행들의 부실대출과 방만한 경영을 차단시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막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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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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