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화하는 성형외과 탈세 백태
대여금고로… 차명계좌로… 현금받기 혈안카드 내면 수술비 10%이상 올려
이수민기자 noenemy@sed.co.kr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co.kr
◆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이번 여름방학을 이용해 코 성형을 하기로 마음먹은 대학생 최정은(23ㆍ가명)씨는 최근 수술 예약을 위해 찾은 서울 강남역 인근 성형외과에서 상담 실장으로부터 현금 결제를 요구 받았다. "카드로 결제할 수는 없느냐"는 최씨의 질문에 병원 측은 카드 결제의 경우 10% 이상 가격이 올라가고 10% 부가세도 추가로 붙는다며 사실상 현금 결제를 강요했다.
수술 예약을 결정한 최씨가 "당장 수중에 현금이 없어 계좌 이체를 하겠다"고 하자 실장은 최씨에게 개인명의 계좌번호를 건넸다. 병원을 나오면서 최씨는 자신에게 인사하던 실장의 이름이 직전에 받은 계좌 명의와 같다는 사실을 알고는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일부 대형 성형외과들의 탈세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수술비를 전액 현금으로 받는 것은 기본이요, 직원 계좌를 이용하는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세무 당국의 추적을 원천적으로 피하기 위해 현금을 아예 집에 쌓아놓거나 시중은행의 대여금고에 넣어두기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현금 결제를 유도하거나 직원 등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세금을 빼돌리는 일부 성형외과의 탈세에 대해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검찰이 성형외과 탈세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선 것은 최근 일부 성형외과의 탈세액이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등 규모가 크고 수법 또한 차명계좌를 동원하는 등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한 성형외과는 브로커를 통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수술비를 현금으로 받는 식으로 16억원(추정치)어치의 세금을 탈루했다. 또 다른 대형 성형외과는 탈세액 규모가 수백억원에 이른다는 국세청 조사결과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일부 병원이 직원의 차명 계좌로 돈을 받았다는 정황을 확보해 집중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대형 성형외과는 세무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빼돌린 수익을 모두 현금으로 집에 쌓아놓거나 시중은행의 대여금고를 활용하는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여금고는 법원의 명령과 같은 공식적인 절차가 없으면 빌려준 은행도 임의로 열어볼 수 없다. 대여금고에는 대략 5만원권으로 10억원가량의 현금을 넣을 수 있어 은행 몇 곳만 이용하면 수십억원은 감쪽같이 숨길 수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코디네이터로 근무했던 익명의 제보자는 "환자가 납부한 돈은 병원장이 별도로 관리하는 시중은행 대여금고에 넣고 병원장은 모든 거래를 현금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의사나 변호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는 각종 자료와 경제생활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다"며 "탈세를 목적으로 대여금고를 악용하는 방식과 같은 탈세 방법에 대해서도 관심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